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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산업디자인은 온라인 서비스 디자인을 바라본다

박진아 (디자인 평론가·미술사가) | 2016-02-29

 


 

인터넷이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여행길에 오른 현대인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집카(Zipcar) 앱으로 승용차를 불러 에어비앤비(Airbnb) 사이트를 통해 예약해 둔 홀리데이 홈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맞은 주말 휴일, 냉장고 속의 음식거리와 생필품이 떨어졌다. 직접 교통체증 속에서 슈퍼마켓으로 차를 몰고 나가서 장보기와 계산대 줄서기에 시간을 허비하느니 그동안 오카도(Ocado) 온라인 슈퍼마켓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앱으로 주문한 식료품과 생필품이 깔끔하게 포장되어 집 앞 현관까지 배달된다. 배달을 기다리는 사이 밀려있던 주말 세탁을 하면서 스포티파이(Spotify) 앱이나 넷플릭스(Netflix) 앱(최근 스마트폰용 앱 출시)을 이용해 지난 며칠 바빠 놓친 신 유행곡,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은 물론 TV 드라마와 영화도 따라잡을 수 있다.

 

글 | 박진아 (디자인 평론가·미술사가)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우버, 오카도, 엣시 등 최근 항간에서 들어본 이름도 있고 아직은 낯설게 들리는 이름도 있다. 이 기업들은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업무는 제각기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과 편의 서비스를 해결해주는 온라인 공유 서비스 업체라는 것이다. 자동차, 옷과 장신구같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사물을 재화 혹은 상품(goods, product)이라 한다면, 소비자 또는 사용자가 뭔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그 목적을 장애 없이 손쉽고 용이하게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주고 중재해 주는 것이 ‘서비스’다. 이 성공한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감춰둔 성공의 열쇠는 다름 아닌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잘 작동하는 ‘우수한 서비스’다.  

 

일찍이 2011년 테스코 홈플러스 슈퍼마켓 체인이 서울과 부산 지하철 역사에서 시도했던 가상 슈퍼마켓 빌보드 광고 캠페인. 스마트 기기 사용에 매우 친숙한 우리나라 소비자∙유저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해 온라인 쇼핑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를 하면 집에 당도했을 즈음 주문한 장바구니를 집 앞 현관에 배달받는다는 미래 장보기 가상 시나리오를 거리낌 없이 수용했다. Image courtesy: TESCO PLC.

일찍이 2011년 테스코 홈플러스 슈퍼마켓 체인이 서울과 부산 지하철 역사에서 시도했던 가상 슈퍼마켓 빌보드 광고 캠페인. 스마트 기기 사용에 매우 친숙한 우리나라 소비자·유저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제품의 QR코드를 스캔해 온라인 쇼핑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를 하면 집에 당도했을 즈음 주문한 장바구니를 집 앞 현관에 배달받는다는 미래 장보기 가상 시나리오를 거리낌 없이 수용했다. Image courtesy: TESCO PLC.


온라인 서비스 사업은 디지털 기술을 기초로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소유한 모든 개인 사용자들에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의식주 이외의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여러 삶의 영역들 - 예컨대 은행과 금융 업무, 구인·구직, 교육, 납세, 민원 업무는 물론 장보기, 의료와 보건, 연애나 결혼 같은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 에서 생활에 필요한 각종 볼 일과 일 처리를 하는데 벌써 널리 보편화 됐다. 온라인 서비스는 정부 관련 조직, 대기업, 중소 사업자들이 사용자 중심의 편하고 결함 없이 매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업 실적과 성패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정도다.

 

아주 최근인 지난 2월 17일,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 마련을 위해 공유경제 지원 방안을 내놓고 그동안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활용되어 온 에어비앤비 숙박 공유 서비스와 집카(Zipcar) 무인 공차 대여 서비스 같은 온라인 공유기반 서비스업을 올해부터 정식 사업으로 도입하겠다 발표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우리나라 동네 곳곳마다 들어서 있는 단독주택, 다세대와 연립주택,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이라면 누구나 사업자 등록만 하면 살고 있는 집에 여유 공간이 생기거나 집이 빌 경우 단기간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주고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놀리고 있는 여분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들도 마찬가지다. 긴 주차 시간 대비 주차비용을 내가며 공차로 세워두느니 동네 근거리 지역에서 급히 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잠시 자동차를 빌려주거나 출퇴근길에 같은 목적지로 가는 승객을 합승시켜주고 부수입을 벌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필요한 물건이나 제품이 생기면 직접 구입해 개인 소유로 만든 후 사용하는 ‘소유의 시대’에 살았다. 그러나 이제 현대인들은 꼭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한 사물이나 용역이 필요하면 타인으로부터 빌려 쓰고 대가를 지불하는 바야흐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상만사를 쇼핑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한물갔다? 공유 경제 트렌드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가진 것을 빌리고 빌려주며 돈을 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8년 국제금융위기 직전까지 전 세계는 경기 호황기 싼 이자의 신용과 부동산 시장 호조 덕분에 전에 없는 자유 방만한 소비생활과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위 작품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거리 낙서화가 뱅시(Banksy)가 그린 〈쇼핑 카트가 있는 모네 풍경(Monet with Shopping Trolleys)〉 © Jan Slangen, 2011.

