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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대통령의 글쓰기’를 넘어 ‘모두의 글쓰기’로, 강원국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의 확장

2025-01-31

글을 읽고 이야기를 듣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의사소통의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 모든 것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사실 소통을 위해서는 이 네 가지가 모두 필요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한 가지조차 잘 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는 조직의 입장에서 듣고 써야한다. 하지만 잘 듣고 잘 쓰는 것에만 치우치다 보면 자신은 사라지고 만다.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잘 알려진 강원국 작가는 균형 있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통한 균형 있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강원국 작가 (사진제공 : 강원국)

 

 

대우그룹 회장실에서 근무를 했던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리더의 말을 듣고 그들의 글을 썼던 그는 25년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썼다.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고 자신의 말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건 그의 나이 50이 되어서였다. 그는 누구보다 인정받는 라이터였지만 읽기와 듣기 경쟁에서만 뛰어났던 과거의 삶에 대해 ‘고스트 라이터’라고 표현했다. 퇴직 후 굴레에서 벗어나 ‘해방’을 맛보았지만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는 그는 반쪽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 독립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자신에 대해 돌아보면서 자신을 읽고 쓰고 자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강원국 작가 (사진제공 : 강원국)

 

 

읽고 듣기를 통해 살아온 삶에서 쓰고 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는 우리에게도 이러한 삶을 권한다. 자신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비로소 타인과의 소통, 세상과의 완전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국 작가로부터 그의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자신의 글쓰기에 어떻게 집중하게 되었나. 


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 아니겠나. 행복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난 그것에 대해 50세가 넘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의 존재 이유, 존재 가치를 분명히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한다. 

 

50세까지 나는 남에게 인정받고 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것 같다. 어찌보면 남에게 기대어 산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건 직장에서건 나에 대한 평판이 중요했고,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왔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인정,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인정, 직장에서는 직장 상사의 인정이었다. 그들의 평가가 내 존재가치를 결정했고, 나의 삶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잊고 내려놓아야 한다. 읽고 듣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 내가 모시는 사람을 위해 그들이 되어 살아야 한다. 나를 주장해서는 안되고 나를 내세워서는 안된다. 나는 빛을 내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그들의 기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살 때 내가 했어야 했던 경쟁은 읽기, 듣기 경쟁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지 않나 싶다. 

 

그러다 50세가 되어 퇴직을 하고 나니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나를 평가해주는 사람도 없다. 스스로 홀로서기 위해서는 나를 보여주어야 했다. 나를 표현하기 위한 생각, 글쓰기가 필요했다. 나의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강원국 작가와의 인터뷰


 

Q. 남의 글과 나의 글을 쓰는 방법은 다를 것 같은데. 


남의 글을 쓴다는 것은 철저히 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처지, 심정, 입장이 되어 글을 써야한다. 보고서를 쓸 때에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상사 혹은 최고 경영자, 기업체의 입장에서 쓰는 것이다. ‘역지사지’하고 감정이입이 되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저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하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생 때는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내가 선생님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모, 직장상사도 마찬가지다. 

 

Q. 역지사지가 여러 상황을 해결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겠다. 


내가 스스로 삶을 지배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삶에 스스로 억압당하고 짓눌려 있는 상태로 살아간다.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것이다. 늘 뒤로 후퇴한다. 죽을 때까지 선수를 두지 못하고 후수를 두게 된다. 

 

하지만 선수를 두게 되면 거기서 벗어나게 된다. 늘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직장 동료 대신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고 먼저 말을 하는 것, 상사가 묻기 전에 먼저 답을 하는 것이다. 난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묻는 것에 늘 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먼저 대통령에게 답을 했다. 묻지 않았지만 답했다. 그 이후부터는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밑에서 눈치를 보며 칼날을 잡는 것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Q. 2014년 <대통령의 글쓰기>를 썼다. 어떻게 책을 내게 되었나. 


청와대에 가기 전까지 10년을 대우에 있었다. 청와대에 8년을 있었고, 이후 7년간 효성그룹을 비롯하여 벤처기업, 출판사에 근무했다. 

