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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시론] 모두를 창업가로 만들 수는 없다 — 정부는 왜 창업가보다 창업센터를 더 많이 만드는가

2026-06-26

최근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보며 한 가지 우려가 든다. 과연 ‘창업’은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부는 ‘국가창업시대’를 선언하며 창업을 국민운동 수준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한다. 전국 곳곳에 창업센터를 만들고, 창업캠퍼스를 조성하고, 창업교육과 멘토링, 컨설팅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취지는 좋다.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다른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는 지금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창업을 지원하는 조직’을 지원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에는 이미 수많은 창업지원기관이 존재한다.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진흥원, 대학 창업지원단, 청년창업센터까지.
건물도 많고 프로그램도 많고 담당자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다. 창업지원 공간은 늘어나는데 정작 청년들은 창업을 두려워한다.
창업교육은 넘쳐나는데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정책’이 아니라 ‘욕망’이 만든다>

 

사람들은 정부가 창업하라고 해서 창업하지 않는다.
“저 사람처럼 성공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생길 때 창업한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는 성공한 창업가들의 역사였다. 정주영이 있었고 이병철이 있었으며 김우중이 있었다. 이후에는 이해진, 김범수, 배달의민족, 토스, 당근마켓 같은 새로운 성공신화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창업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사례’를 보고 창업한다.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희망이다.
창업가가 존경받고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반대로 사회 전체가 기업가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바라보고, 언론이 창업 성공보다 기업의 CEO 처벌과 노사 갈등을 더 많이 보도한다면 누가 창업에 뛰어들겠는가.

 

창업은 경제행위이기 전에 ‘심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창업가보다 창업센터를 더 많이 만들고 있다>

 

오늘날 창업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보여주기 행정’이다.

 

‘모두의 창업’이 실제 창업 생태계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공간 조성, 교육 프로그램, 지원사업 확대의 이름으로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창업기업 숫자는 성과가 불확실하다. 하지만 창업센터 건립은 눈에 잘 보인다.
창업캠퍼스 개관 뉴스는 보도자료가 되기 쉽다. 입주기업 수는 숫자로 집계된다.
멘토링 횟수도 보고서에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다.
그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살아남았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이 투자유치에 성공했는가. 얼마나 많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는가. 얼마나 많은 창업가가 부자가 되었는가.

 

창업정책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시설과 프로그램, 행사와 교육의 숫자로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창업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창업행정’ 만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창업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사례’를 보고 창업한다.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희망이다. 창업가가 존경받고 창업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창업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 비용을 낮추는 일>

 

창업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실패 후 남는 빚이다.

 

창업과 동시에 임대료, 인건비, 세금, 플랫폼 수수료,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줄줄이 빠져나간다.

 

정부는 창업지원금을 준다. 하지만 그 돈은 대부분 몇 달이면 사라진다. 창업자가 원하는 것은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실리콘밸리가 강한 이유는 성공률이 높아서가 아니다. 실패가 낙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도 한 번 실패하면 신용이 무너지고 재기가 어렵다. 창업을 장려한다면서 실패의 책임은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모순이다.

 

<엑싯 없는 창업정책은 반쪽 정책이다>

 

정부 창업정책의 가장 큰 맹점은 엑싯(Exit)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창업은 시작이 아니라 끝에서 완성된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언젠가 상장이나 M&A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창업지원은 많지만 엑싯 시장은 여전히 좁다. 좋은 회사를 만들어도 팔 곳이 없고 상장 문턱은 높고 M&A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창업가가 돈을 벌 수 없고 투자자가 회수할 수 없다면 자본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창업 생태계는 지원금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대수익으로 움직이는 법이다.

 

<‘모두의 창업’이 아니라 ‘창업할 자유’>

 

필자는 정부가 창업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
창업센터를 더 짓는 것보다 성공한 창업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창업교육을 늘리는 것보다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지원금을 늘리는 것보다 실패 비용을 줄여야 한다. 공모전보다 M&A 시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업정책의 성과를 ‘지원 기업 수’가 아니라 ‘생존 기업 수’, ‘고용 창출 수’, ‘엑싯 기업 수’로 평가해야 한다.
창업은 지원금이 아니라 희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멘토링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다.
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한 채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면 그것은 ‘창업정책’이 아니라 ‘창업행정’에만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만들어야 할 것은 ‘모두의 창업’이 아니다. ‘누구나 성공을 꿈꿀 수 있는 창업 생태계’여야 한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새로운 창업센터가 아니라 새로운 ‘성공신화’에서 시작된다. 성공한 창업가 한 명이 수백 개의 창업교육보다 더 강력한 정책이 될 수 있다.


글_ 정석원 편집인
그림_ X4 콘텐츠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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