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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대통령실 로고 교체, ‘실용주의 디자인’의 한 걸음

2025-06-18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용산시대 시작과 함께 발표됐던 대통령실 상징체계(CI)는 발표 직후부터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형상, 검찰 로고를 연상케 하는 구성, 심지어 인터넷 밈(meme)으로까지 확산된 패러디물들. 당시의 혼란은 단순한 디자인 문제를 넘어, 국가상징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 전반을 되돌아보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대통령실 로고가 다시 교체되었다. 새 정부는 논란 많았던 CI를 과감히 폐기하고,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로고를 재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일부에선 과거 회귀라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이 결정을 매우 ‘잘한 일’로 평가하고 싶다. 이유는 명확하다. ‘실용주의’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결정은 합리적이고 타당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만든 대통령실 로고. 기존 로고의 디자인 자산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과 시간, 행정적 혼선을 크게 줄였다.

 

 

첫째, 정치적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행정의 효율성과 디자인의 상징성이다. 대통령실이라는 상징적 기관의 얼굴이 될 로고는 국민에게 안정감과 일관된 메시지를 줘야 한다. 과거 청와대 로고는 이미 다수 국민에게 익숙하고, 대통령 집무 공간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기능해왔다. 이를 재활용하는 것은 낯선 디자인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상징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이다.

 

둘째, 예산 절감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과거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CI 개발은 1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이고도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그에 비해 이번에는 기존 로고의 디자인 자산을 재활용함으로써 새로운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과 시간, 행정적 혼선을 크게 줄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실용 행정’이다. 특히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불필요한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태도는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다.

 

셋째, 이번 결정은 디자인 산업계에도 작은 메시지를 던진다. 이전 로고 논란은 공개입찰 방식의 문제, 형식적인 심의위원회의 한계, 그리고 ‘무늬만 전문회사’의 수주 등 제도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반면 이번 로고 회귀는 이 모든 과정의 비효율성을 정면으로 반증한다. 디자인은 보여주기식 행정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언어다. 이 언어가 혼란스러울 바에는, 익숙하고 검증된 언어를 쓰는 편이 더 낫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시대 시작과 함께 발표됐던 대통령실 로고. 발표 직후부터 검찰청 로고와 닮았다고 하여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대통령실 상징체계를 새로 만드는 계획이었다면, 이 기회에 ‘진짜배기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입찰 구조, 탈락보상금(리젝트피) 제도의 도입, 전문성 중심의 심의위원회 구성 등 제도적 개선까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했다. 더 잘 만들기 위한 과욕 대신, 더 낫게 기능할 수 있는 현실적 판단을 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통령실 로고 교체는 디자인을 정치의 도구가 아닌 공공의 자산으로 대하는 실용적 접근의 사례다. 거창한 형식보다 익숙한 기능, 파격보다 안정의 미학을 택한 이번 결정이 오히려 국민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실용주의 디자인, 그 첫걸음은 때때로 ‘되돌아가기’ 또는 ‘재활용하기‘일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의 디자인정책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으로 진일보하기를 희망한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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