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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농업의 가치, 문화예술 콘텐츠로 ‘스미게’ 할 것, 국립농업박물관 황수철 관장

2024-05-31

농(農)의 가치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역사와 문화, 미래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나라 농업, 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널리 알리고 미래 생명기술인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조성된 곳이다. 교육과 체험, 전시를 통해 농업의 가치와 잠재력을 알리는 이곳에선 우리 농업의 역사와 미래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전경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관을 통해 우리 농업의 가치를 전하고 식문화관을 통해 한식문화를 조명할뿐 아니라 어린이 박물관을 운영해 아이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랑이 논밭, 농가월령 체험공간, 식물원, 곤충관, 수직농장 등의 멋진 자연환경으로 특별한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 농업의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배움터이자 농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힐링 공간인 국립농업박물관은 약 10여 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12월 15일 개관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자리한 수원시 서둔동 일원은 한국 농업의 메카라 할 수 있을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농사법 등을 활용한 농업개혁의 꿈이 펼쳐진 곳이며, 해방 이후에는 우리나라 농업연구의 총본산이라 할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과대학이 있던 곳으로, 박물관 뒤편에 위치한 ‘여기산(麗岐山)’에는 한국 근현대 농학 연구의 선구자이신 우장춘 박사의 묘가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농업박물관의 위치는 우리 농업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라 할 수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황수철 관장

 

 

국립농업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황수철 관장은 민간 연구・컨설팅 기관에서 30여 년 동안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해왔다. 정책 자문과 현장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바탕으로 2022년 2월 초대 국립농업박물관장으로 부임한 그는 그동안의 여러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농업・농촌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농업문화에 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해 우리 농업의 역사와 문화, 미래를 보여주는 국립농업박물관의 황수철 관장으로부터 국립농업박물관의 다양한 역할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Q. 박물관의 공간은 어떻게 구성됐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의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농업관은 농업의 기원부터 미래의 모습을 9가지 테마로 소개하고, 농업유물 뿐 아니라 트랙터, 드론 방제 등 다양한 체험 코너를 통해 농업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수직농장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농업이 융합된 첨단농업을 선보입니다. 

 

어린이박물관은 미래 세대들이 농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보고, 만져보고, 생각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교육동에서는 농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더불어 박물관 야외경작체험장에는 다랑이 논밭, 과수원, 농가월령 산책로가 있어 직접 농업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박물관에서는 농업의 전통과 미래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으며, 우리 농업문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 수직농장

 

 

Q.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박물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색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탐정이 되어 박물관 유물을 찾아내는 ‘출동! 농박 탐정단’, 농업관의 전시 유물을 탐구하고 미래 농업 도구를 만들어 보는 ‘유물탐험대’, 수직농장의 온·습도와 빛을 조절하는 스마트팜 블록코딩을 배우고,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수직농장 수확물을 관리해보는 ‘진로 체험 교육’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미래세대 뿐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만나는 홈가드닝’, 그리고 전문 농업도슨트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며,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 단오, 추석에는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우리 세시풍속과 농경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체험을 운영해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 여름 풍경 

 

 

Q.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우선 예약제로 운영하는 어린이박물관은 한두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또 가족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예약이 매진됩니다. 농박과 함께 하는 식(食)나는 요리프로그램, 박물관에서 만나는 홈가드닝, 전통공예 아티스트, 여름방학프로그램인 농캉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국립농업박물관 식물원

 

 

