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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축구, 디자인으로 정의하기

2006-06-20


2006년 월드컵 개최를 맞이하여 독일에서 축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디자인적인 방법으로 각자의 견해를 표현한 신선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세계를 하나로 잇고 있는 축구를 단지 즐기는 스포츠가 아닌 사회, 문화적 조류로 보고, 축구에 대한 정의를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해본다. 더 나아가 축구를 통해 세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들을 통해 글로벌 경제 시스템 흐름의 원리를 조명해본다.

취재| 김민선 객원기자 (k.minsun@gmail.com)


이미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선 사회 현상으로 보고 축구에서는 세계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잇는 가치사슬의 한 부분으로써, 로고와 마크 이미지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월드와이드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이번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념하여 축구를 통해 파생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글로벌 경제 시스템 현상을 컨셉트로 하여 독일의 다섯 개의 젊은 패션 디자인 사무소에서 패션 디자인으로 재해석한다.


프로그램 컨셉트는 이러하다. 먼저, 세계 각 국에서 보내온 축구 유니폼은 한곳에 모인 후, 각각 5 조각으로 잘려진 다음, 다섯 패션디자이너에게로 보내진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잘려진 축구복 조각들은 서로 다른 부분과 조합하여 새로운 옷을 만들고 이 옷들은 12미터짜리 긴 컨테이너에 실리게 된다. 예를 들면, 검은색의 심판복은 캐리어우먼을 위한 원피스로, DFB(독일축구협회)의 트레이닝복은 아프리카 웨딩드레스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리고, 이 컨테이너는 국제 무역시 상품을 옮기는 표본으로 국제적인 교류의 상징으로 컨테이너 내에 디스플레이를 하고 5월에서 7월까지, 3개월 동안 독일의 여러 도시들을 순회, 전시함으로써 컨셉트의 의미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해석했다.


즉, 각 나라의 특성과 민족성이 잘 표현된 다양한 축구복을 함께 공유하고 이것을 다시 하나로 엮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독특한 민족성을 반영하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잘 내포한 프로세스이다.

ENTWINEMENT, ADDED VALUE, MIGRATION, CULTURAL IDENTITY, SOCIAL DIVIDE의 총 5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5개의 작품씩, 총 25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각 작품의 디자인 컨셉트에 대한 코멘트가 상세히 설명되어 있고 관람객은 큰 사이즈의 세계 지도 위에 세계화가 진행되는 주제를 그래픽 디자인으로 도식화한 패널을 볼 수 있다. 패널은 컨테이너 무역 항구, 문맹률 정도에 따른 통계, 아동 사망률, 국가 수입, 심지어 국제적인 피자 체인점들을 표시함으로써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Entwinement 주제에 대해서는 URBAN SPEED 이라는 패션디자인 사무소가 작업을 하였다.


사회 경제 개발의 흐름을 반영하여, 축구도 경제와 미디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처럼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서로 엮여 가고 있다. 즉, 우리 모두는 세계화 프로세스 안에 있다; 일을 할 때나, 놀 때에도 우리는 거의 지역적인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글로벌적인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것이 세계 전반에서 온 축구유니폼을 여성을 위한 우아한 일상복으로 리패션한 이유이다. 특히나, 검은색 줄무늬 심판유니폼을 원피스로 재창조한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디자인이다.

두 번째 주제, ADDED VALUE 에 대한 디자인은 VONWEDEL&TIEDEKEN에서 작업을 하였다. 이제 축구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 사회적 자산이면서 동시에 글로벌적인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폭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로 인해 축구에 따른 부가가치는 세계 전체시장 규모에서 발생하지만, 그것은 불공평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지속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불평등하게 진행되고 있는 축구를 통한 부가가치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지속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하여 VONWEDEL&TIEDEKEN은 원래의 기능을 다시 한번 반대로 생각해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자 하여 축구유니폼을 갖고 전혀 다른 기능의 것들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축구복의 칼라 깃을 손목밴드로 개조하고, 소매 부분을 주머니로, 팬 스카프를 스커트로 변형시켰다.

세 번째 주제 MIGRATION은 SUBSTRATDESIGN 사무소에서 맡았다. 20세기 초부터 상업화가 처음 시작된 이래로, 노동 이민, 구직 이민 또는, 민족주의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의 시장 확장과 고용 정책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이민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축구 또한 이러한 이민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하여 축구복을 이용하여 현재 많은 이민자의 상황을 상징하는 옷의 형태로 변형시켰고,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일자형식의 자켓, romper 슈트(아래,위가 하나로 연결된 옷)과 마스크 표현하였다.

네 번째 주제는 CULTURAL IDENTITY에 관한 것이다.
자칫, 문화적 글로벌화는 지역적인 정체성을 손실을 수반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문화적 정체성이 잘 유지된다면 문화적 변형을 통해 더욱 더 풍부한 글로벌 문화를 가져 온다. 이렇게 변형된 문화들은 새롭게 발전되고, 이것은 서로 다른 전통을 연결시킴으로써, 더 이상의 특별한 지역성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이 작업을 맡은 BEL EPOK+SALON HUGMAYER 은 새로운 다국적 아이덴티티를 지역성이 강하게 표현된 패턴과 장신구, 그리고 심볼로 변형시켰다. 아이덴티티를 잘 살린 전통적인 수공예방법은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고, 현재 축구복과 서로 섞여 지역적인 전통과 글로벌적인 매력이 섞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SOCIAL DIVIDE에 대한 주제를 Florinda Schnitzel와 Tricotar이 함께 다루었는데, 독일에서는 사회적 형평성이 있기 때문에 공평한 사회적 배분을 다루기가 어려웠던 Florinda Schnitzel은 브라질과 멕시코, 터키 등을 오가며 작업하는 예술가인 Tricotar와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현재, 불평등한 사회적 분배는 지역적으로, 동시에 글로벌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적 격차가 점차 커짐으로써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 중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 또한 축구의 세계화 현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잘게 잘려진 축구복 조각들을 현대적인 감각의 수공예 작업을 통해 서로 다른 요소가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였다.

이외에도 밤이 되면 컨테이너의 벽은 스크린이 되어, 각 패션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 작업 과정과 인터뷰 등을 비디오로 상영한다. 또한 전시 작품의 화보 사진을 독일식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카드 위에 프린트 하여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광적으로 경기장에서 축구만을 즐기는 월드컵이 아니라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가 ‘진정한’ 하나가 되기 위해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세계화에 따라 야기되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문제점을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누구나 쉽게 표현할 수 있는 패션 디자인으로 승화시킨다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가장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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