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9
제주 탐나라공화국의 강우현 대표가 또 하나의 엉뚱한 실험을 시작한다. 이름하여 ‘막가이버 100일학교’다. 등록금은 100만 원인데 장학금은 1인당 최대 500만 원이다. 학생은 딱 5명만 뽑는다. 100일 동안 제주에 머물며 현장에서 일하고, 만들고, 기획하고, 마지막에는 실제 창업까지 도전한다. 첫 달은 WORK, 둘째 달은 MAKE, 셋째 달은 START다.
더 놀라운 조건은 ‘100일 무휴’다. 요즘 교육 프로그램의 모집 조건으로는 꽤 무모해 보인다. 모집 공고가 나가자 “100일 동안 어떻게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강우현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휴식의 지혜를 찾는 것도 실력이다.” 또 “매일 노동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시키는 일만 하면 노동이고, 스스로 하면 문화다.”
필자는 이 두 문장 속에 ‘막가이버 100일학교’가 기존의 창업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강우현 대표가 왜 이런 무모한 학교를 시작하려 하는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강의실에서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창업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 대학과 각종 지원기관에서 창업학교와 창업캠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배우고, 시장을 분석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는다. 마지막에는 잘 정리된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한다.
물론 이런 교육도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창업 현장은 사업계획서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갑자기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돈이 떨어지기도 하고, 물건이 망가지기도 한다. 열심히 만든 제품을 아무도 사지 않을 수도 있고, 어제까지 가능했던 일이 오늘 갑자기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매뉴얼에 적힌 정답보다 눈앞의 문제를 발견하고 자기 방식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학교에 붙은 ‘막가이버’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막가이버에게 완벽한 장비와 조건이 주어지는 법은 없다. 주변에 있는 몇 가지 도구를 이용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막가이버 정신이란 특별한 손재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조건에서도 스스로 답을 만들어내는 태도인지 모른다.
창업가에게 필요한 능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부족한 조건에서도 일단 시작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100개의 경험에서 하나의 사업을 찾아라>
‘막가이버 100일학교’의 교육목표는 독특하다. 100 → 10 → 1 → 10.
100개의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10개의 키워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하나의 창업으로 만들고, 다시 10개의 사업이나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방식이 꽤 흥미롭다. 보통의 창업교육은 반대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먼저 무엇을 창업할 것인지 정하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사업계획서를 만든다. 하지만 100일학교는 먼저 현장으로 들어가 경험하라고 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하고, 다시 해본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문제와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디자인은 컴퓨터 앞에서 갑자기 탄생하지 않는다. 사람을 관찰하고, 불편을 발견하고, 현장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100개의 경험은 100개의 창업 씨앗인 동시에 100개의 디자인 리서치가 될 수 있다. 그 경험 가운데 반복해서 눈에 들어오는 문제를 10개의 키워드로 압축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하나를 실제 사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먼저 만들고 현장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건져 올리는 방식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많은 창업교육에 부족했던 것이 바로 이 순서인지도 모른다.
<왜 ‘마지막 제자’를 찾는가>
강우현 대표는 이번 참가자를 단순히 학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신의 ‘마지막 제자’를 찾는다고 한다. 아직 정정한데 왜 벌써 마지막 제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신은 교육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권처럼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단 한 명이라도 진짜 ‘똘끼’가 있는 사람, 자신의 그림자 같은 재목을 남기고 싶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운명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똘끼’는 단순히 괴짜가 되거나 튀는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 강 대표가 찾는 사람은 ‘저지르며 수습하는 자’, ‘생각과 행동의 순서를 따지지 않는 자’, ‘맨손으로 일어서고 싶은 자’, ‘문제를 보면 답을 내고 싶어 환장하는 자’, 그리고 ‘세상 탓을 하지 않고 조용히 내공을 다져가는 자’다.
