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03
리더십을 강화하고 선후배 디자이너들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현실적 문제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교류의 장 ‘제5회 여성디자이너리더십 아카데미’를 다녀왔다. 3월 5일부터 6일까지 치러진 1박 2일의 일정 속에서 어느 샌가 좀 더 멋진 여성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 | 김유미 정글명예리포터
사진 | 박정해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남학생은 가뭄에 콩 나듯, 여학생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졸업을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업계에는 남성 디자이너만 남아 비율이 역전이 되고 만다.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여성의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신체적 조건이 불리한 것만이 이유는 아닐것이다. 여성디자이너리더십네트워크(Woman Designer Leadership network 이하,WDLnet)는 여성디자이너가 성공하는 디자이너로 남기 위해서는 부족한 것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바로 리더십과 네트워크다.
첫째 날, 압구정의 한 주차장에서 모여 모르는 사람끼리 나란히 앉아 강원도 강촌으로 향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고, 피곤한지 앉자마자 잠이 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다 여성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과의 점심식사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낯가림이 있는 편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뜻 말을 건다던가 먹을 것을 먼저 건네는 일도 드물다. 어색한 점심식사가 지나가고 드디어 근처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팀은 같은 회사나 학교 소속 구성원들과는 따로 구성되었다. 낯선 환경에서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하여 리더십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아카데미의 목적 때문이다.
조별로 숙소 배정과 어색한 첫인사가 오가고 드디어 입소식, 개회사, 격려사, 강의가 이어졌다. 개회사는 이상복 WDLnet 회장, 격려사는 박영순 WDLnet 명예회장, 오리엔테이션은 조선희 WDLnet 부회장이 맡았다. 드디어 3시쯤이 지나서야 첫째 날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1부에서는 디자이너가 어려워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법에 대해 박원경 한국저작권연구소 소장과 조선희 써니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열띤 강연을 펼쳤다.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法
한국저작권연구소의 박원경 소장은 앞으로 갈수록 디자이너도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는 무채재산 ‘정보의 시대’다. 디자인도 일종의 무채재산, 지적재산으로 이것은 오로지 법을 통해서만 재화로 만들 수 있다. 즉, 성능이나 기술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고, 가격도 얼마든지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은 경쟁력이 없다. 그러나 디자인으로는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심지어는 이젠 농산물 조차 디자인을 입고 브랜드 네임을 달아 상품으로 나오면 얼마든 가격을 올릴 수 있을 만큼 디자인은 미래 시장에 부가가치를 생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디자인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아야만 온전히 자신의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즉,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지적재산권 판례 사례
조선희 대표는 실제 자신의 사례를 들며, 설명을 시작했다. CI디자인을 해준 후 감감 무소식이었던 한 호텔에서 CI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그 후 상표도용으로 소송을 했고, 디자인지적재산권으로 승소했다. 조선희는 이 사례를 통해 4가지 교훈을 주고자 했다. 우선, 디자인작업을 할 때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할 것, 그리고 개발도 중요하지만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세 번째는 회의기록을 정확하게 남겨둘 것, 네 번째는 가능한 많은 인맥을 활용해 조언을 구하라는 것이다. 조선희 대표는 우리는 디자인 경쟁시대에 살고 있고, 디자인개발에 쏟는 열정만큼 ‘보호’도 해야 한다는 말로 강의를 끝맺었다. 저녁식사 후 참가자들은 많이 화기애애해진 모습이었다. 일을 떠나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여성들은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듯, 디자이너가 아닌 듯 자유롭게 비춰졌다.
How to build my ideas?
‘당신은 아이디어를 찾을 때 어떤 방법으로 찾는가?” 이 질문에 디자이너인 당신은 선뜻 대답할 수 있을까? 누구나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맵이 아닌, 나만의 방법은 무엇아 있을까? 세 번째 저녁 강의는 Creative workshop으로 SK텔레콤의 김경진, 박준선 매니저가 맡았다. 실제 Ideation실습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하여 아이디어를 내는 법을 배웠다.
멘토와의 시간: 여성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저녁에는 조에서 정해진 멘토는 서경대학교 박혜신 교수와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말하는 여성 디자이너는 워커홀릭의 노처녀가 아니라 제때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디자이너다. 여성이 결혼생활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결혼을 해서 얻는 행복, 아이가 주는 기쁨이 너무 크다고. 그리고 그것은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에 하나라고 한다. 조에서 정해진 멘토 이외에도 조원들은 서로의 멘토가 되었다. 같은 조에는 코아스웰 디자인팀 대리, 디자인그룹 희오 디자이너, 숙명여대 디자인전공 학생, 충북대학교 생활과학대 학생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후배들은 선배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하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공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Be Brave as an Independent Designer!
조원석 디자이너는 아직 젊지만 그 포부만큼은 중견 디자이너 못지 않다. 조원석은 졸업과 동시에 바로 독립디자이너의 길을 택한다. 그는 ‘서울시 디자인 팔로우 십’, ‘서울시 우수 제품 디자인’ 등의 디자인관련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한 지원과 전시를 통한 PR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는 이 강의를 통해, 전시를 할 때 많은 바이어를 만나는 것만큼 그들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명함을 받으면 ‘인상착의’를 적어 놓는다거나 메일을 보냈으면 스티커를 붙이는 등 소소한 행동으로 인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디자이너는 KIDP가 주관하는 차세대 디자인 리더로 선정되었으며, 현재 보기 드문 당찬 여성디자이너이다. 김현빈은 1기 여성디자이너리더십아카데미 회원으로 후배들에게 평소에 해주고 싶은 말과 김현빈이 생각하는 ‘내가 그 나이었을 적에 들었으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많은 경험을 해보고, 열정적이어야 하며, 혁신적인 생각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특히,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영어실력, 정보력,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협력, 감사하다고 말하기 등도 디자이너로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짧지만 알찼던 여성디자이너리더십 아카데미는 수료식을 끝으로 아쉬운 헤어짐을 가졌다. 강촌의 마지막 겨울 모습을 뒤로 한 채. 우리나라에서 여성디자이너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남자가 성공하면 당연한 거지만 여자가 성공하면 독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특히 산업디자인이나 공업디자인 분야 같이 여성의 불모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특유의 섬세함과 강인함을 가졌다. 우리가 여성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유내강의 정신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하고, 다른 여성디자이너들과 다른 분야 다른 이들과의 폭 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성디자이너 스스로가 앞장서는 태도와 정신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