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4
독서는 우리의 지식을 넓혀줄 뿐 아니라 간접 경험을 통해 삶의 다양한 면을 사유하게 하고, 지혜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눈을 갖게 한다. 이러한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며 국민들의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이가 있다.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김을호 회장이다.
독서코칭 강연을 하고 있는 김을호 회장
국민독서문화진흥회는 1991년 설립되어 33년간 독서문화진흥과 출판문화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어 왔다. 김을호 회장은 2005년도 국민독서문화진흥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여 지금까지 약 20여 년간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을호 회장은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독서경영전략학과의 주임교수로 독서경영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70여 명의 석사생이 배출됐고, 최근 6명의 박사과정의 논문심사가 이루어졌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가 본격적으로 독서문화에 대해 알리기 시작한 것은 국민독서문화진흥회의 회장을 맡으면서였다. 전국의 지자체는 물론, 초, 중, 고등학생, 군 장병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2015년 ‘제21회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4 책 읽는 대한민국 시상식'
김을호 회장은 '독서대통령'으로 불린다.
그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군장병을 위한 독서코칭으로, 그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독서대통령’이 됐다. 2014년도부터 군장병을 위한 독서지도를 시작해 지금까지 40만 명의 군장병들에게 독서코칭을 해온 그는 수많은 군장병들을 변화시켰고, 인생의 멘토로서 그들의 삶에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제시했다.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그의 활동은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생각을 변화시키며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직업을 넘어 사명으로서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김을호 회장의 이야기다.
김을호 회장
Q. 처음 어떻게 책을 접하게 됐나.
어린 시절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전집 100권을 사 주셨고, 유일한 놀이도구가 책이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책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랐다.
Q.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독서코칭, 독서지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군장병을 위한 독서코칭이 눈에 띈다.
과거부터 국방 라디오나 TV를 통해 강연을 했었다. 그러다 2014년도 2작전 사령부 10개 부대에서 독서코칭 수업을 했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은 육군 3사관학교에서 온 강연 요청이었다. 1100명의 예비 장교들을 위해 출판사에 지원을 요청해 1100권의 책을 가지고 가서 강연을 했다. 그 강연을 계기로 국방일보에 특집 기사가 게재됐고, 추천의 추천이 이어져 1년에 400회 이상, 지금까지 3천 회 이상의 강연을 해왔다.
김을호 회장의 군장병을 위한 독서코칭
Q. 군장병을 위한 독서코칭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
훈련병들의 한 기수가 200~250명이다. 입소한 한 기수의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2번의 강의가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동기부여 수업을 하고 두 번째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서평쓰기 수업이 이루어진다.
Q. 교육적인 부분 외에도 여러가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군대에 입대를 하면서 목표의식을 갖는 이들은 적다. 의무적인 기간으로만 생각할 수 있지만 군대는 사실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18개월의 군생활을 주로 따지면 78주, 일로는 540일, 시간으로는 13,104시간이다.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 시간 동안 계획을 세워 인생의 로드맵을 정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군부대 입장에서는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엔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얻는 것이다. 책을 통해 문제, 갈등을 해결하기 때문에 부대에서 이러한 독서문화가 자리잡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평일 3시간, 주말 14시간동안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데, 많은 군인들이 그 시간에 게임을 한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 자기 성장,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독서는 군부대내에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Q. 군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수업이 끝난 후 정말 연락을 많이 받는다. 생각없이 들었지만 목표를 설정하게 됐고, 20여 년간 책과 멀리 했던 인생이 한 시간의 수업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김을호 회장은 독서코칭을 통해 수많은 군장병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많은 연예인들, 아이돌들이 내 강연을 들었다. BTS 멤버들도 강연을 들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너의 강승윤 병장이 기억에 남는다. 훈련소때부터 강연을 시작했다. 강승윤 병장은 강연을 통해 끊임없이 책을 읽게 되었고, 독서대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는 친구들이 참 많다. 매 수업마다 감동이고 매 수업마다 의미가 있다.
