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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커스] 도자기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다,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

2023-11-06

400여 년 전, 이름 없는 포로 신분의 조선인 여성이라는 사회적 위치에서 ‘일본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리게 된 여인이 있다. 바로 백파선이다. 1597년 정유재란때 많은 조선인 사기장(도공)들이 포로로 잡혀갔고, 백파선은 사기장이었던 남편이 죽은 후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 그리고 함께하던 조선인 공동체를 이끌고 아리타에 정착, 일본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로 불리게 됐다. ‘백파선’이라는 이름은 그의 높은 인덕을 기리기 위해 증손자가 비문에 새긴 이름이다.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전 포스터 이미지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조선 여인, 도자기의 혼이 된 여인 백파선을 기억하며 그녀의 정신을 기리고자 마련된 전시가 에코락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전이다.  

 

오랜 시간 우리의 삶 속에서 숨 쉬며 다양한 역할을 해온 도자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도록 하면서 백파선이라는 인물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도자기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다.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

 

 

전시 전경

 

 

전시를 기획한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이혜경 대표는 도자기에 대해 “도자기는 실용적인 사물로서, 또 예술 작품으로서 오랜 시간 우리의 삶 속에서 숨 쉬며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도자기는 실용적인 사물이 되기도 하고, 바라만 보아도 넉넉해지는 신비한 질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아주 차가울 수도 있고 아주 따뜻할 수도 있으며, 사람의 손이 닿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또 도자기를 평면의 회화로 담았을 때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도자기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며 “시대마다, 문화마다 다양한 형태로 보존되는 우리의 도자기가 앞으로 다양한 현대 작가들을 통해 역동적으로 해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혜경 대표는 백파선이라는 인물에 대해 “누군가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의 삶을 맡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현실에 낙담하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백파선을 통해 우리는 나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세상을 꾸려 나가고자 했던 그 당당한 기백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희원, <Full Moon>

 

노진주, <MOMO>

 

 

또한 전시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전은 도자기를 매개로 도자기를 직접 만들거나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백파선을 표현하며 백파선과 현대의 우리가 만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시대를 사는 백파선이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화병>

 

안경희, <고려청자>

 

 

전시에는 김용주, 김재호, 노진주, 레이첼곽, 박희원, 안경희, 안영경, 이꽃담, 이돈아, 이상미, 이재숙, 이주연, 이혜경, 홍성기 등 14인의 작가들이 참여, 도자기를 바라보는 시각, 도자기에 담긴 의미 등 도자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가평꽃동네 희망의집 장애인 요양원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으며, 일본 사가현 아리타 갤러리백파선의 부관장을 역임했던 노진주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에코락갤러리의 장현근 대표는 “회화뿐 아니라 판화, 도자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도자의 이야기가 담긴 이번 전시도 그러한 맥락에서 초대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도자기 강국이었다. 하지만 현재 값싼 대량생산 제품들로 인해 그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고유의 도자예술과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도자의 위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자기의 어머니’로 추앙받은 백파선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도자작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의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세상을 꾸려나가고자 했던 당당한 기백을 보여주는 백파선을 만날 수 있는 이번 ‘2023 사기장 백파선 현대와 만나다’전은 오는 11월 14일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동송로 20 농협삼송유통센터 2층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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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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