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지난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 Hall C에서 2009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는 ‘맛을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해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을 소개한 ‘디자인 트렌드 나우’, 창의적인 디자인 세계를 보여준 ‘신예 디자이너 셀프 브랜딩’, 통영 누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스 랩’ 등에서도 디자이너들의 크리에이티브한 ‘손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안타깝게 참관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2009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솜씨를 살짝 맛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디자인 트렌드 나우
브랜드가 디자인이라는 크리에이티브를 수혈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디자인 트렌드 나우’에서는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손길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한 브랜드의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의 T는 얼반테이너와 함께 작업했던 팝업스토어 ‘T룸’을 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개업했고, 네이버는 스튜디오 베이스가 만든 공간을 빌어 아날로그적인 손글씨를 맛있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캘리그라피 제품(티셔츠, 가방, 신발 등)을 선보여 디지털 세계를 뛰어넘는 네이버의 한글 사랑 운동을 전개해 큰 박수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씨에 드 쉐프와 민세희, 비씨카드와 이장섭, 닛산과 윤영권 등의 이색 만남들은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브랜드의 모습이 얼마나 다채롭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디자이너스 랩
매년 실험적인 주제로 디자이너들의 창조적인 해석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스 랩. 2005년의 의자, 2006년의 고무신, 2007년의 태권도복, 작년 한지에 이어 올해는 ‘통영 누비’를 실험 소재로 삼았다. 장광효, 이혜순, 박재우, 고영인, 김나리 등 신구 디자이너들이 이 누비를 소재로 의자, 액자, 그래픽, 가방, 주얼리 등 다양한 매체의 재료로 접목했다. 이들 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한국 전통 소재의 가능성과 시장성이 충분히 높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 특히 자개장의 고급스러운 패턴을 누비에 접목한 장광효의 실험은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점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매기게 했다.
카우퍼레이드 코리아 2009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행사장에는 소떼가 몰려다녔다. 바로 2009년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한국 아티스트 50인이 소를 주제로 한 다양한 오브제를 선보였던 것. 지난 12년 동안 60여 개 선진국에서 열린 카우 퍼레이드는 개최국 아티스트들이 자존심을 걸고 도시 이미지를 뽐내는 자리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카우퍼레이드 코리아 2009에서도 역시 국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높은 완성도의 페스티벌을 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한우’를 세계적으로 프로모션함은 물론 한식의 세계화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고.
코리안 다이닝 - 한식 공간의 트렌드 제안
이번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메인 전시 중 하나인 ‘코리안 다이닝 - 한식 공간의 트렌드 제안’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일종의 모범 답안을 모아놓은 것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는 물론 그에 어울리는 식기와 도구, 나아가 공간까지 연출하는 토탈 솔루션. 공간 디자이너, 요리 전문가, 도예가 등 전문가들이 만나 펼쳐 놓은 ‘밥상’은, 최근 무한도전 팀의 뉴욕 입성기에서 결정적으로 빠뜨린 것이 바로 ‘디자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미적인 완성도는 물론 설득력 역시 충분했다.
해외 디자이너 -DMY 베를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빠질 수 없는 재미 중에 하나는, 바로 독일 디자인의 정수를 그대로 느끼는 ‘DMY 베를린’이다. 올해 역시 독창성과 실용성의 힘을 보여주는 참신한 디자인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들었다. 특히 많은 잡지들을 통해 지면으로 누누이 목격해왔던 ‘블레스(Bless)'의 케이블 주얼리나 호수 침대 시트 등은 획일적인 디자인을 거부하는 그들의 디자인 정신을 눈으로 목격하는 진귀한 기회였다. 또한 독일인이기에 만들 수 있는 형태와 색깔이라고밖에 말 할 수 없는, 에트 라 벤의 접이식 책상 버팀다리나 마르틴 홀자펠의 뷰로 등은 당장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미를 자랑했다.
신예 디자이너 셀프 브랜딩
그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주목할만한 신인 디자이너들이 스스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래의 디자인 산업을 이끌어갈 30팀의 작품이 부스를 차지하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그 가운데 매거진정글 12월 특집기사에서도 소개되는 강순모, 이젠 신진 디자이너들이 선망하는 선배로서 자리 잡고 있는 이재하, 제품의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이진영 등은 그 이름 석자를 꼭 기억해둘만한 신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