Q. 독서는 어떤 의미에서 중요한가.
문제해결력이다. 요약하면 3가지다. 첫째는 이해력이다.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다양한 직종의 삶을 경험할 수 없는 우리는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상상력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면 꿈의 크기가 커진다. 책은 읽은 권수에 따라 세상의 크기가 달라지고 꿈의 크기가 달라진다. 세 번째는 표현력이다. 표현력, 아웃풋은 인풋에 대비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표현력이 달라진다. 논리적, 창의적이 된다. 우리는 당장 1시간 후의 일도 알지 못한다. 불안한 삶, 불안한 미래 속에서 나에게 당면한 문제의 해결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이해력, 상상력, 표현력의 앞 글자를 따 ‘이상표’라고 말한다.
Q.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나.
자신에게 맞는 책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가 쓴 책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3가지 독서법이 있다. 첫째는 10% 독서법을 강조한다. 300페이지 중 10% 즉, 30페이지를 읽었는데 이해가 빠르면 자신과 맞는 책이다. 하지만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이다.
두 번째는 7대 3 독서법이다. 70%는 자신의 업무, 자기계발에 필요한 책을 읽고 30%는 자신의 삶을 위해 도움이 되는 교양도서를 읽는 것이다. 당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지 모르지만 삶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건축사, 미술사, 음악사 등과 같은 책들이다. 자신을 한단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타깃독서다. 간절하면 타깃독서를 해야 한다. 관련도서를 구입해서 1권당 30번씩 외우듯 읽는 것이다. 간절하지 않은 목표는 목표가 아니다.
Q. 독서에 대한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했다. 소개한다면.
먼저 말하기 방법인 ‘1131’기법이다. 첫번째 1은 질문이다. 예를 들면 “장미꽃이 예쁘니?”라는 질문이다. 두번째 1은 질문에 대한 반복이다. “장미꽃이 예쁘냐는 질문에 답변드리겠습니다”가 된다. 3은 세 가지 답을 하는 것이다. “첫째, 00 때문이고, 둘째, 00 때문이며, 셋째, 00 때문입니다”이다. 마지막 1은 자신의 생각을 붙여 다시 한번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장미꽃이 예쁘다 라고 생각합니다”가 된다.
독서는 글쓰기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WWH131’이 바로 그를 위한 것이다. Why, What, How에 앞서 말한 131을 더한 것이다. ‘왜’에는 저술 의도, 즉 ‘작가는 왜 책을 썼을까’에 대해 적으면 된다. ‘무엇’은 ‘줄거리가 뭘까’이다. ‘어떻게’는 앞으로 ‘나는 이렇게 실천할거야’ 하는 것이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쓰면 37줄이 기본적으로 완성된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라고 강조한다. 쌓아 놓은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화불량이 되는 것이다. 지식만 가지려 하지 말고 사용하고,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혜다. 어떻게 삶에 적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내 삶에 적용하는 독서를 해야 한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한다. 반드시 종이에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 메모, 녹음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난 휴대폰에 2만 개 이상의 이러한 메모가 저장되어 있다.
Q. 어떻게 이런 방법을 개발하게 됐나.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우리는 스마트폰 세대 즉, ‘포노 사피엔스’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서울대 자료에 의하면 862명중 277명이 글쓰기 시험에서 60점 이하의 낙제점을 받는다고 한다. 주로 근거 ‘왜냐하면’에 대해 표현하지 못한다.
난 모든 아이들이 한강 작가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근거와 함께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개발했다.
Q.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가 쉽지 않은데.
틈 독서, 짬 독서를 해야 한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바쁜 CEO들이 책을 많이 읽는 비결은 바로 이 틈 독서, 짬 독서에 있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보면 책을 많이 볼 수 있다. 많이 읽다 보면 읽기 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빨라지면 많은 책을 볼 수 있다.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독서력이다>
Q. <결국 독서력이다>를 출간했다. 어떤 내용인가.
2017년에 출간된 전작의 후속작이다. 좀 더 강연에서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연때마다 많은 분들이 필기를 하시는데 필기가 필요없이 이 책 한권을 읽으면 강연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강연 외의 이야기들은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 담았다.
Q. 우리나라의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데 변화를 느끼는지.
혼자서 우리나라의 독서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는 길을 가야한다. 길을 낸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발자국을 냈다. 한걸음 한걸음이 거름이 될 것이다.
완도군 독서문화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을호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독서만 전문적으로 하는 그런 독서대안학교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한국청소년상담원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했었다. 청소년 정책, 특히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문제아는 아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고가 확장될 거라 본다. 다양한 도서를 통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내 꿈이다. 아직 정년이 6년정도 남았으니 6년 후엔 이루어질 것이라 본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김을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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