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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인류를 향한 메시지, 전후석 감독

2026-01-05

디아스포라.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을 말한다. 본래는 세계에 흩어져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타국에서 살아가는 재외동포들이 갖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과 함께 언급되곤 했다. 그러한 탓에 ‘디아스포라’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저 너머의 이야기’로만 느껴졌었다. 이방인이었던 적이 없는 내가 어떻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들 속에서 그들을 우리와 같지만 다른 사람들로 규정했었다. 

 

‘디아스포라’는 그런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개념이었다.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이 없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는 개인적인 해석이 무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디아스포라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디아스포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것은 전후석 감독에 대해 알게 된 후였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기도 한 전후석 감독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쿠바 여행중 한인 4세 택시기사를 만난 후 디아스포라에 관한 영화를 찍게 됐다. 가장 의미 있던 일로 그 택시 기사와의 만남을 꼽는 전 감독은 쿠바에서 사회의 혁명과 대한독립을 외친 한인 2세의 이야기를 다룬 <헤로니모>를 세상에 선보였다. 

 

전후석 감독 (사진: 정준 영상기자)

 

 

그는 이후 <초선>을 제작하기도 했다. 미 하원선거 출마한 한인후보 5명을 조명하며 가치관이 다른 이들의 공존에 초점을 둔 이 영화는 미국 한인사회의 다층적 불편함을 다룬 영화로, 2022년 개봉이 됐다. 

 

현재 그는 새로운 영화를 준비중에 있다. 북한 발달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의사의 여정을 다루는 이 영화에서는 좀 더 확장된 눈으로 디아스포라를 바라보게 한다. 디아스포라가 지역과 인종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다수와 소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어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말한다. 

 

전후석 감독 (사진: 정준 영상기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며 성장한 그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어느 날 갑자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었다.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작업을 통해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적과 방향성은 명확하다. 그는 우리 모두에게 새롭게 ‘나’를 돌아보고 ‘우리’를 다시 정의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디아스포라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의 책 <당신의 수식어(더 큰 세상을 향한 전후석의 디아스포라 이야기)>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Q. 한국말이 무척 유창하다. 


아버지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실 때 내가 태어났다. 5살때까지 미국에서 살다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왔고,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다. 만 18세가 되기 전 국적을 결정해야 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보고 ‘카프레디엠’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국으로 가게 됐다.

 

Q.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미국 국적을 택한 만큼 미국 사람이 되어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색인종, 아시아인, 한국인이었지만 한국 국적자는 아니었던 나는 미국에서 살기위해 한국에서 경험했던 모든 감성과 성향, 세계관을 버려야 하는 건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던 찰나 대학에서 LA폭동사건에 대해 배우게 됐고, 디아스포라의 존재, 재외동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LA폭동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로 하여금 ‘한인 이민자’에서 ‘재미한인’이 되게 한 사건으로, 한인사회 내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 역시 소수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았고,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기능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전후석 감독과의 인터뷰 (사진: 정준 영상기자)

 

 

Q. 디아스포라에 대한 고민과 변호사 활동과의 고리는 무엇이었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 자체가 출발점이었다. 한인 사회 내에서 활동을 하고 주류로 진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이중 정체성 형성에 대한 화두로 로스쿨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입학 전 가장 먼저 간 곳은 중국 연변이었다. 교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중국 동포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재미한인으로의 정체성이 또 한 번 해체되는 경험을 했다.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명할까, 그들이 중국화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공부하면서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고군분투에 대해 깨달았다. 

 

그때부터 디아스포라 기행이 시작됐던 것 같다. 한때는 북한인권에 대해 깊이 심취했던 적이 있었고, 탈북자 친구들의 다중적인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지켜보기도 했다. 여러 이유로 해외에 나갈 땐 늘 그곳의 교포들을 만나는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여러 나라의 디아스포라 집단들을 만나면서 나와 그들의 정체성와 유사점,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한반도와 해외 동포들, 2, 3세 등 후세대들과의 관계 정립 등에 생각하게 됐다. 

 

Q. 변호사 활동을 하다 영화감독이 됐는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난 후 쿠바로 여행을 갔다. 관념적인 지적 향유가 직업이 된 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일이 그때 일어났다. 내가 탄 택시의 운전기사가 한인 4세라는 말을 듣는 순간이었다. 디아스포라나 재외동포 이슈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인연이지만, 나에겐 무척 특별하게 느껴졌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내가 이 택시를 탄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미국에 돌아와 준비를 하고 다시 쿠바로 향했다. 2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3년반동안 영화를 제작했다. <헤로니모>였다. 쿠바 한인들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가늠해보는 영화로, 국내에서 2019년 개봉을 했다. 

 

전후석 감독의 <헤로니모> 

 

 

Q. <초선>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헤로니모> 이후 다시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려고 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을 직업으로 삼기엔 현실적인 장벽이 많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등 여러가지 이슈로 다음 이야기거리가 있을까 하고 살펴보던 중 미국 2020년 대선과 함께 2018 남북정상회담에 미국이 미친 영향 등이 떠올랐다. 

 

3명의 백인 미국 정치인들의 충동적인 결정으로 한반도의 평화가 흐지부지 되었지만, 만약 그 중 한 명이 재미한인교포였다면 어땠을까, 더 많은 재미한인들이 미국 주류 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한반도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연방 하원 선거에 도전하는 5명의 재미 한인 정치인들의 선거 여정의 이야기를 담은 <초선>을 2022년 개봉을 하게 됐다. 

 

전후석 감독의 <초선>

 

 

Q. 새로 준비하는 영화는 어떤 내용인가.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다. 북한의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의사 부부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들은 13년간 북한에서 발달장애아동을 돕는 일을 하다 코로나때 외국인들과 함께 북한에서 나오게 됐는데, 이후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의 발달장애아동 가족들과 함께해 오기도 했다. 지금은 그분들과 함께 북한에 들어가 북한 발달장애아동 가족을 촬영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박사님은 “가장 소외된 자들의 관계회복을 통해 한반도의 회복을 미리 경험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 이야기를 통해 인간관계 회복, 공동애를 담고자 한다. 

 

전후석 감독 (사진: 정준 영상기자)

 

 

Q. 디아스포라가 왜 중요한가.


한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디아스포라에 대해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담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재외동포수가 800만 명이라고 한다. 5천만명의 16%에 해당하는 숫자다. 우리나라로 돌아온 해외동포, 조선족, 고려인 등을 합치면 100만 정도가 된다. 뿐만 아니다. 해외 이주 노동자, 외국인들이 점차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경계선 하나를 두고 2,500만 명의 또 다른 한인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 

 

다문화 속에서의 평화로운 공존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숙명’이라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담론으로 풀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아스포라다. 재외동포들은 그들의 스토리와 사유방식, 삶의 방식을 통해 자신이 머무는 국가에서 다른 민족들과 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 세계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디아스포라는 지리적 개념을 넘어 철학적 사유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의 개념과 사상, 존재 방식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디아스포라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_ 정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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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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