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4
88올림픽은 온 국민의 마음을 뜨겁게 한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올림픽의 개막부터 폐막까지 그 감동적인 순간순간의 장면들은 우리 마음 깊이 각인되었다.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5년 만에 열린 대전엑스포는 세계적인 행사로, 한국을 전세계에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로 알린 국가적인 행사를 기록한 사진작가가 있다. 김세권 작가다.
김세권 작가
김세권 작가는 우연히 사진을 시작해 평생 사진을 찍어왔다. “아버지가 미군부대에 다니셨어요. 어디에선가 ‘멍텅구리 카메라’라 불렸던 카메라를 구해 저에게 갖다 주셨어요. 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동네에 소문이 났고, 사람들이 결혼식, 돌잔치 등이 있으면 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사진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지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일찍이 청와대에서 사진을 찍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전속 사진담당 기자로 일하게 됐던 것이다. “1968년 문화공보부 사진과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각 부처에 공보관실이 다 있지만 그땐 문공부밖에 없었지요. 국가적인 행사가 진행될 때에도 문공부에 사진을 요청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연하게 청와대로 가게 되어 1972년부터 활동을 하게 됐지요.”
김세권 작가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함께한 김세권 작가
그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옆에서 모든 순간을 기록했다. 대통령의 공식적인 행사 사진 이외에도 박정희 전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사진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여가시간, 취미생활, 가족의 모습과 같은 스틸 사진은 그가 모두 찍었다.
김세권 작가가 기록한 서울올림픽의 순간들
1981년 청와대를 나온 그는 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사진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조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가서 27명의 촬영단을 조직, 사진에 대한 모든 걸 총괄적으로 컨트롤 했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미국처럼 올림픽 사진집, 공식보고서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요. 그래서 사진단을 교육하고 가르쳤습니다. 공식보고서를 만들기 위해선 중요 경기장면 뿐 아니라 올림픽에 대한 모든 걸 기록해야 합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 공사 과정부터 준비 과정, 여러 인력들의 움직임,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까지 모든 모습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단원들에게 어떤 것을 찍어야 하는지, 어떻게 촬영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지도했지요.”
김세권 작가가 기록한 대전엑스포
올림픽의 주요 과정들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한 그는 이후 엑스포조직위원회에서 사진실장으로 활동하며 엑스포의 준비과정부터 폐막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세계적인 행사가 우리나라 대전에서 열린다는 것은 당시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처음으로 열렸던 엑스포였기 때문이다. 108개국 33개 국제기구 참가, 1천 4백만 명의 관람객 유치를 통해 ‘가장 성공한 엑스포’라는 평가를 받은 엑스포의 온 과정이 그의 카메라에 담겼다. 전 세계인이 주목한 개막식 장면, 수많은 관람객의 모습, 각 국의 VIP들의 움직임, 도우미들의 활동 모습 등을 통해 대전엑스포를 세세히 기록했다.
국가의 중요 이벤트를 사진으로 기록, 국가적이며 역사적인 주요 순간들을 포착해온 그는 현재 자연을 접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여러 계절 속의 소나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새다.
“1993년도부터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30여 년이 되었네요.” 그는 소나무를 찍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가 찍는 소나무의 모습에선 좀 특별한 것이 느껴진다.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 갔지요. 전국 곳곳에서 찍은 소나무의 모습들은 모두가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그러한 생명력을 카메라로 담았습니다.”
김세권 작가의 '소나무'
그는 소나무를 찍을 때 소나무의 전부에 집중한다. “전 소나무의 밑동까지 다 나오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그것이 제 소나무 사진의 특징이라 할 수 있지요. 처음 소나무를 찍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풀도 있고, 뿌리가 있는 그 부분까지 다 집중하고 싶었거든요. 때론 쓰레기가 버려져 있기도 해 그것들을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그 부분의 에너지까지도 사진에 포함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는 궂은 날을 택해 촬영을 나선다. “일반적으로는 비나 눈이 오는 날엔 촬영을 하지 않죠. 하지만 좋은 날엔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잖아요. 전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 그 날씨와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날이 좋을 땐 빛을 이용해 사진을 촬영하지요.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때에는 그 빗방울이나 눈꽃송이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그렇게 촬영한 그의 사진 속에선 휘날리는 눈꽃송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김세권 작가의 '철새'
새의 모습에서도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날아가는 새들,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까지 찰나의 순간을 그는 놓치지 않는다. 늘 살아 숨쉬는 자연의 생동감을 포착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바친다. 한 장소를 10회 이상 방문하는 것은 부지기수이고, 한 순간의 찰나를 담기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그다.
김세권 사진작가는 국가의 중요 이벤트를 기록해온 기록사진작가로 한평생 카메라를 들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시간을 기록해왔다. 이제 자연의 시간을 기록하며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그는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기운을 얻고 치유를 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는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김세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