2007-06-05
아람누리 초입에 위치한 아람미술관은 넓이 400평, 높이 4.2m의 전시공간을 갖고 있으며, 50여 개의 이동식 파티션으로 다양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초대형 미술관이다. 5월 말 개관을 앞두고 아람 미술관에 꽃이 활짝 만발했다. 개관전 첫 시리즈 ‘꽃, 그 아름다움에 대하여’展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동시에 간직한 꽃은 예술가들에 의해서 더욱 특별한 의미로 녹아 내려, 보는 이의 마음에도 생명의 환희가 느껴지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의 작품부터 비롯해 근현대 회화까지 다양한 꽃들의 만발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4월의 벚꽃이 휘날리고 5월의 아카시아 꽃 향기가 흐르듯이 6월에도 그 설렘은 계속된다.
취재| 김민혜 기자 (mhkim@jungle.co.kr)
전통사회에서 현대 사회까지 당시 급격하고 불안정한 시간 속에서 피어난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화가들은 꽃의 존재를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소중한 생명적 가치를 담아 그들을 롤모델로 삼아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그러한 모델은 시들지 않은 채 자연의 이치와 조화의 색을 담아 전시장에 피어 올랐다.
장미는 ‘열정적인 사랑’을, 물망초는 ‘나를 잊지 마세요’ 라는 순정적인 꽃말을 간직했다. 피고 지는 수많은 꽃들 속에서 내포된 꽃말은 우리의 마음을 순수하게 자극시키며 그 애뜻함이 더해진다. 꽃은 예전부터 우리 조상들에게도 귀중한 의미를 가지던 상징물이다. 조선 후기 ‘모란’은 부귀와 복을 부르는 상징으로써 자수와 그림에 즐겨 사용하였고, 매화 또한 군자의 절개와 생명력의 약동을, 연꽃은 여성의 장수를 의미하였다. 그러한 상징성은 예전 조선 시대 자수와 더불어 재미있게 재탄생된 현대 회화를 통해서도 보여진다.
강하게 피어올라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의 20대 청춘 시절. 그런 청춘의 낭만은 이번 전시장에서도 한아름 가득히 약동한다.
흐트러지듯이 피어난 청춘의 시절에 이어 다시금 꺼져가는 비애의 절정은 고통과 연결되는 인간 생애의 한 몸부림이다. 그러나 꽃의 슬픈 해질녘은 겨울에 이어 찬란한 봄이 올 것이라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약속이기도 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무심코 넘겨짚었던 꽃의 아름다움을 기호와 패턴으로서 재탄생한 아름다움은 관객의 소통과 더 가까이 이어지는 하나의 손짓이다. 그 손짓에 따라가 바라보는 작품의 시선은 어느 새 마음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진정한 꽃으로 남게된다.
아람 미술관 전시장과 같이 연계된 아람 어린이 미술관을 통해서도 전시는 계속 이어진다.
비단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꽃 또한 아름답고 휘황찬란할 것이다. 이번 아람 어린이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꽃들에게 꽃을’ 展 또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치한 디스플레이서부터 더 쉽게 이해하도록 마련된 워크숍까지 마련된 완벽한 놀이터였다.
꽃과 함께한 행복한 여정 속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면 아람 미술관에서 준비한 행사에 참여해 보자. 꽃과 와인의 향기를 동시에 취해볼 수 있는 ‘꽃과 와인’ 강좌와 더불어 사운드와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콘서트로 끝나가는 봄의 아쉬움을 맘껏 달래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