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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박홍순 사진전 Paradise in Seoul

2007-09-18

매일 바라보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백두대간’, ‘꿈의 궁전’이라는 전시를 연 바 있는 작가 박홍순이 지난 7월 27일부터 9월 16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Paradise in Seoul’이라는 사진전을 열었다. 그는 왜 이처럼 익숙한 풍경들을 낯설게 카메라에 담은 것일까? 박홍순의 사진은 우리들에게 서울에 대해, 한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취재 | 권순주 편집장
사진•자료제공 | 박홍순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보일 때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은 ‘변화’이다. 박홍순은 이번 전시에 지난 2년간 한강시민공원과 한강 주변의 체육시설을 담은 사진 20여 점을 출품했다. 지나치게 조용하고 정적인 이 사진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 없고 지나치게 맑고 밝다는 것이다.

사진 속 풍경에 빠질 때쯤 우리는 느끼게 된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는 거지? 이곳이 모두 서울이라는 말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서울이 이랬던가? 그의 사진들은 모두 그 공간에 있어야 할 사람들, 그 시설을 이용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 의도적인 것일까? 작가는 이렇게 답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의도하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도 같은 장소를 몇 번이나 갔는데 사람이 거의 없었다. 또 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날씨를 최대한 강조해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풍경을 담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 속에서 서울은 마치 유토피아처럼 더욱 낯설게 존재하고 있다.
박홍순은 아웃 오프 포커스(out of focus, 초점을 맞춘 바깥쪽이 흐려지는 것)와 인 포커스(in focus, 초점을 맞춘 안쪽이 흐려지는 것)를 적극 활용하여 그가 보여주고 싶은 풍경만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 작가의 주관적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건축 사진에서 쓰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와이드한 느낌과 함께 가까운 풍경은 지나치게 가깝고 먼 풍경은 지나치게 먼, 실제 풍경과는 다소 다른 왜곡된 현상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풍경이 낯설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지금 동시에 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꿈, 서울이라는 소재와 백두대간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산과 강을 소재로 촬영하는 대동여지도 프로젝트가 그것. 특히 대동여지도 프로젝트는 작업기간과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작업이다. 그야말로 시간을 견디며 아름답지만 아름답게만 보일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 작업들은 언뜻 다른 작업 같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꿈’과 ‘인간’을 읽을 수 있다. 사람 하나 나오지 않는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인간’을 느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부재’를 느끼는 것이다.

문화평론가 강수미 씨는 전시 서문에서 그의 사진을 이렇게 평가한다.
“상투적 문화가 즐비한 한강이 식자(識者)들의 문화 비판의 대상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아니 숨막히는 자본주의 노동에 강제되고 있는 IT 강국의 모든 식민(植民)들에게는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는 것! 출퇴근을 위해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닐 때 시선의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그 낮게 깔린 한강과 한강고수부지가, 정말 쉽게 찾기 힘든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는 인식! 거기 수영장의 짙은 녹색 파라솔 밑에서 선탠을 하거나 거기 테니스코트에서 황제 테니스 치기는 꿈도 꾸지 않더라도, 하다못해 돈 한푼 안 드는 석양의 강물 바라보기도 그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현실 인식! 박홍순은 그 실재의 사막으로부터 우리가 꿈꾸는 삶의 지향, 그의 표현으로 하면 ‘파라다이스’라는 사금파리를 본다.”

“그의 사진들은 주변부 한강이 잘하면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다고 밝힘으로써 그렇게 한다. 그것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옆에 있지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라다이스이며, 있어도 누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파라다이스이다. 때문에 박홍순의 사진이 우리에게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유토피아적 한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상 위에 낮게 깔려 있는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것으로서의 한강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보면서 어떤 대리 체험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어떻게든 ‘찾고 싶고’, ‘누리고 싶다’는 마음에 젖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작가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서울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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