세상만사를 쇼핑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한물갔다? 공유 경제 트렌드에 따르면 우리는 이제 가진 것을 빌리고 빌려주며 돈을 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8년 국제금융위기 직전까지 전 세계는 경기 호황기 싼 이자의 신용과 부동산 시장 호조 덕분에 전에 없는 자유 방만한 소비생활과 물질적 풍요를 누렸다. 위 작품은 영국에서 활동하는 거리 낙서화가 뱅시(Banksy)가 그린 〈쇼핑 카트가 있는 모네 풍경(Monet with Shopping Trolleys)〉 © Jan Slangen, 2011.


미래에 한층 더 보편화되고 세련된 룩(look)과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우리 일상으로 더 깊이 침투하게 될 공유경제가 현 단계에서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자 풀어야 할 과제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통제와 규제안(安)이다. 어느 국가나 사회든 공유 서비스산업의 정부개입과 규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일각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 첫째 이유는 납세 문제이고 둘째는 낯선 이방인들 간의 거래 중 발상할 수 있는 불상사나 부당 처사는 누가 어떻게 중재·합의하느냐라는 법적 보호와 신뢰의 문제다.

 

기존 각종 형태의 임대 업계의 눈에서 볼 때 공유 서비스 업계의 호조는 그들의 생존에 위협적(disruptive)이라 비춰지고 있다. 게다가 공유 서비스 사업을 하려는 개인들은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그에 준하는 각종 납세 임무를 떠안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을 통해 만나게 되는 생면부지의 호스트와 게스트,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의뢰자는 신뢰하고 예의를 지켜야 원칙이나 때에 따라서는 예측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나 불쾌한 경험이 발행해 곤경스러운 상황에 빠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차를 빌려 가 망가뜨리고, 내 집 냉장고 속 음식을 먹어 치우고, 내 옷을 꺼내 입었어요!” - 인터넷을 통한 공유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서 집, 차, 생활용품을 대여했다가 황당 불쾌한 경험과 재정적 손해를 본 사례를 취재해 온라인 공유 서비스로 돈벌기에 뒤따를 수 있는 리스크와 폐해를 지적한 〈타임(Time)〉 시사주간지 2015년 2월 9일판.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일각에서는 장기화된 불황과 노동시장 침체 끝에 등장한 현대판 연한 계약노동제에 불과하며 공유경제란 미화된 인공어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차를 빌려 가 망가뜨리고, 내 집 냉장고 속 음식을 먹어 치우고, 내 옷을 꺼내 입었어요!” 인터넷을 통한 공유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서 집, 차, 생활용품을 대여했다가 황당 불쾌한 경험과 재정적 손해를 본 사례를 취재해 온라인 공유 서비스로 돈벌기에 뒤따를 수 있는 리스크와 폐해를 지적한 〈타임(Time)〉 시사주간지 2015년 2월 9일판.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일각에서는 장기화된 불황과 노동시장 침체 끝에 등장한 현대판 연한 계약노동제에 불과하며 공유경제란 미화된 인공어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지적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 모델은 앞으로 더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 산업의 산실인 미국에서는 물론 문화가 한결 보수적인 유럽에서도 공유 서비스 편의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이트에 대한 포용률은 높다. 이미 2013년에 딜로이트 다국적 회계법인이 발표한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부유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스위스 국민 중 55%가 이미 한두 가지 형태 이상의 공유 서비스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용을 계속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점차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어 소비할 것이라면, 천편일률적이고 무심한 다국적 대형 호텔 체인, 복잡한 관료적 절차가 많은 렌터카 업체, 진부한 쇼핑몰과 북적거리는 대형마켓을 상대하기보다는 한결 저렴한 비용으로 더욱 폭넓은 선택 가능성과 특히 남들은 가져보지 못한 유니크한 경험(unique experiences)을 누리는 편을 택하고 싶어 한다.

 

이를 뒷받침하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회계컨설팅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부터 약 10년 후인 2025년이 되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갖가지 관습적인 ‘임대’나 ‘대여’ 사업 개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공유(sharing)’ 개념이 보편화될 것이라 한다. 그와 같은 공유경제 시장은 액수로 우리 돈 약 412조 원(3350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자료 참고: PwC). 

