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8
‘윌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예술적 유산’전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들과 함께 그가 남긴 작품들과 예술의 대한 철학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작은 프레임 안에서 신비한 마력을 발산하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을 비롯해 총 27명 작가의 62점의 작품을 지난 11월13일부터 선보인 전시는 내년 2월14일까지 계속 된다. 이번 전시 기획을 관통하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를 살펴보고, 전시를 함께 소개한다.
에디터 | 김유진 ( egkim@jungle.co.kr)
자료제공 | 서울대학교 미술관 (MoA)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감성을 일깨운다. 이것이 때로는 감동이라는 단어로 정리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이자 화가이자 판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가 영향을 끼친 대상은 바로 그의 동시대 예술가들을 포함해, 현대까지 이르는 후대 예술가들이다.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위트워스 갤러리(The Whitworth Art Gallery)와의 협력으로 전시를 기획한 서울대미술관의 ‘윌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예술적 유산’전은 이 18세기 영국 예술가가 예술사에 직간접적으로 남긴 ‘위대한 유산’을 조망하는 전시다.
사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미술사 속에서 그리 주목 받지 못한 작가다. 우주와 자연의 본질을 파고드는 그의 작품에는 유난히 상징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를 제대로 평가할만한 공감이 어려웠다. 게다가 인간의 심연의 무의식과 내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등 예술의 상상력에 기반해 예술의 예언적 성격을 강조하는 등의 신비주의적 속성, 윤곽선이나 표현법 등이 고딕 양식과 흡사해 그는 단순히 앞선 예술가들의 형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아마추어 정도로 이해하는 관점도 존재해왔다.
동시대 평론가인 로버트 헌트는 심지어 “한 정신질환적인 두뇌의 폭발”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혹평은 동시에 그의 작품세계가 얼마나 환상적이고 낭만주의적인 표현력을 가졌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태고의 나날들’(The Ancient of Days)에서 블레이크는 신으로 보이는 한 거대한 존재가 커다란 컴퍼스를 들고 세상의 공간을 측정하고 설계하고 통제하는 장면을 작품에 담았다.
여기서 이 창조주는 블레이크의 예언서 ‘유리즌의 서’에 등장하는 인물 유리즌(Urizen)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영원과 결합된 온전한 존재였으나, 상상력을 잃고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상상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술관과 직결되는 작품이다.
이 ‘태고의 나날들’이 그의 시집
<유럽>
의 삽화인 것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그의 작품은 독립적인 회화 작업보다는 시나 글이 곁들어진 하나의 삽화로 존재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순수의 노래’, ‘경험의 노래’, ‘천국과 지옥의 결혼’, ‘아메리카’ 등은 모두 글과 삽화가 있는 작품집이다. 그래서 그는 영문학 분야에서 깊게 다뤄지는 낭만주의 시인이기도 하면서, 화가이고, 책 형태의 작품집을 제작하기 위해 ‘릴리프 에칭’이라는 자신만의 판화 기법까지 고안한 판화가이기도 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이미지들의 연속적인 유기적 조합”이라는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당대로서는 보기 드문 전방위적 예술가였다.
“그리스 예술은 수학, 고딕예술은 살아있는 형식”으로 보았던 것처럼 그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고딕적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재해석 했다.
스스로 성경, 시인 밀턴과 단테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술관은 아마도 합리주의에서 낭만주의로 이행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윌리엄 블레이크는 영원을 담보한 예술의 정신적 가치에 큰 의미를 두었다. 어쩌면 예술이 지닌 무한한 힘을 믿었던 까닭에 그의 작품이 다른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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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윌리엄 블레이크가 처음 소개되는 것이긴 하지만, 작품의 수량으로 따지자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블레이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당대 및 후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술적 유산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블레이크와 동시대 인들. 1770년대 말에서 1780년대 초에 친분이 있었던 두 작가들 퓨슬리와 플렉스먼, 윌리엄 블레이크에게 단테의
<신곡>
삽화를 맡기기도 했던 존 린넬, 블레이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조직된 예술단체 ‘고대인들(Ancients)’의 작업도 조명된다.
둘째는 빅토리아 시대의 블레이크. 그의 사후에 그의 일생에 대한 책과 평론이 담긴 수필 등이 발간되면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들은 수집가들뿐만 아니라 예술가, 작가들에게 유명세를 탔다. 당시 새로운 화풍의 예술운동을 선보였던 라파엘 전파와 이들의 표현 철학을 수용했던 포드 매독스 브라운을 비롯해, 오브리 비어드슬리 등 빅토리아 시대의 디자이너들까지 블레이크의 작업을 재평가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에 블레이크의 작품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세번째는 근대와 현대의 블레이크. 판화가로서 블레이크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19세기말 미술공예운동의 참여했던 예술가들, 낭만주의적 화풍 뿐만 아니라 만물 근원의 에너지를 예술로 형상화했던 블레이크의 시각을 이어받은 세실 콜린즈, 폴 내쉬, 아뉘쉬 카푸어 등 20세기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를 보다 다각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강도 마련된다. 11월19일 2시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최종고 교수의 ‘블레이크의 욥기와 괴테의 파우스트’, 11월26일 2시에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홍성욱 교수의 ‘뉴튼과 블레이크’, 그리고 12월3일 4시에는 서울대미술관 정형민 관장이 ‘블레이크와 근대 동양’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연다.
* 입장료 : 3,000원 (단체 및 관악구민 2,000원)
* 휴 관 : 월요일 및 국정공휴일
* 문 의 : 02-880-9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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