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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도자를 통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건축도자’ 작가 안재희 

2025-02-13

건축과 도자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건축과 그 공간 안에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도자에 대해 비슷한 감성과 결을 지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축과 도자 사이에는 이보다 훨씬 더 새롭고 획기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단순히 건축과 도자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아닌,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건축도자’라는 장르를 개척한 안재희 작가는 건축적 사유에 도자의 물성을 더해 공간과 조형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안재희, <기도>

 

 

안재희 작가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이 주는 공간과 구조의 미학에 매료되었던 그녀는 손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우연히 도자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도자에 대해 강한 감동을 느낀 안재희 작가는 건축의 언어를 흙으로 표현하기로 했고, 건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조형적 구조와 공간이 지닌 의미를 도자에 담기로 했다. 

 

건축적 사고와 건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자의 구조와 디테일을 구성하는 안재희 작가는 건축적 요소와 도자의 물성의 결합을 통해 조형성과 구조, 공간성이 어우러진 형태를 창조해낸다. 안재희 작가는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사유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안재희 작가는 동대학교 도예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했다. 이후 지금까지 3회의 개인전을 가진 안재희 작가는 지난 공예트렌드페어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건축도자 분야를 대중에게 소개했고, 건축도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  

 

‘건축도자’라는 새로운 분야를 통해 건축의 조형적 구조와 공간이 지닌 의미를 사유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안재희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안재희 작가

 

 

Q. 건축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도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나. 


건축을 공부하며 공간과 구조의 미학에 매료되었지만, 손으로 직접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의 권유로 우연히 도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건축모형을 만들 때처럼 정확한 형태가 나오지 않는 흙의 물성이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때는 흥미보다는 이 재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도전의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집 뒷마당에 가스가마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불을 때게 되었습니다. 가마의 문을 열었을 때, 외부와 내부의 온도 편차로 인해 도자기 표면에 크랙이 생기며 들려온 청량한 소리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번조 과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19시간 동안 가마를 지키며 고생하던 끝에 환원불이 빚어낸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도자를 끝까지 할 거 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흙이 손에 익숙해질 무렵 건축공학을 전공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건축의 언어를 흙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도예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안재희, <건축적 사유>

 

 

Q. 도자에 대한 공부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책을 보며 공부하고 직접 실습을 해보면서, 배운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라믹요업기술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왕복 3~4시간 거리를 한 달 동안 매일 운전하며 다녔는데, 아마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고생이라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지인의 작업실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고, 인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도자를 공부했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도자기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작업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Q. 건축과 도자가 어떻게 접목되는지 궁금하다. 


건축설계 도면은 건물이 지어지기 전, 건축물의 전체적인 구조와 개념을 담은 일종의 설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면적인 도면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3차원적 공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도면의 공간분석에 착안하여 도면을 도자타일 형식의 유닛으로 변환하고, 이를 재구성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배열되거나 혹은 우연적으로 형성된 배치 속에서 건축의 조형성과 공간성이 새롭게 발현되기를 기대하며 작업을 합니다.

 

 

안재희 작가의 건축도자 시리즈

 

안재희, <아름다운 날들>

 

안재희 작가의 청자공모전 특선작

 

 

Q. 건축에 대한 경험이 현재의 작업에 어떻게 작용되나.


건축도면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공간의 구성과 형태를 일차원적으로 재해석하여 풀어내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따라서 건축에 대한 이해는 작업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적 사고는 도자 작업에서도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와 디테일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 작업 철학,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건축도면을 이해하고, 이를 도자를 통해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출발합니다. 건축도면은 단순한 평면적 기록이 아니라,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설계자의 사고 과정이 담긴 도구입니다. 이러한 도면을 일차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도자 타일 형식의 유닛(Unit)으로 변환하여 공간성과 형태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작품 제작 과정은 먼저 건축도면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도면을 통해 공간의 구성, 형태의 흐름,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일차원적으로 해석합니다. 분석된 도면의 요소들을 도자 타일 형식의 유닛으로 조각화 하여 변환합니다. 각 유닛은 건축의 기하하적 형태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형태와 공간이 새롭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다음은 개별 유닛을 배치하고,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거칩니다. 작업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의도된 배열뿐만 아니라 우연적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조형적 구성을 찾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건축과 도자의 경계를 탐구하며, 조형성과 공간성이 공존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재희 작가의 작업 과정

 

 

Q. 작업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작업을 함에 있어 철학의 중심에는 크게 ‘건축적 사고를 도자에 담아낸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건축이 공간을 구축하는 것처럼 도자 또한 형태와 질감을 통해 하나의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도자의 물성과 건축적 요소가 결합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며, 조형성과 구조, 그리고 공간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형태를 찾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제 작업이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건축을 사유할 수 있는 매개체로 가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사유입니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구축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삶의 흔적과 서사를 담아내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자를 통해 이러한 건축적 사고를 재해석함으로써, 공간의 의미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시간과 관계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개별 유닛을 조합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삶의 다양한 관계와 경험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긴장감까지 은유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배치가 아닌, 시간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얽히며 완성되는 유기적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자들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력을 더해보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월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보인 안재희 작가의 작품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 해 12월 공예트렌트페어를 마치고 곧바로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서울의 작업실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서도 공방이 운영되는 곳이 있어 이곳에서도 무리 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베트남의 도시와 건축물이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어 이를 통해 조형적 가능성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베트남 건축물을 연구하고, 그 공간적 특징을 도자를 통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서 형성된 건축언어가 도자를 매개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탐구하며, 공간과 조형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건축도자를 알리고 현지 문화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안재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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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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