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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밀라노에 꽂은 6개의 깃발

2010-05-07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사랑하고 국제적인 디자인 감성을 갖춘 디자이너들이 뜻을 모아 ‘Fuori Salone’를 통해 작은 전시를 준비했다. 세계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6인의 디자이너들이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를 통해 우리 문화의 일부를 소개하여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유럽의 건축물, 디자인들은 아름답다. 특히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정성과 새로운 디자인을 향한 끊임없는 창의적 열정, 클래식과 모던을 모두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유연성은 놀랄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 곳곳에서 디자인을 선도해가는 문화강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외국에 알리고자 하는 노력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밀라노국제박람회에서의 ‘여섯명’의 전시가 바로 그 표본이다.
이들은 5,000년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 서로 어울려서 한국 고유의 규방을 오늘에 맞게 재현하였다. 디자이너의 작품들이 다른 것들과 매우 다른 이유는 디자이너 각자마다 그들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닮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해외에서 바라보면, 이들은 한국적 특유의 시적인 통일성으로 응집되어 보인다. 전통에 대한 존경과 더욱 현대적인 언어로 응용해내는 타고난 습성은 새롭고, 가볍고도 민감하고 섬세하게 시각화된 형태를 보인다. 그리고 숙련된 제작과 장인적 실험정신, 과거의 형태에 대한 향수 어린 기억은 바로 한국의 퀄리티를 나타낸다. 이들 가구그룹,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단연코 모범적이고 훌륭한 작가들의 애정 어린 접근이다.


정석연_“사랑은 지금도, 1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화장을 하며 사랑을 꿈꾸었을, 거울과 마주앉아 끝없는 사랑을 꿈꾸었을 여인의 가구다. 장식장은 흔들리는 불빛, 어른거리는 그림자, 한지발의 겹침으로 나타나는 붉은 빛의 물결은 여인의 화려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것은 꼭 수줍은 여인의 빨간 치마 속에 숨겨진 요염한 자태를 닮은 듯 부끄럽게 번지는 뺨의 붉은 빛을 닮은 듯하다.”



가와코리아_“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어느 집에서든 하나씩은 찾아볼 수 있었던 자개가구. 철학적• 미학적 사유 없이 막연한 서구화를 목표로 달리던 시대를 지나오면서 자개가구는 할머니의 기력 없는 육체처럼 쇠약해져 갔다. 한국의 전통적인 미 자개가구를 21세기 현재의 생활 속에서 갖고 싶은 매력적인 가구로 바꿀 수 없을까에 대한 고민에 대한 대답으로서 자개가구 컬렉션을 준비하게 되었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살아있는 미감, 살아있는 기술로서 존재하게 하고 싶었다. 한국 자개가구 특유의 회화성을 유지하되, 기술적으로는 전통 자개 가공기술을 이용하고, 현대 생활양식에 적합한 크기에 대한 고려 및 회화적 표현의 기본요소인 전통문양의 단위화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을 진행하였다. 한국 전통문양이 갖고 있는 독특한 패턴과 자개 장인들의 가공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신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이 가장 세계적인 스타일이 될 수 있다. 제작자들과 디자이너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시도를 통해 세계적인 스타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컨텐츠, 자개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태_“가려진 아름다움. 비밀스러운 여인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곳. 조심스럽게 가려진 그곳과 그 여인을 살며시 비춰본다. 전통소재, 모시로 너울거리듯 한 겹, 한 겹 감싼다. 고운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형태를 통해 전통 한국여인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가볍고 시원한 옷감으로 여름철에 즐겨 사용되는 모시를 조명 소재로 사용해 독특한 재질의 특성을 빛으로 한층 더 강조하였다. 여러 겹으로 감싸져 있지만 보일 듯 말 듯 안이 비치는 모시재질의 특성을 통해 묘한 신비감을 발산한다. 이것이 규방에서 생활했던 우리 여인들의 아우라가 아닌가.”



이우진_“유클리드가 펜으로 기하학을 풀었다면, 조선의 여인들은 색색의 실로 기하학을 풀어냈다. 유교적 규율아래 엄격하게 통제되었던 여인들의 생활공간, 규방. 그 누구도 엿볼 수 없었던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 때문에 규방은 음침하고 죽어있는 공간으로 오해되어왔지만, 그런 규방에서 믿을 수 없게 화려하고, 아름답고, 운치 있는 공예품들이 탄생되어왔다. 정중동의 역동, 규제되고 억압된 생활 속에서 그녀들만의 ‘파티’의 장으로서 규방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녀들은 진정 독창적인 미의식을 가진 조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었다. 조각보 등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패턴들과 공예품들에서 보이는 연화, 국화 등의 식물무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가구를 디자인해보고자 했다. 숙명적으로 옷감과 같이 부피감이 없는 2차원을 목적으로 하는 패턴을 3차원의 공간을 다루는 공간디자이너가 다룬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어 패턴에 3차원의 매스를 통한 생명감을 불어넣되, 그녀들만의 파티였던 규방공예의 파티 모티브를 살려 경쾌하면서도 밝은 느낌으로 재현해보고자 했다.”



유이화_“우리의 동양적인 선과 형태 등은 늘 디자이너 유이화의 모토이자 정신적 뿌리다. 한정생산이 될 수밖에 없는 도자기의 한계를 하이막스(인조대리석)를 이용해 극복해보고자 한다. 우리 경대의 형태에서 출발한 세면대는 입식생활에 맞게 정리되었고 그 위에 단아한 도자기와 같은 세면대가 매입되어있다. 이 세면대는 홀로 탑 볼 형태의 세면대로도 사용될 수 있음에 측면의 곡선미에 세심함이 요했다. 산업화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가 다시 동양적인 감각이 느껴질 수 있는, 작지만 주거의 핵심공간인 욕실에 ‘Crafting modernism’을 구현해보고자 한다.”



박재우_“소반에서는 과거 이 가구가 태어나고 사용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현존하는 이 시대의 형태는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에 더 관심을 가지고 그 가운데에서 품어 나오는 비례에 대해 전체적인 균형감을 유도했다. 거실장은 선과 면에 대한 비례와 분할이라는 방법으로 그 크기가 정해졌다. 손으로 칠한 카슈칠의 은은하고 깊이 있는 표면과 100년 이상 된 대문에서 추출한 목재, 즉 고재가 품어온 수많은 시간들의 자국들이 그 옛날을 회상하게 한다. 거실 조명등에서는 원목의 짜임을 적용한 구조적인 형태와 한지발에 대한 용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원래 짜임이란 원목이 가지는 형태의 변화(뒤틀림, 수축)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과 고정이라는 목적에 의해 발전되었다. 이러한 과거의 합목적성을 짜임구조를 이용한 장식적인 표현과 한지발의 섬세함을 이용하여 사라져가는 전통기술을 지금 현재 리빙문화에 맞는 합목적성으로 접근하여 새로운 쓰임새인 거실등으로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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