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7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이름 그대로 젠틀한 괴물이다. 말끔하고 스타일리시하지만 괴물같이 무시무시하기도 하다. 2011년 론칭한 젠틀몬스터는 빠른 성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장악하고 세련된 브랜딩으로 이름을 알렸다. 거대한 스케일의 플래그십스토어는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공간으로 주목받았으며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아우라로 떡 벌어진 입을 도무지 닫히질 않게 했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젠틀몬스터(www.gentlemonster.com)
실험, 설렘, 경이
젠틀몬스터가 선보이는 공간은 매번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름답거나 멋지다는 감상평 이전에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amazing’.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이 경이로운 공간들은 그 어떤 예술작품으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예술이다’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EXPERIMENT’를 바탕으로 세상에 놀라움과 설렘을 주고자 하는 젠틀몬스터가 행하는 모든 것의 기준은 ‘설렘’이다. 반드시 설렘을 주는 제품과 공간이어야 한다. 젠틀몬스터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는 설렘을 넘어 신선한 충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젠틀몬스터가 주는 놀라움은 공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2011년 론칭된 순수 한국 토종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HBA, OPENING CEREMONY, TOME, CHRIS HABANA, PUSHBUTTON, JAINSONG, GROUNDZERO 등 여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으며 실험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패션, 아트와 더불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 기록적인 매출. 이 모든 것은 패션과 아트, 브랜드의 성장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밸런스’에서 비롯됐다.
브랜딩의 힘
패션과 아트, 커머셜, 이 세 가지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을 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는 젠틀몬스터는 놀라움과 설렘을 선사하기 위해 매번 색다른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플래그십스토어는 브랜드의 성격과 색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브랜드를 불문하고 일반 매장에 비해 볼거리가 다양하다.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스토어는 좀 특별하다. 영화 속 한 장면 혹은 거대한 설치미술같이 펼쳐진 공간에 들어서면 경이와 감탄을 경험하게 된다.
제품이 전시되고 매출이 발생하는 상업적인 공간이면서 젠틀몬스터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표현된 매장들은 제각각 다른 콘셉트와 스토리로 디자인됐다. 젠틀몬스터가 공간에 이렇게 큰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공간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비해 단순하다. 소비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제품이 매력적이어야 하지만 제품이 놓이는 장소 또한 매력적이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을 대하는 CEO의 특별한 마인드’나 ‘예술에 대한 투자’로는 탄생되지 못했을 이 거대한 공간들은 오로지 브랜딩을 위한 것이었고 그 스마트함은 큰 힘을 발휘했다.
공간 작업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젠틀몬스터의 공간 작업은 스페이스팀에 의해 진행되고 비주얼 디렉팅팀과의 협업으로 디테일 작업이 이루어진다.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작업이 진행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의 공간을 컨트롤하는 스페이스팀은 플래그십스토어 기획과 함께 판매처의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젠틀몬스터의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작업을 맡는다.
상업 공간의 새로운 모습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스토어는 현재 총 5곳. 모두 다른 주제로 꾸며졌다. 첫 번째 쇼룸 논현 플래그십스토어는 젠틀몬스터의 장대한 여정이 시작되는 곳이다. ‘THE NEW ISLAND’를 주제로 ‘기원(origin)’에 대한 고찰과 탐구가 스며있다. ‘배’는 공간의 이야기를 엮어주는 매개체이자 새로운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항해하는 젠틀몬스터의 정신이 담긴 상징적인 오브제다. 이곳은 젠틀몬스터가 항해 중에 발견한 미지의 공간이며 G.M.E.F(gentlemonster experiment factory)로 향하는 통로다.
두 번째 쇼룸은 홍대다. 콘크리트 건물 정면에 뚫린 구멍을 통해 미지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FAST SPACE 프로젝트인 ‘퀀텀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 다양한 아티스트 및 브랜드와의 예술적 시도로 이루어지는 퀀텀 프로젝트는 비주얼 디렉팅팀에 의해 진행되며 25일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홍대’라는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인 지역적 특징에 맞춰 기획된 프로젝트인 만큼 25일간의 전시가 끝나면 단 하루 만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전시된다. 빠르게 순환되는 이 프로젝트는 2014년 4월 오픈 이후로 지금까지 27가지의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상업적인 공간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촌 계동 ‘BATHHOUSE’는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곳으로 잊힐 수밖에 없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을 기억하게 하는 수단으로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의 역사성과 그 안에 담긴 기억, 젠틀몬스터가 지닌 감성의 만남은 ‘창조된 보존’을 재현해냈다. ‘BATHHOUSE’는 논현 쇼룸과 함께 아티스트 듀오 패브리커와의 협업에 의해 만들어졌다.
신사 가로수길에 자리한 쇼룸에는 ‘집’과 ‘치유’뿐 아니라 이와 정서적인 맥락을 함께하는 공간들이 교집합 돼있다. ‘HOME AND RECOVERY’를 주제로 바버숍(barbershop), 욕실, 침실 등의 공간구성과 오브제들을 통해 ‘감정의 회복(Emotional Recovery)’을 선사한다.
부산 광복 쇼룸은 배우와 무대, 관객이라는 극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THE PLAY: 연극’을 주제로 특별한 연희(演戱) 공간을 선보이는 이곳에서는 각각의 방이 미로처럼 이어져있다. 이러한 구성은 극의 키워드가 담긴 서스펜스를 만들고 극의 요소를 일체화시켜 하나의 스토리 전개로 이어진다.
젠틀몬스터는 오는 3월, 대구 동성로에 여섯 번째 쇼룸을 오픈할 예정이며 올 상반기에는 뉴욕 소호와 베이징 싼리툰 지역에 해외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공간 전체에 자신을 입혀 공간에 들어서는 이들에게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전하는 젠틀몬스터. 그들은 여전히 새롭기 위해 또 여전히 설렘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느낀다. 젠틀몬스터의 거대한 매력을, 그 감성과 체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