생각해 보면 우리 교육이 가장 만들어내기 어려운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틀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정답을 찾고, 평가기준을 확인하고,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익혔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때때로 그 반대다.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먼저 움직여보고, 실패하면 고쳐서 다시 해보는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교육에서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어떻게 수습하고 다시 시작할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오는 9월, 제주 탐나라공화국에서 100일간의 무모한 실험이 시작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95%의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할 때, 누군가는 나머지 5%의 가능성에 걸어야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그림: AI 생성)
<현장에 널려 있는 것들은 어떻게 IP가 되는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현장의 IP와 콘텐츠를 활용해 창업한다’는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IP라고 하면 캐릭터나 웹툰, 영상, 상표처럼 이미 완성된 지식재산부터 떠올린다. 그러나 지역의 현장에는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수많은 IP가 존재한다.
오래된 집과 버려진 물건, 한 사람의 기술, 마을의 전설, 농산물, 돌담과 숲길, 오래된 가게, 할머니의 음식법까지 누군가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면 훌륭한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눈이다.
강우현 대표가 남이섬과 제주 탐나라공화국에서 오랫동안 해온 일도 결국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만들고, 공간에 배치하고,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이다. 버려진 것에서 쓸모를 찾아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 이야기를 입혀 하나의 콘텐츠로 바꾼다.
필자는 이것이 디자인이 하는 일과도 매우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치를 찾아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가이버 100일학교가 성공한다면 단순히 다섯 명의 창업자를 배출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현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콘텐츠를 찾아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내는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
<5060에게도 ‘막가이버 학교’가 필요하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지원자격을 ‘50세 미만’으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100일 동안 제주에 머물면서 육체노동과 지적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오히려 이런 학교가 5060세대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0~60대에는 20년, 30년 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다. 디자인을 했던 사람도 있고, 기업을 경영했던 사람도 있으며, 기술자와 공무원, 교사와 연구자도 있다. 문제는 은퇴 이후 그 경험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수십 년의 경력이 갑자기 과거의 이력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소를 지역으로 옮기고 새로운 문제를 만나면 그 경험은 다시 자산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게 부족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시니어가 가지고 있고, 시니어에게 부족한 새로운 기술과 감각을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시니어 막가이버 100일학교’를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더 나아가 50세 미만 5명과 50세 이상 5명이 함께하는 ‘세대융합 막가이버 학교’도 재미있을 것 같다. 2030세대의 AI와 디지털 기술, 새로운 감각에 5060세대가 평생 쌓아온 경험과 판단력이 결합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흥미로운 창업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젊은 사람에게 창업이 첫 번째 인생을 만드는 일이라면, 시니어에게 창업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다시 편집해 두 번째 인생을 디자인하는 일이 될 수 있다.
<95%가 안 된다고 할 때 5%에 거는 사람>
강우현 대표는 주변 사람들의 95%가 이번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나머지 5%의 가능성에 걸겠다고 한다.
어쩌면 창업과 디자인, 문화기획이 원래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이미 누군가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작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일단 시작하고, 문제가 생기면 수습하고, 다시 고쳐나가는 사람들이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든다.
그래서 필자는 ‘막가이버 100일학교’의 진짜 성과가 반드시 다섯 개의 성공한 스타트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00일을 보낸 다섯 사람이 이전과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를 보면서도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빈집을 보면서 ‘여기에 사람을 어떻게 불러올까’,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을 어떻게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만났을 때 “왜 안 되지?”라고 세상을 탓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되지?”라고 묻는 사람이 된다면, 그런 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사업계획서 100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강우현 대표가 던진 말이 다시 떠오른다.
“시키는 일만 하면 노동이고, 스스로 하면 문화다.”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키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라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배움에 가깝다.
오는 9월, 제주 탐나라공화국에서 100일간의 무모한 실험이 시작된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95%의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할 때, 누군가는 나머지 5%의 가능성에 걸어야 새로운 일이 시작된다.
그 5%에 한번 걸어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막가이버 정신’인지도 모른다.
글_ 정석원 편집인(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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