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26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지향하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고 건축도자의 그윽한 향기에 빠져드는 2008년 기획전으로 내년 2월 8일까지 ‘건축도자-Old’ 展 (Architectural Ceramics-Old)을 개최한다.
자료제공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2006년 3월 개관 이래 건축도자의 위상 정립은 물론 재인식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며 ‘세계건축도자전’, ‘꿈꾸는 화장실전’, ‘아프리카전’, ‘신상호전’을 통해 건축도자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건축도자 전문미술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古 건축도자의 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조명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건축재로 상용된 건축도자의 유물부터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들의 눈과 손을 통한 창조적 변용의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시로 ‘古 건축도자의 재해석展, ‘마크 드 프라이에의 古 건축도자 사진展’, ‘건축도자유물展’, ‘가형명기展’으로 구성된다.
이는 古 건축도자를 박제된 유물로서가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소통의 장으로 초대하여 오늘날에도 유효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미래를 조망해보고자 하는 취지이다. ‘건축도자-OLD’ 展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전시로, 古 건축도자의 수 천 년 역사의 향기와 오늘날의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전시이다.
‘古 건축도자의 재해석展’은 역사적으로 이미 한 번 사용된 적이 있는 건축도자를 작품의 재료로 선택하여 조각, 도예,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 외의 작가들이 그들만의 시각으로 재해석(재창조)해나가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작가들은 7월 7일부터 8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연수관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 작가들이 작품 제작을 위하여 사용하는 재료는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1800~1900년대 벽돌 및 기와 등의 古 건축도자류이다. 영국의 앤드류 버튼(Andrew Burton), 일본의 타카마사 쿠니야수(Takamasa Kuniyasu), 스위스의 쟈크 코프만(Jacques Kaufmann), 그리고 미국의 토마스 라우어만(Thomas Lauerman) 이 해외작가로 참가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중, 김태곤, 장식, 정정주, 이은미, 그리고 최성재가 참여했다.
다양한 지평의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古건축도자라는 공통적 소재를 각기 다른 시각으로 관찰하고 상상하며 창조함으로써 건축도자의 또 다른 가능성을 인식하고 새롭게 제시하고자 한다. 열 명의 작가들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현장에서 완성해 낸 17점의 작품들은 전시관 실내는 물론 야외에 설치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古건축도자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우리 시대의 조형의식과 다양한 예술적 표현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마크 드 프라이에의 古건축도자 사진展 Photographs by Mark De Fraeye’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벨기에의 사진작가, 마크 드 프라이에(Mark De Fraeye)의 古건축도자 사진 40여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크 드 프라이에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작가로 한국 관련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한국의 아름다움을 약 20여 년 전부터 유럽에 알려오고 있기도 하다. 궁궐이나 사찰 건축의 고풍스러움은 물론 소박한 정취를 한껏 머금은 이끼 낀 기와, 빗물이 고인 마당 등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인간의 삶이 형성되고 그 흔적이 베여있는 공간을 앵글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의 전통 건축과 환경, 그 곳에서의 일상생활과 정서가 묻어나는 흑백 및 컬러사진을 소개한다. 아시아 지역의 건축은 기와, 벽돌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공통점을 지니지만, 또한 각국 고유의 특색을 지니며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마크 드 프라이에는 각국의 전통 건축을 소개함과 아울러 고 건축도자 풍경 너머에 존재하는 각국의 삶의 양식을 보여준다. 서양과는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동양의 여러 나라와, 특히 한국의 문화와 건축을 바라보는 마크 드 프라이에의 시선과 사유는 삶과 문화가 스며 든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재발견한 풍경들, 그것은 익숙해서 낯선 풍경이기도 하다.
‘건축도자유물展’은 기원전 5세기에서 기원후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만들어 사용하였던 건축도자 유물 1,000여 점을 소개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1층 갤러리에 동아시아 지역의 기와, 와당, 전돌을 비롯하여 지붕 위를 장식했던 잡상(지붕 기와 장식) 등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유물을 전시함에 있어서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옛 건축도자의 조형성과 장식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는 것이다.
역사성보다는 조형성을, 개별적인 유물적 가치보다는 전체가 어울려 빚어내는 전시 효과, 장식성에 방점을 찍는다. 예로부터 인간의 미적인 감수성을 담아 삶을 함께 했던 건축도자 유물들이 현대에 이르러서도 시대를 앞서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형명기(家形明器)란 부장품으로써 집 모양으로 만들어져 구워진 토기 종류를 말한다. 부장품의 하나로 내세에서의 삶이 현세와 같이 안락하기를 바라는 명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현세의 생활상이 투영되었기 때문에 가옥뿐만 아니라 방앗간, 정원, 창고, 부뚜막, 화장실, 축사 등 당시의 주거 종류와 형태를 반영하고 있어 현재에는 찾아 볼 수 없는 고대 건축물과 주거 양식의 변천을 연구하기에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이번 ‘가형명기展’은 다양한 형태의 가형명기 200여 점을 그 조형적 아름다움에 주목하여 선보인다. 200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만나는 가형명기의 세계는 소박하고 정겹다. 내세의 삶에 대한 고대인들의 순진한 믿음 위로 묻어나는 현대적인 감각의 형태와 기이한 상상력은 시ㆍ공간을 뛰어 넘어 현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