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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글씨로 소통하는 감성의 메세지 - 이상현+야베 초쇼 한일 캘리그라피 展

2009-12-22


지난 11월 28일, '쿵쿵'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은은한 묵향으로 진동하는 인사동 거리에 두 남녀가 등장했다. 한국의 캘리그라퍼 이상현 작가와 일본의 여류서도가 야베 초쇼. 이 둘은 수년전부터 말은 통하지 않지만 작품으로 소통을 이어온 친구 사이다. 야베 초쇼는 두 자루의 붓을 한번에 쥐고, 이상현 작가는 대걸레 자루를 쥐고 흰 천위에 ‘소통’이라는 글자를 한자와 한글로 쓰기 시작했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자료 제공 | 캘리그래퍼 이상현


브라질 음악의 선율에 맞춰 춤을 추며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던 퍼포먼스, 붓을 건내 받은 관객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작가와 관객이 하나가 되었던 퍼포먼스. 이 이색 퍼포먼스는 이상현 작가의 캘리그라피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이상현+야베 초쇼 한 ․ 일 캘리그라피 展 전시’의 일환이다. 희색의 대형천이 깔려 있는 도로 옆 갤러리가 바로 한일 양국의 캘리그라피문화를 비교, 소통하는 장이었던 것.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마무리된 퍼포먼스를 뒤로하고 갤러리에 들어선다. 총 3층으로 구성이 된 전시장, 먼저 설치작품과 영상작품으로 마련된 지층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일본의 뉴에이지 음악과 한글이 만난 모션그래픽작업, 평면의 캘리그라피가 설치작품으로 탈바꿈한 입체작업 등 한글과 다양한 미디어가 접목된 작품들이 신선하다. 특히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마치 안개 속의 수련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한점 한점의 작품들이 드라마틱한 감흥을 전한다. 1층은 ‘생활’을 컨셉트 삼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양한 인말을 이용한 작품, 100개의 캘리그라피를 담아낸 머그컵, 먹을 1년 동안 썩혀서 만들었다는 작품, 그을음을 모아 직접 만든 먹을 활용한 작업한 작품 등에서 한국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2층은 일본의 다양한 표구 기술과 한문서예, 가나서예, 그리고 한글의 회화적 의미를 담아가는 순수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10주년을 맞는 전시로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를 이상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한 이렇게 설명한다. “한글과 나무라는 이야기로 접근하려했다. 누구나 나무에 대한 생각은 늘 인간이 쉬기 위해 기대고 의지해온 대상이다. 나무는 인간에게 늘 이로움을 주는 대상이지만, 정작 인간은 그 나무의 외형만을 보며 자랄 뿐 흙 속에 묻혀 있는 그 나무의 뿌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에 나무의 뿌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상상하며 우리 한글이 걸어온 길, 천지인의 생명력, 자음 모음의 이야기, 그리고 한글이 숲을 이뤄가는 모습을 추상화하고 작품에 이야기를 담았다.” 한편 야베 초쇼는 한국에서의 첫 전시이니 만큼, 한국의 많은 대중들과의 만남을 주제로 삼아 ‘만남에 감사하다’라는 내용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녀는, 서로간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인사말 등을 한문서예와 가나서예를 통해 표현하였다고 전한다.


아름다운 서체 속에 숨겨진 예술적 조형미, 손으로 쓴 아름다운 문자라 표현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먹의 번짐,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캘리그래피, 즉 서체예술은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글씨의 외형적 아름다움만을 표현하기보다는 글 속에 작가의 정신을 담아낼 줄 아는 진정한 예술로의 승화를 꿈꾸는 두 작가의 열정으로 묵향처럼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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