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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가장 보편적인 서체 '헬베티카 Helvetica'는 완전하다

2009-08-11

영화 감독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이 두 편의 “디자인 다큐멘터리”를 들고 서울을 방문했다. 종로에 위치한 극장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린 디자인 다큐멘터리는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다녀가는 바람에 기간을 연장하기에 일렀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 중 <헬베티카> 는 최초의 그래픽 다큐멘터리 라는 타이틀을 단 영화다. 디자인의 정석이 되어버린 헬베티카는 완전함과 고루함 사이에서 디자이너들의 편이 갈린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산세리프 글꼴의 모델인 헬베티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에디터 | 이안나( anlee@jungle.co.kr)
자료제공 | 헬베티카 공식 홈페이지


그래픽 디자이너 매튜 카터는 헬베티카를 말하면서 ‘수확체감’을 예로 든다. 누구나 알고 있기에, 서체가 지닌 의미가 반감되었다는 것이다. 헬베티카는 사실 그래픽을 다루는 사람을 비롯해, 일반인들도 잘 알고 있는 글꼴이다. 모더니스트에게 헬베티카는 손댈 곳이 없는 서체이고, 그래픽을 변주시키려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전쟁’, ‘파시즘’으로 읽힌다.

서체 헬베티카는 1957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어느 스위스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했다. 5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가장 보편적인 서체로 사랑을 받기까지 헬베티카는 시간을 거슬렀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해 녹슬지 않았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매일 헬베티카와 마주치고, 헬베티카를 선택하는 이유를 감독은 70여 명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인사들을 입을 빌어서, 서체에 숨겨진 전략과 미학을 말해준다. 그리하여 하나의 서체는 그래픽 디자인, 현대 시각문화에 관한 작품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헬베티카는 스위스에서 2차 세계대전 후에 전쟁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자 환상, 환영적인 외피를 입고 만들어진 모던하고 우아한 산세리프 글꼴이다. 초기 명칭은 스위스의 라틴어식 표기인 헬베티아(Helvetia)였으나 서체 이름이 나라명인 것을 반대한 개발자로 인해 헬베티카로 바뀌었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가 차지하는 공간은 물론 여백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헬베티카는 검은 잉크와 흰 종이의 공간 배분이 수학적이라고 할 만큼 완벽하다. 현재 맥 컴퓨터에 탑재된 헬베티카부터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를 비롯한 곳곳에 헬베티카가 자리한 까닭도 글꼴을 배열하는 그리드의 완벽함 때문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 효과가 높은 폰트로 헬베티카로 인해 디자이너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조형적으로 완벽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작업에 단일 글꼴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헬베티카가 장악하는 덫에 빠지길 거부한다. 영화에서는 헬베티카의 완벽함을 두고 세계화적이고 군사적인 폰트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헬베티카는 다국적 대기업들이 채택하면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서체가 됐다. 중립적이면서가독성이 뛰어난 형태는 특히 컴퓨터용 서체와 기업 BI 그리고 공공디자인에 널리 쓰였다. 신뢰도가 높은 서체로는 단연 손꼽히는 헬베티카는 뉴욕, 암스테르담 등 대도시의 공공디자인 사인(sign), 항공사 BI(American Airlines) 등 영역이 넓다. 영화는 헬베티카의 완전함을 두 가지 시각으로 나눠 전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취향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국적을 넘나드는 그래픽 디자인의 힘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모던함의 극치인 헬베티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에서도 종종 눈에 띄는 헬베티카를 찾아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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