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8
‘꼭두’는 ‘인형’이라는 말이 쓰이기 이전 사용되던 순우리말로, 15세기 활자책인 <석보상절>의 ‘곡도’라는 말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든 물건’을 뜻하는 말로 장난감이나 주술 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꼭두는 관을 무덤까지 옮기는 데에 쓰이는 상여의 부속물로 쓰이기도 했다. 밝은 색감과 해학적인 형태를 지닌 꼭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만든 나무 인형으로, 우리와 초월적 세계를 연결하고 먼 길을 가는 이와 동행하며 저승길을 안내해 준다.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 사이를 오가며 일상과 비일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꼭두는 슬픔에 잠긴 이를 위로하고 지켜 주기도 한다.
전시장 입구
슬픈 이별이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꼭두를 통해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나 새로운 길을 떠나는 이가 편안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바람이 담긴 꼭두를 통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돌아보고,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가는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 ‘꼭두’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3월 3일까지 열린다.
동숭아트센터 김옥랑 대표의 기증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 ‘꼭두’는 기증 특별전으로 ‘꼭두’와 상여, 상장의례를 통해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재조명한다. 김옥랑 대표는 평생 꼭두를 수집하며 꼭두박물관을 통해 전시와 연구, 교육을 해왔다. 김옥랑 대표가 기증한 꼭두는 총 5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전시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여행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담는다. 전시에서는 꼭두를 기증한 김옥랑 관장의 꼭두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임세경, 이주영, 홍민주 큐레이터로부터 ‘꼭두’전에 대해 들었다.
Q.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이 되었나.
2023년 7월 김옥랑 관장님께서 국립민속박물관에 그간 수집해 오신 꼭두를 기증하시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기증자에 대한 예우의 하나로 기증 특별전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1부 '낯섦, 마주하다'
Q. 어떻게 기증이 이루어졌나.
김옥랑 관장님은 처음 ‘여인’이라는 꼭두를 만난 것을 계기로 평생 동안 전국의 꼭두를 수집해 오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꼭두를 널리 알리기 위해 꼭두박물관을 세워 전시와 연구, 교육 등의 활동을 해 오셨습니다. 이번 기증은 꼭두를 보다 널리 알리고자 하는 관장님의 바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으로의 꼭두 기증을 통해 이번 전시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다양한 활동으로 꼭두가 보다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셨습니다.
Q. ‘꼭두’란 무엇인가.
꼭두는 상여 장식의 하나입니다. 상여는 망자의 시신을 장지로 옮기기 위한 것이지만, 여러 종류의 상여 장식을 통해 망자를 저승으로 떠나보내는 산 사람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꼭두 역시 망자의 저승길 동반자로 만들어 장식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꼭두는 시종 꼭두, 광대와 악공 꼭두, 호위 꼭두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시종 꼭두는 죽음에 이른 망자를 돌보아주고 시중을 들어주는 꼭두, 광대와 악공 꼭두는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꼭두입니다. 그리고 호위 꼭두는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꼭두입니다.
광대 꼭두
시중 꼭두
악공 꼭두
호위 꼭두
Q. ‘꼭두’전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나.
김옥랑 관장님께서 기증해주신 꼭두 1,100여 점 중 250여 점의 꼭두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종류의 꼭두를 보여드리고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기존에 수집해 온 꼭두도 함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Q. 전시의 구성에 대해 소개한다면. 각각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1부는 ‘낯섦, 마주하다’입니다. 산 사람과 망자 모두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산 사람은 망자의 혼을 불러보는 초혼 의례를 행하고,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해주는 저승사자를 위해 사자상을 차리기도 합니다. 망자는 죽음을 맞이한 후 처음으로 시종 꼭두를 만나 도움을 받고 위안을 받습니다.
2부는 ‘이별, 받아들이다’입니다. 산 사람은 죽음이라는 이별을 준비하며, 망자를 위한 굿을 하는 것으로 망자를 깨끗이 씻겨주고 이승에서 맺힌 한을 풀어주며 이별을 준비하고 산 사람 또한 위로 받기도 합니다. 망자 역시 낯선 곳에서 광대 꼭두의 재주를 보고 악공 꼭두의 연주를 들으며 위로를 받습니다.
2부 '이별 받아들이다'
3부 '여행, 떠나보내다'
3부 ‘여행, 떠나보내다’입니다. 산 사람은 망자와의 이별을 위해 망자의 시신을 장지로 모시고 갑니다. 이때 만장으로 망자를 기리기도 하고, 망자의 시신을 싣는 상여를 망자에 대한 마음을 가득 담아 장식합니다. 망자 역시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는 길에 호위 꼭두의 안내를 받습니다. 이렇게 낯선 이별 여행을 떠나보내고, 떠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필로그는 ‘꼭두와 떠나는 여행’입니다. 1, 2, 3부에서 만난 꼭두들, 그리고 용, 봉황과 함께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원형 공간의 벽과 바닥면 인터랙티브를 활용한 실감 체험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또 다른 이야기 ‘꼭두와 함께한 삶, 꼭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꼭두를 기증해주신 김옥랑 관장님의 꼭두 수집의 시작부터 꼭두를 알리기 위해 해오신 여러 가지 활동들에 대한 인터뷰 영상을 관련 자료와 함께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Q. 주요 작품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꼭두는 만든 사람에 따라, 만들어진 시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은 꼭두 하나하나가 각자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꼭두와 떠나는 여행
또 다른 이야기
에필로그
Q. 죽음과 연관된 꼭두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꼭두는 망자의 시신을 옮기는 상여에 장식된 인형이지만, 망자와 함께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는 동반자이기도 합니다. 꼭두의 역할에 따라 망자를 도와주기도 하고 즐겁게 해주기도 하며 지켜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꼭두와 떠나는 저승으로의 여행길이 무섭거나 슬프지만은 않게, 마치 축제의 퍼레이드처럼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시의 영문 제목을 퍼레이드(Parade)라고 짓기도 했습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요즘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꼭두 전시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전시를 보시는 분들도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인터뷰이_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임세경, 이주영, 홍민주 큐레이터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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