Q. 국립농업박물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립농업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농업분야 국립박물관으로서, 농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알리는 ‘농업계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또 우리 농업의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배움터이자 농업의 가치와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고 느껴보는 힐링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특히,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농업에 친숙해지고 자연스레 농업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전통농업부터 첨단농업까지 항상 새롭고 즐거운 체험이 가득한 공간으로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농업’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촌스러운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박물관은 그런 선입견을 깨고 문화·예술을 키워드로 농업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작년 개최한 제1회 기획전은 농업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과 조형물로 큰사랑을 받았고, 개관 1주년 기념전에서는 풀벌레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담은 영상 콘텐츠를 선보여 우리 농업유산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후위기’와 같이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슈를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우리 박물관은 전시, 교육, 체험의 영역을 활용해 기후위기를 알리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박물관 야외 다랑이 밭에 퍼머컬처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퍼머컬처는 ‘연속성’이라는 뜻의 영어 ‘Permanent’와 ‘농업’이라는 뜻의 영어 ‘Agriculture’의 합성어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 혹은 영속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박물관 식물원의 주요 테마는 기후변화입니다. 이곳에는 아열대 과수가 있는데요, 기후 변화에 따른 작물 재배의 변동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이처럼 전시·교육·체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 위기와 같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 제2회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Q.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많은 분께서 박물관의 야외 공간을 좋아하십니다. 박물관 야외에는 다랑이논밭, 과수원, 농가월령 산책로가 있는데요, 봄에는 새순이 움트고 여름에는 알알이 영근 벼가 초록 물결을 이루며, 가을에는 황금 들녘, 겨울에는 차곡차곡 쌓은 볏짚으로 사시사철 포근하고 정겨운 농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농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인기가 좋습니다. 다랑이논에서 모내기와 벼베기 행사를 진행했는데, 신청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마감되어 농사 체험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우리 박물관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한 제철 농작물을 활용한 요리교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땅에서 난 식재료의 소중함과 바르고 건강한 식문화를 전하는 게 목적입니다. 다랑이 밭에서 수확한 홍감자는 이탈리아 요리인 ‘뇨끼’로 변신했고, ‘선풍’이라는 이름의 우리 콩은 고소한 두부가 되어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마트에서 포장된 두부만 보던 아이들이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신기해합니다. 미래세대들이 우리 식재료와 요리법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5월 14일에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겨리농경문화’ 시연과 ‘손 모내기’체험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겨리농경문화는 강원도 산간지에서 한 마리 소로 농사를 짓기엔 힘에 부쳐 두 마리 소로 논·밭을 갈던 옛 농법인데, 이를 박물관 다랑이논에서 재현하며 우리 조상의 슬기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흙을 밟고 직접 모를 심어보며 굉장히 즐거워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전통농업의 정겨움을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번에 모를 심은 학생들은 올 가을 벼베기 행사에 다시 모여 직접 심은 모를 수확하고 탈곡합니다. 벼농사의 한 해 과정을 함께 하며 쌀 한 톨,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국립농업박물관 가을 풍경

 

 

Q. 어떤 공간으로 자리잡길 원하나.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젊고, 품격 있는 그런 박물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스밈’ 혹은 ‘스며듦’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치나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스며들어야 합니다. 우리 박물관에서 접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고, 우아하고, 격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곳이어야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고, 인스타그래머블하게 SNS에 사진으로 꼭 남겨두고 싶고, 한번 오면 다시 찾고 싶은 그런 곳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박물관 선생님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농업에 접근해야 하고, 무엇이든 최고의 품격을 담아 전시와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박물관을 찾는 분 누구나 자연스럽게 농의 가치와 중요성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입니다. 

 

Q. 경기도 내 다른 박물관 및 미술관 등 문화시설과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경기도 내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시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큰 기대와 관심 속에 문을 연 스타필드 수원과 업무협약을 맺어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으며, 공동 문화 프로그램도 기획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수원의 문화예술 사업을 이끌어가는 수원문화재단과도 협력 중입니다. 수원문화재단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원시 주요 문화기관들에 박물관 홍보물을 비치할 수 있었고, 앞으로 수원시 관광사업들을 함께 진행해가고자 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원문화재단 소속 아티스트와 협업한 프로그램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국립종자원, 서울대학교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전국 단위 유관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농업 분야 신규 사업 발굴 등 협력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국립농업박물관은 앞으로 세계적인 농업박물관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해외 농업관련 기관들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작년 추진한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과의 업무협약 체결이 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농업·농촌 관련 학술자료 교류와 공동연구 조사 등을 진행하고자 하며, 양 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한 층 더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에 덧붙여서 유럽 농업 관련 기관과의 교류·협력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활용한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교류하여 해외에 가지 않더라도 국립농업박물관에 오면 특색있는 전시·교육·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국립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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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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