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세던 | 2016-02-19
모든 것엔 궁합이 있다. 사람과 사람간은 물론 물건과 물건 사이에도 존재하는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사물을 꾸미기 위한 행위들에도 존재한다. 여러 가지 요소들의 ‘조화’가 핵심인 디자인에서는 좀 더 디테일한 ‘어우러짐’이 요구된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
디자인의 퀄리티는 미묘한 색감 조절이나 선의 길이와 두께를 조절하는 미세한 차이에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 더’. 완벽한 디자인을 위해 이론과 실기라는 작업에 더해지는 것은 이러한 디자이너의 섬세한 감성이다. ‘센서빌리티’를 근간으로 하는 ‘센스’가 디자인을 좌우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감수성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이때 그 분야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쌓아둔 노하우와 팁을 전수받을 수 있다면 디자인은 더 효율적인 방식과 감각적인 마무리로 완성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서체디자인은 독립된 디자인의 한 분야지만 모든 디자인에서 활용되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체디자인을 디자인에 좀 더, 잘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는 9번째 디자인스쿨 책으로 〈타이포그래피 × 타입 - 함께 쓸 때 더 좋은 서체 디자인 149〉를 발행했다.
‘서체 간에도 어울리는 짝이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저자는 20년 이상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 타이포그래퍼 등으로 활동해 온 토니 세던으로 함께 썼을 때 더 좋은 149가지 서체의 조합을 제안한다.
그만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에는 폰트뷰로사, 폰트스미스사, 개라지폰트사, 포지타입사 등 대표적인 서체 회사들의 200여 가지 폰트 패밀리가 수록돼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테마에 따라 어울리는 서체의 조합들을 소개한다. 테마는 ‘중세’, ‘르네상스’, ‘20세기 초’, ‘포스트모더니즘’, ‘여성성’, ‘도시’, ‘테크놀로지’, ‘스타일리시’ 등 32가지로, 시대 및 테마에 따라 사용됐던 서체들을 예시를 들어 보여주면서 함께 사용하면 좋은 서체들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 테마에서는 ‘건축미’를 드러내는 ‘MVB 솔라노 고딕(Solano Gothic)’과 ‘아르마다(Armada)’를 함께 소개하고, ‘20세기 초’ 테마에서는 1920~30년대 바우하우스의 창작물에서 영감을 얻은 ‘FS 딜런(FS Dillon)’과 독특한 분위기를 내기 위한 ‘아이들와일드(IDLEWILD)’, ‘브랜던 텍스트(Brandon Text)’를 소개한다.
서체 개발에 얽힌 흥미로운 설명들도 눈길을 끈다. 서체에서 스타일리시함이 묻어나는 ‘HTF 디도(HTF Didot)’는 패션지 <하퍼스 바자>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고, 견고함이 느껴지는 ‘딘 1451(DIN 1451)’는 독일의 도로 표지판이나 행정 기관의 문서 작성에 사용됐었다는 설명은 서체의 맥락을 이해시켜주는 동시에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대해 한결 쉽게 다가가게 한다. 서체는 물론 해당 서체가 활용된 포스터 디자인 등, 풍부한 이미지도 볼 수 있다.
“본문용 혹은 제목용 서체에 어울린다”거나 “행정기관의 문서 디자인에 사용하라”는 등의 깨알 같은 팁도 잊지 않는다. 베테랑 디자이너로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조언들은 각각의 서체들이 ‘어떻게 활용되면 가장 좋은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