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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Fun + Design

2008-06-03


전시를 통해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에 대한 갈증을 풀어내는 디자이너들이 부쩍 눈에 띈다. 서울디자인위크, 서울디자인페스티발, 디자인코리아 등 정부나 민간단체가 한 축이 되어 진행되는 대규모 전시는 물론, 뜻 맞는 사람끼리 뭉쳐 소소하게 판을 벌이는 소규모 디자인 전시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29일까지 홍대 앞 BMH(Blindsound Media Hub) 전시장에서 열렸던 'FUN + Design' 展은 소신 있는 젊은 디자이너 17인의 기발한 작품이 속속 공개되었는데, 클라이언트 눈치 따위 보지 않은 ‘뻔뻔(fun-fun)한’ 디자인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고민을 공유하는 디자이너 커뮤니티 ‘디자이너스 파티(http://designersparty.com)’를 근간으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 17인이 뭉쳤다. 이들은 ‘디자이너스 프로젝트’를 결성,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에 대한 2% 부족했던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첫 전시를 준비했다.

애초에는 어렵지 않은, 쉽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선보이자는 간단명료한 취지 아래 ‘Fun design’을 주제로 상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여 디자이너들은 전시를 준비하며 많은 고민과 회의를 거듭한 끝에 “과연 ‘Fun’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철학적 명제에 봉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기발한 상상력으로 승부를 걸어 클라이언트나 소비자에게 단발마적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디자이너 스스로의 즐거움에 몰두하고 ‘나만의 Fun’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그렇게 찾아낸 즐거움이란 결국 디자인을 통한 즐거움, 디자인이 디자이너에게 선사하는 즐거움, 즉 디자이너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참여 디자이너는 이번 전시를 통해 디자인이라는 Fun을 확인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김대영 _3 step - 3 unit , 3 minutes, 3 product
가구 디자이너 김대영에게 있어 ‘Fun’은 ‘만드는 재미와 성취감’이다. 그는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즐거움을 디자인에 가져왔다. 수학적으로 고안된 3개의 모듈을 이용, 3단계의 간단한 전개를 통해, 3분 안에, 3가지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발한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사용자 직접 가구를 조립함으로써 ‘만드는 재미’와 ‘만들어내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데 그의 ‘Fun’에 밑줄이 그어진다. 또한 이 작품은,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김대영이 갖는 근본적인 ‘Fun’을 가늠하게 한다.



김새롬 _참새의 식사
디자이너 김새롬은 화병과 꽃을 다른 재료로 대체했을 때 빚어지는 의외성의 재미를 즐겼다. 참새깃털을 조밀하게 붙인 1m가 넘는 와인 잔에 노란 바나나를 얹어 꽃의 형상을 만들었는데, 보는 관점에 따라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디자이너는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이 이 작품의 취지이자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은학 _make your own shadow
자석을 활용해 조명의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김은학의 작품은 “디자이너는 최소한의 오브젝트를 제시하고, 2차적인 디자인 행위에 소비자가 동참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그의 ‘디자인관’을 대변한다. 디자이너는 “모던한, 심플한, 세련된 등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수식되는 디자인이 아니라 ‘나만의’, ‘나다운’ 디자인이 생겨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Fun Design’이다”라고 말했다.


김홍균 _50 MATERIAL SPACE - 상상력의 유형화
장난감 모형이 떠나는 신기한 공간 체험…. 공간 디자이너 김홍균은, 건축 모형 재료인 ‘스케일 모델’이 다양한 공간을 여행하는 놀이에 심취했다. 스폰지, 스트로우, 보도블록 등 익숙한 재료에 이 스케일 모델을 세워놓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해당 재료의 클로즈업된 화면이 재미를 자아낸다. 디자이너는 이를 두고 ‘상상의 장면을 유형화 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1:50 비율의 스케일 모델과 장소의 극대화된 재질이 수집된 장면들은 새로운 공간구축, 구성방식의 초석이 될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수집된 가상공간 경험(극대화된 재질의 공간)을 현실로 확장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박길성 _A kind of design method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박길성의 취미는 바로 ‘제품 분해.’ 그는 분해한 부품들을 수집하고, 이를 다시 재조립해 특정한 대상물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면 시계의 철재 밴드가 로봇의 팔이 되고,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를 탁상시계로 재탄생시켰던 것. 그는 “이 과정이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고 즐기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를 디자인의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적용시켜봤다”고 말한다. 제품 분해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기발한 재활용 디자인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김수연, 윤라희 _Melting Light
이름 그대로 조명이 녹아 내리고 있다. 고체가 열에 의해 액체로 변해 흐르는 현상을 우레탄 소재를 사용해 표현한 이 제품은, 조명의 기능과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마치 스냅사진으로 순간을 포착하듯, 흘러내리는 과정이 정지된 모습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가화 _2g-a
책갈피 사이에 넣어 두었던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하는 즐거움이 표현된 노트다. 돈은 물론이고, 잎사귀와 낙서, 영수증, 하물며 파리와 바퀴벌레까지, 페이지를 넘기다 맞닥뜨리게 되는 쇼킹한 이미지가 프린트되었다. 디자이너는 “일부러 표지와 속지 모두 ‘그냥 그런’ 수첩으로 디자인하고, 포장도 해서 구매자 역시 사용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해 웃고 넘어가는 것이 컨셉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호 _ 매듭, 필연적 행위를 넘어서
전선을 이용한 ‘매듭’으로 다양한 조명디자인 제품을 발표해온 디자이너 이광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작품은, 니트로 짠 옷처럼 전선을 가전제품에 씌워 전선과 가전제품이 원래 하나로 의도되었다는 것을 극대화한 선풍기다. 디자이너는 “나는 전선으로 조명을 만든다. 이번 작업은 전선 작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암시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하 _ kindle me!
디자이너 이재하가 만든 이 양초는 녹아 내리면서, 또 다른 쓰임이 발생한다. “모든 제품은 각각의 '쓰임'이 있고, 모두 '사용되어지기 위해' 만들어진다. 양초는 초 심지에 불을 붙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마치 타이머가 작동되듯 몸을 태워 없애기 시작한다. ‘나를 태워줘’라는 이름의 이 두 촛대는 양초의 사용이 진행되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쓰임을 다 하고도 의젓하게 대머리 아저씨와 처녀귀신의 머리카락이 되어주는 것이다.”


최민수 _Thief of Knowledge
최민수 디자이너의 ‘Thief of Knowledge’는 다급한 도망자의 모습을 담은 컷 만화와 한 묶음을 이룬다. 도망자는 "저 담을 넘으면 손에 쥔 모든 것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며 담을 넘기 위해 힘찬 도움닫기를 한다. 이어지는 다음 씬은 책의 세네카를 높은 담인양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넘고 있는 책갈피. 디자이너는 “죄인이 될 수 없는 '지식의 도둑', 우리는 저 담 너머에서 무엇을 훔쳐나올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홍제형 _WIRED BUTTON
음악을 들을 때 마다 이어폰 줄이 고정이 안 되어 거추장스러웠다면, 디자이너 홍제형의 'WIRE BUTTON' 제품이 유용하게 쓰여질지도 모른다. “셔츠의 단추를 여미듯 이어폰 줄을 단추에 고정시킬 수 있는 이 제품은 특별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어폰 사용의 불편한 기능을 개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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