 

현재 시점에서는 에어비앤비 같은 P2P(peer to peer) 단기 숙소 대여 서비스, 우버나 리프트 같은 교통수단 제공 서비스, 스냅굿스(SnapGoods)나 네이버굿스(Neighbor Goods) 같이 동네 인근 이웃끼리 물품이나 장비를 대여하거나 교환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서비스가 공유경제 트렌드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 향후 몇 년 안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단편 업무를 해결해줄 노동인력 및 전문가 소개 서비스, 특화된 취업 서비스, 개인과 개인 간 돈을 대출해주는 P2P 크라우드 금융 거래 사업과 크라우드 펀딩으로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 사업을 지원해 주는 제도(예를 들면 미국의 킥스타터나 우리나라의 텀블벅)가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VD, 책, 자동차 렌트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숙소, 장비 임대, 음악/영상 스트리밍, 자동차 나눠 타기 시장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위협적 혁신이다. 아직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으나, 온라인 취업과 P2P 금융대출업이 몇 년 안에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PwC.

DVD, 책, 자동차 렌트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숙소, 장비 임대, 음악/영상 스트리밍, 자동차 나눠 타기 시장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위협적 혁신이다. 아직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으나, 온라인 취업과 P2P 금융대출업이 몇 년 안에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PwC.


그런 예측에 기반해 최근 들어 특히 미국을 위시로 커다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온라인 공유 서비스 분야는 바로 ‘긱’ 서비스다. 본래 ‘긱(gig)’이란 1920년대 재즈클럽의 음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고 그에 대한 출연료를 받는 것을 뜻했는데 그 관행은 지금도 음악업계에서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다. 보다 일반적인 의미로 오늘날 긱이란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문을 받아 고객 요구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시성 한시적 일감 즉, 프리랜스업을 뜻하게 됐다. 

 

특히 2009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경제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직업을 동시에 병행하거나 번갈아 일하며 수입을 버는 슬래시족(slashes)과 멀티플 파트타임직 인구가 늘어난 요즘,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트렌드는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현재 미국 프리랜서들 사이 즐겨 이용되고 있는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시간에 쫓기는 고객이 일을 대신 해 줄 일꾼 즉, 태스커(tasker)에게 일을 맡기고 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중개해 주는 온라인 탤런트 플랫폼이다. 물품배달, 정원 가꾸기, 파티 요리 케이터링, 집 공사, 가사일, 아기나 반려동물 돌보기부터 고객의 필요에 따라 요구되는 특수 업무에 이르기까지 시간여유가 있고 일을 할 의향이 있는 태스커는 태스크래빗 같은 온라인 중개사이트를 통해 자기 능력과 시간적 여유에 맞춰 일하고 돈을 벌 수 있다.

 

태스크래빗 모델의 온라인 취업 사이트의 경우, 미국에서는 취업시장을 융통성 있게 재편성하고 노동가격 경쟁을 부추겨 가격대비 최적의 태스커가 필요한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준다고 여기는 반면, 노동자 보호규제가 강한 유럽에서는 노동착취의 불씨가 될 것을 우려해 정식 사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허용과 규제를 둘러싼 정책상의 옥신각신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사이 직업이 필요한 구직자와 도움이 필요한 구인자는 각자 필요에 맞게 온라인 공유 서비스 플랫폼을 유익하게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많은 젊은이들은 커피체인점에서 종일 수많은 고객들에게 시달리며 일해 월급 100여만 원 받는 봉급자 생활을 접고 파트타임으로 반려동물 돌보기나 신체부분 모델, 개인 비서 등으로 일하며 더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도시 직장과 공장 다수가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자 실업자들은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동네 구직사무소로 나가 줄을 섰다.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의 기록사진 〈샌프란시스코 하워드 스트리트 거리의 실업자 구직소 앞〉(1937. 02) © Dorothea Lange.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도시 직장과 공장 다수가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자 실업자들은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위해 매일 새벽 동네 구직사무소로 나가 줄을 섰다.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e)의 기록사진 〈샌프란시스코 하워드 스트리트 거리의 실업자 구직소 앞〉(1937. 02) © Dorothea Lange.

  

