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장 프루베 회고전

2009-10-06

장 프루베의 타계 25주년을 기념하여 대림미술관이 세계 최고의 디자인 미술관으로 평가받는 독일 비트라디자인 미술관(Vitra Design Museum)과 함께 을 개최한다. 장 프루베의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와 드로잉, 건축 모형, 사진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그의 디자인 철학과 작품들을 통해 20세기 디자인사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에디터 | 정윤희( yhjung@jungle.co.kr)

장 프루베는 건축과 가구가 별개의 것이 아니며 두 가지 모두 혁신적 기술을 기본으로 구조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장 프루베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작품을 건축과 가구로 분리하지 않고, 대신 프루베 작업의 기본을 이루는 핵심 개념별로 전시장을 구분하였다. 각각의 작업 원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작품들을 배치하여 그의 작업 스타일을 보다 심도 있기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려는 의도다.

전시 관람을 위해 미술관에 들어서면 라운지에서부터 장 프루베를 만날 수 있다. 장 프루베 건축의 기본 골조가 되는 구조물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장 프루베가 선보일 건축과 가구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것. 3m가 넘는 거대한 트라페제 테이블(Trapeze Table)과 이엠 테이블(EM Table), 16개의 스탠다드 체어(Standard Chairs) 등 프루베 가구의 대표적 아이템들로 꾸며진 이 라운지에서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들을 직접 사용하며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장 프루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콤파스 테이블(Compas Table)과 안토니 체어(Antony Chair)를 천장에 매달아 둠으로써 어느 방향에서든 작품 전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2층 전시장에서는 1930년에 제작된 장 프루베의 초기 빈티지 가구들이 전시돼 있다. 현대미술가연합 그룹전에 출품돼 찬사를 받았던 접는 의자와 스탠다드 체어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접는 의자는 총 6점만 제작된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2점이 전시되고, ‘Grand Repos’라는 이름의 안락의자는 거래 가격이 한화 15억을 호가할 정도로 최근 미술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장 프루베 특유의 버팀대 시스템(Clutches System)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음새 부분에 균형을 맞추어 세운 앞 지지대와 뒤쪽 지지대에 의해 단단히 고정된 삼각형 모양의 버팀대인데, 이 시스템은 그의 건축뿐만 아니라 가구 제작에도 적용되었다. 에비앙에 위치한 휴식 공간을 위한 건축물과 알루미늄 발견 100주년을 위해 제작된 파리의 파빌리온, 그리고 낭시의 프루베 자신의 집을 위한 설계에 사용되었다. 또 얇은 다리가 삼각형을 이루며 테이블 판을 지지하고 있는 콤파스 테이블(Compas Table)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외부 파사드 디자인은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고, 대신 지지구조와 설비에 집중하고자 하는 중앙집중 시스템(Central Core System), 특별한 공간을 위한 오직 하나의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가구 디자인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장 프루베는 학교나 대학을 위한 건축 및 가구 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는데, 저비용의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여 모두에게 친숙하고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가구와 건축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형태를 갖춘 사물이라면 무엇이든, 처음부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건축적 개념을 필요로 한다.”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프랑스 실용주의에 단면을 체험할 수 있다.

3층 전시장에서는 조립 시스템(Assembly System), 쉐드(Shed: 조개껍질 시스템 Shell System), 축형 프레임 시스템(Axial Frame System), 그리고 장 프루베의 집 거실을 그대로 재현한 메종 드 장 프루베(Maison de Jean Prouvé )를 만나게 된다. 조립시스템은 장 프루베 건축의 최대 장점이자 특징인 ‘이동성’을 보여준다. 구조들이 서로 맞물리고 이어지는 것을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기존의 접합 부분을 제거하고, 패널의 테두리를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켜 굴절에 대한 저항을 기르는 동시에 설치하기는 쉬운 구조물을 만들어 냈다. 이는 가구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용접이나 다른 기술 없이 서랍장과 진열장을 제작하는데 사용되었다.
쉐드는 한쪽 면만 경사진 지붕 구조를 이루는 단위로 조개껍질 시스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쉐드는 마메 프린팅 하우스(Printing House Mame)의 지붕을 위한 연구에서 처음 착안 된 것으로 철판과 알루미늄으로 제작된다
축형 프레임 시스템은 굴대, 혹은 축(Axial)은 원래 수레 바퀴의 한 가운데 뚫린 구멍에 끼우는 막대를 일컫는 말이다. 장 프루베가 사용한 축형 프레임 시스템이란 버팀대와 버팀대 사이를 관통하는 축을 사용하여 단순한 장비와 가벼운 재료를 가지고도 가능한 많은 힘을 지탱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가장 기본형인 H형 프레임에서 이후 폭넓은 형태로 변형, 발전하였다. 테이블과 의자의 다리에도 축형 프레임은 다양하게 변형, 적용되어 하중을 분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다.

전시를 마무리하는 메종 드 장 프루베 섹션은 그의 거실에 놓인 대표적인 가구들과 오리지널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사진들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장 프루베의 인터뷰 영상과 프루베의 자택에 대한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초기의 빈티지 가구들, 버팀대 시스템, 중앙집중 시스템, 학교용 가구들, 조립 시스템, 축형 프레임 시스템, 쉐드(조개껍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장 프루베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들을 따라 그의 건축과 가구들을 살펴 본 관람객들은 이 모든 것들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장 프루베의 자택을 보면서 예술과 기술을 동시에 추구했던 프루베의 철학을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