 

25년의 직장생활동안 주로 연설문을 썼다. 다른 사람의 말을 쓰는 것인데, 결국 말과 글이었다.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글을 쓰는 일을 했고, 비로소 나의 말을 하고 나의 글을 쓰고자 했다. 말과 글이라는 측면에서 같기도 하지만 전혀 다르기도 하다. 그동안은 자신의 존재가 없는 남의 말만을 써온 고스트라이터로 살아온 것이다. 

 

글을 쓰게 된 데에는 두 가지의 계기가 있었다. 한 가지는 오진으로 판명이 났지만 위암 선고를 받았던 일이었다. 바닥을 경험했던 나는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게 되었다. 

 

또 한가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직 후 하고자 했던 유일한 일로 글쓰기를 꼽았다. 5년간의 경험을 책으로 남겨 국민들과 후대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며 역할이라 늘 말씀하셨지만 결국 글을 쓰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 나에게 책을 쓰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8년간 경험한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역사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이러한 부분에서 용기를 얻어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 

 

강원국 작가의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

 

 

Q. <대통령의 글쓰기>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데.


운이 좋게 그렇게 되었다. 내가 근무했던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에 있는 동안 그 책을 내게 되었는데, 출판사에서도 마케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책 출간 이후 책을 매개로 강연이 이어졌다. 나는 원래 말도 못하고 내 글이라는 것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메디치미디어는 나의 마지막 근무지로 자유가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었고, 그곳에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슬로우랜딩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운이 참 좋았다. 90%이상은 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강원국 작가의 강연 모습 (사진제공 : 강원국)

 

 

Q. 운은 스스로가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운이 좋길 바란다. 


사람은 만나는 사람이나 자신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지만 그것이 옳은 결정인지 나쁜 결정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것이 잘 된 경우가 다 운이라는 거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을 택한 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스로 운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하지만 경우의 수를 높일 수는 있다. 일도, 사람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경우의 수가 많지 않으면 운의 확률도 줄어든다. 많은 것을 해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거나 강연을 할 때에도 그것이 어떤 득이 될지 따지지 않는다. 선착순으로 약속을 잡는다. 그때그때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며 나의 경우의 수를 늘린다.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은 의미가 있었다고 믿는다. 

 

Q.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수용하는 가운데에서 운이 온다고 믿는다.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할 때 3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 역시 수용하는 자세였다. 불평불만을 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방법, 극복할 방도를 찾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나는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그냥 받아들이는 거다. 어떤 일을 당했을 때 ‘어쩔 수 없지’ 한마디면 그냥 해결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게 된다. 

 

Q. 나의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글을 쓴다는 것은 이전의 나를 출력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입력, 공부다. 많이 읽고 들으면서 입력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읽고 들은 것을 가지고 사색, 사유, 성찰, 궁리를 해야 한다. 글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것이다. 그 안에는 감정도 모두 포함된다. 

 

세 번째는 메모다. 생각은 휘발되기 때문에 그때그때 메모로 생각을 붙잡아 둬야 한다. 단어 메모는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안된다. 일종의 문장이나 문단 형태의 메모여야 한다. 난 블로그, 페이스북, 스레드, 워드프레스, 카카오톡 채널, 티스토리, 엑스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마지막은 말하기다. 쓰기 전 말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인생 공부>

 

 

Q.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온전한 삶을 살기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읽기와 듣기, 말하기, 쓰기가 상통해야 한다. 이 네 가지의 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기와 듣기에는 익숙하지만 말하기와 쓰기에 대해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퇴직 후에도 독서 모임이나 강연 등을 통해 읽기와 듣기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난 이분들에게 말하기와 쓰기를 권한다. 처음 시작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는 말하기와 쓰기 중 한 가지만 하거나 둘 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찾은 방법은 말하기와 쓰기를 함께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말한 것을 글로 쓰고, 말할 것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말하는 것이 두려울 때에는 미리 글로 준비하면 된다. 글을 쓰지 않기 때문에 말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글에 담긴 내용은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만 형식은 같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다. 슬로우랜딩을 했으니 이제 서서히 잘 내려가고자 한다. 현재 약속되어 있는 책이 몇 권 있다. 그 책들을 집필하는 일 외에 새로운 일을 만들지는 않으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죽을 때 ‘참 좋은 사람이었어’가 아니라 이유와 근거가 있는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더라도 진짜 좋은 사람으로 살았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사회에서의 업적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무얼 했느냐 보다 어떻게 살았느냐,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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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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