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3
김종복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작가의 자전적 기념비와 같은 건축배경을 가진다. 20세기 중반 여류작가의 고단함을 자신이 태어난 터전으로 돌아와 내려놓은 곳. 자신이 몸담았던 미술대학이 있는 학교 교정에 완성한 자전적 공간을 전성은 건축가(전 아키텍츠,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가 대구카톨릭대학교에 펼쳐냈다.
에디터 ㅣ 김미주(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전아키텍츠, 마실와이드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종복미술관(http://kjbmoacu.cu.ac.kr)은 김종복 작가(뉘앙스에 따라 작가와 화백 혼용)가 기증한 100점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국 미술사적 측면에서는 물론 대구, 경북지역의 194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미술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의 역할과 후학들을 위한 예술 교육을 위해 헌신한 작가를 기리고자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김종복 화백의 기념비적인 성격이 큰 공간인 만큼 작품의 주 테마인 ‘산’을 미술관 외관에서부터 내부 깊은 공간까지 끌어들여 잇는 건축적 추상요소로 사용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강하나 단순하게 단면의 변화로 화가의 작품특성이 반영되었던 건축적 구성은 예산의 한계와 여건 등의 이유로 새롭게 디자인되었던 외관이 잘려나가면서 외부에 있던 건축적 스크린이 마치 쥐어짜듯 내부로 압축되어 들어간 형태를 보인다. 이는 건축 안에 또 하나의 건축의 켜가 기존 건물에 미술관을 박스가 관입 하는 방식으로 그 설계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 미술관 설계에서 동선은 중요한 점이다. 이 공간의 동선구성.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표출했나?
미술관은 크게 도입 공간, 갤러리 공간, 지원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도입공간은 개괄적인 미술관 인상을 좌우하는 리셉션 홀과, 보조공간인 카페테리아와 아트샵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갤러리 공간은 메인부로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이다. 지원 공간은 수장고와 학예사를 위한 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동선은 관객동선과 사무실 내부동선이 겹치지 않게 적절히 구분, 유기적으로 관계되어야 한다. 미술관 설계에서 1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동선은 전시동선으로, 작품의 동선이자 관람객의 동선 즉 이는 어떤 방식으로 전시를 보여 주느냐와 맥을 같이 하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종복 미술관의 경우 도입부 공간에 해당하는 리셉션은 동측 입구에서, 카페테리아 겸 학예사 공간과 수장고는 서측 출입구에서 각각 유입이 가능하며 이는 기존 건물의 출입구를 미술관 공간별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추어 분리와 통합하는 동선을 유도한 것이다.
두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출입하게 되는 갤러리 공간은 아주 쉬운 동선을 선정, 그것에 의한 갤러리의 크기가 결정되었다. 첫 번째 갤러리 공간은 대작 중심의 뻥 뚫린 대공간으로 처음 갤러리 공간으로 유입되는 관객에게 편히 동선의 독립성이 주어진다.
제1, 2전시장에서 연결되는 두 개의 게이트는 후면부, 제3전시장은 갤러리, 코리도아(Corridor)부분은 소품 위주의 공간으로써, 후면부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진 제 4, 5, 6 전시장과 영상전시장으로 자연스러운 유입을 이끈다. 약 7m x 7m 볼륨으로 구성된 제 4,5,6 전시장의 공간과 영상전시장은 김종복 화백의 연대기적 작품 설치에 유리하게 결정되었으며, 개인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그러하듯 김종복 화백의 일생 및 연대기를 다룬 전시에 적합한 영상전시실의 기능을 갖췄다.
또한, 본 미술관이 김종복 화백의 작품을 위한 미술관이나 1년에 두 번 특별기획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현대미술전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 작가의 작품 특색을 공간에 담아낸 흔적은 어디를 통해 볼 수 있을까? 어떠한 요소들이 건물에 반영됐는가?
특정 작가의 미술관 설계는 우선 작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세밀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김종복 미술관의 경우 우선 김종복 화백의 연대기별 작품 분석에서부터 최근작까지 보이는 특징과 특질을 잡아냈다. 적용된 요소로는 김종복 화백의 작품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화백 특유의 붓 터치를 이미지화하여 건물의 건축 외피와 내부 천정에 도입했다. 이외에도 대작에서 주요 다루어졌던 자연, 그 중에서도 ‘산’을 주로 표현하였던 특징을 모티브로 전면 파사드에서부터 도입부에서 전개부로 이어지는 공간을 구성하는 단면요소로 활용했다.
