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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한국에서 디자인 기업 경영이 힘든 이유” - 경직된 노동제도와 경영 환경이 주는 압박

2025-01-08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서비스업 역시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동자 중심의 노동법과 경영을 위협하는 각종 노동 제도는 디자인 서비스 기업의 운영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칼럼에서는 디자인 서비스업이 직면한 주요 문제와 그 배경, 그리고 이로 인한 경영적 어려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노동자 중심의 노동법과 경영 부담

 

한국의 노동법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기업 운영에 있어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디자인 서비스업과 같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고정된 근로시간과 엄격한 규제가 오히려 창의적 업무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


디자인 프로젝트는 종종 단기적으로 집중적인 업무를 요구하며, 고객의 요구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경직된 노동법은 이런 유연성을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불필요한 비용 증가와 더불어 경쟁력 저하를 겪게 된다.

 

 

 

정규직 고용에 대한 두려움

 

디자인 서비스 기업들은 인력의 퇴사나 해고와 관련한 제도적 어려움 때문에 정규직 고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고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는 실질적으로 업무 성과가 낮은 직원이라도 지속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이로 인해 기업은 아웃소싱이나 프리랜서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기업 내부의 전문성 축적과 팀워크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고용 과정에서의 경직된 법적 책임은 스타트업이나 중소형 디자인 서비스 기업들에게 치명적이다. 이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잘못된 고용 결정이 가져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이러한 환경은 디자인 기업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성장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만 운영되도록 강제한다.

 

과도한 산재보험 및 4대 보험의 부담

 

디자인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물리적 사고 위험이 낮지만, 산재보험과 4대 보험은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된다. 이는 디자인 기업에게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를 고용하거나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디자이너에게도 동일한 보험료 부담이 적용되면서 고용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산재보험의 경우, 실제로 산재 신청이 거의 없는 디자인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경영자들에게 불만의 원인이다. 정부 차원에서 업종별 리스크를 반영한 차등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개선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불안정한 클라이언트 환경과 결제 관행

 

디자인 서비스업은 클라이언트 의존도가 높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상, 클라이언트가 결제를 늦추거나 계약을 철회하면 기업은 바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특히, 소규모 디자인 기업들은 대기업 클라이언트의 ‘갑질’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


대금 결제 지연은 디자인 기업의 자금 흐름을 악화시키며, 이는 직원 급여 지급 및 기타 운영비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창의적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 절하

 

디자인 서비스업의 본질은 창의적이고 비물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디자인 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거나 단순한 도구로 취급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클라이언트들은 종종 디자인 서비스를 공짜나 저가로 요구하며, 결과물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디자이너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디자인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디자인 서비스 기업이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창의적 인재에 대한 투자와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환경은 이를 가능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 구축을 위하여

 

디자인 서비스업은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한국의 문화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영환경은 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디자인 서비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노동법과 4대 보험 제도의 유연화, 클라이언트와의 공정한 거래 관행 확립, 그리고 디자인 노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한국의 디자인 산업은 점점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디자인 서비스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이 진정한 디자인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환경이 필수적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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