# 대학 내 학생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전시관으로 변화시켰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이었나?
가장 우선 순위는 기존 건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이를 통해 유지시킬 수 있는 부분과 제거되어야 할 부분을 정밀하게 판단한 후 결정하고, 그것이 새롭게 담아내야 할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이 담겨야 한다.
본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 건물의 기능이 학생회관이었기에 미술관으로서의 변환은 어려운 점이 많았다. 특히, 자연광이 유입되는 창을 미술관의 성격에 맞게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와 미술관으로서는 낮은 층고를 어떻게 양성화 시킬 것인가? 등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했다.
# 작가의 이름을 앞세웠기에 기념비가 되어야 할 건축물들이 실상 허울뿐인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건축가로서의 견해는 어떠한가?
기념비가 되어야 하는 건축물은 분명 기념비적인 성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건축가들의 작품에서 건축가의 욕망이 앞서 기념비적인 성격이 부각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본연의 프로그램을 담은 그릇의 역할을 넘어서는, 외적인 요소가 강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상 이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속성이 약화되면 아무것도 디자인을 하지 않은 건축으로 인식되어 ‘작가성’이 사라지는 평범한 건축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성에 따라 작가성이 사라져야 하는 건축물도 존재한다. 작가의 속성이 너무 부각되다 보면 형태에만 집중되기 때문에 속성을 담기 어렵다. 기념비적인 건축물의 경우 후자의 위험을 늘 지니게 되는데, 기념비적 형태나 외연의 부각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내면에 공간의 충족성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드로잉 전시에도 참여했던 만큼, 화가를 기념하는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있어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설계 당시 김종복 화백과의 호흡은 어떠했는가?
김종복 화백과는 호흡이 매우 좋았다. 프로젝트 전에 어떠한 교류도 관계도 없었던 터였지만 일을 시작하고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무척 높았던 프로젝트였다. 이 미술관의 경우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주제가 ‘김종복 화백’ 그리고 화백의 ‘작품’ 이었던 만큼 화백 그녀의 생각과 작품을 세세히 읽어 건축화 시키는 노력으로 점철되었던 시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
# 작가와 건축주 사이에서 조율해야 했던 점과 그에 따른 해결방안은 무엇이었나?
건축가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가 두 명이었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 그 한 명이 작품을 기증하는 김종복 화백이었고 다른 한 명은 기증된 작품을 위한 미술관을 짓는 대구가톨릭대학교였다.
기억해보면 두 명의 클라이언트 사이에서는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미술관이 생성되는 서로의 입장이 달랐으며 이 가운데 그 차이에 의한 의견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하여 난항을 겪은 시간이 무려 1년여가 된다.
김종복 미술관의 경우, 1차적으로 주제가 되는 사람은 김종복 화백이었으므로 내 경우 김종복 화백의 입장에서 대변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 대학 내 전시관으로서 학생들이 이 건축물에서 어떠한 감성을 느끼길 희망하는가?
사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대한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로망에 비해서 실제로 자주 미술관에 들르거나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미흡한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적 교육시스템에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미술관이란 고등학교까지는 개인적 관심이 아닌, 학교 일정에 맞추어지는 견학 수준이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는 아마도 데이트 상대가 있을 때 찾을 수 있는 데이트 공간 정도로 미술관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이것도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있을 때라는 가정하에서 인데, 대구가톨릭대학교 내에 이러한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그 어떤 수혜보다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미술관이란 장소는 사실상 사람들에게 그리 쉬운 곳은 아니다. 수많이 전시되는 작품의 깊이를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종복 화백의 작품은 더군다나 원로 화가이다. 추상작품에서 현대적 반추상으로까지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시는 화가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어렵고도 먼 이야기 같은 작품일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종복 미술관에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의 미술관이었다. 정제된 공간에서의 좋은 작품이 주변에 깔려 있는,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직접적인 작품의 이해보다는 자주 찾아가서 자신이 조용히 쉬기도 하고 머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시선에서 작품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또 다른 작품을 이해하는데 초석이 되는 그런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건축 #전시 #문화 #김종복미술관 #교내미술관 #건축문화적가치 #기념비건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