한밤중 물랭루주와 제브라 라운지라고 쓰여있는 나이트클럽 간판 아래로 음악 연주용 악기를 들고 한판의 ‘긱’을 하러 혹은 끝마친 후 터덜터덜 보도 위를 걸어가는 음악 밴드의 뒷모습은 미국 사진저널리스트 위지(Weegee)가 찍었다. Image Courtesy: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한밤중 물랭루주와 제브라 라운지라고 쓰여있는 나이트클럽 간판 아래로 음악 연주용 악기를 들고 한판의 ‘긱’을 하러 혹은 끝마친 후 터덜터덜 보도 위를 걸어가는 음악 밴드의 뒷모습은 미국 사진저널리스트 위지(Weegee)가 찍었다. Image Courtesy: © 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사실 이 공유경제 트렌드는 2008년 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와 중동발 국제금융위기 후 회복의 기미 없이 장기화된 경제불황 끝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이자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들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1980~1990년대에 태어나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은 외양적인 물적 풍요 속에서 장기적 경기 침체, 대학 융자 빚, 청년 취업난, 고물가 생활비에 시달리며 그들 부모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소비태도를 키워왔다. 부모세대는 평생고용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 노후 대비 연금을 저축하고, 집을 사고, 차를 소유하고, 값비싼 브랜드의 피복용품에 목돈을 썼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런 돈 씀씀이는 감당할 수 없는 사치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것(YOLO: You Only Live Once)’ - 밀레니얼 세대의 인생 구호답게 그들은 물적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매 순간 감각적으로 누리고 싶은 것에 돈을 쓰고 체험하는 것에서 인생의 참가치를 둔다. 여러 룸메이트와 하우스셰어를 하며 월세를 절약해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고, 소문난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의 라이브 공연 티켓을 구입하는데 쓴다. 물질적 소유가 아닌 나만의 독특한 체험을 몸소 경험(experience)하는 것을 인생의 가치라 여기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젊은이들은 빌리고 나누고 때론 공짜로 취하기는 극히 자연스러운 생존전략이자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일부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 소비자군이 될 미래에 공유기반 경제는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관련 자료: 〈파이낸셜타임스〉지 2016년 2월 16일 자 기사 ‘왜 밀레니얼 세대는 연금저축을 않고 휴가를 떠나는가?’).

  

‘한 번 사는 인생. 소유보다 체험이 우선!’ 18~34세 연령대 젊은이들은 뭔가를 가지기 위해 함부로 돈을 쓰기보다는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무형의 서비스에 지갑을 열 의향이 더 많다. 남들처럼 반드시 피서 휴가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지 않으며, 여행할 경우 60% 이상은 자유여행을 고집하며 여행비용에 관한 한 윗세대보다 예산을 후하게 잡는 편이다. 자료 출처: Allianz.

‘한 번 사는 인생. 소유보다 체험이 우선!’ 18~34세 연령대 젊은이들은 뭔가를 가지기 위해 함부로 돈을 쓰기보다는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무형의 서비스에 지갑을 열 의향이 더 많다. 남들처럼 반드시 피서 휴가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지 않으며, 여행할 경우 60% 이상은 자유여행을 고집하며 여행비용에 관한 한 윗세대보다 예산을 후하게 잡는 편이다. 자료 출처: Allianz.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우버, 오카도 등 공유 서비스 업계의 ‘유니콘(Unicorns)’ 테크 업체들은 현재 인터넷상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공유 서비스 사이트 중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등극한 극소수의 성공 사례들이다. 서비스는 시스템(system)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통합적인 생태계(eco-system)이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무형의 제품으로서 세심히 설계되고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실제 인터넷 상에서 본격적으로 응용된 때는 21세기 이후부터였다.

 

20세기식 대량생산과 유통을 위한 제조업에 봉사했던 과거 산업디자인은 일반대중 또는 소비자를 디자인 제품을 구매해가는 소비자 정도로 여겼을 뿐 디자인 개발 과정의 일부로 포용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대중화된 후 지나친 기대와 과열투자로 2000년 뉴욕 증시 닷컴버블 붕괴로 이어졌다. 그런 와중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는 동안 선진국 주도로 경제 구조의 탈 제조업화는 가속화됐다. 드디어 제품의 개발-생산-유통이라는 전통적인 제조업 유통 구조에 갇혀 있던 제품 디자인은 점차 서비스 디자인 영역으로 시야를 넓혀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이 저마다 구축해 놓은 서비스 시스템은 각종 첨단 테크 지식이 시스템화되어 있는 각종 ‘첨단 테크놀러지의 집약’으로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밀의 무기이자 무형자산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들은 무형의 기술과 노하우 집약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집적된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과 연구조사는 물론 사용자 인터랙션 패턴과 피드백을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과정부터 포함하는 절차가 정착 되어야만 좋은 서비스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다.

 

공유경제는 온라인상의 공공시장에 나와 나누고 교환하는 수많은 개인 사용자들이 참여해야만 가능하듯, 서비스 디자인 또한 수많은 전문가의 협동과 참여가 있어야만 완성될 수 있는 공동제작(co-production)과 협업의 산물이다. ‘효율적인 디지털 사업체의 특징 7가지’(〈매킨지 쿼털리〉, 2014년 5월호 기사)가 지적했듯, 특히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디자인은 소비자 또는 사용자의 행태로부터 배우고 끊임없이 개선하며 혁신해야 한다. 그 온라인 서비스에 무료로 정보를 제공해주고 사용실적을 쌓아 빅데이터를 구축해주는 수많은 사용자(users)들의 참여 없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란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나눠주는 선심이나 자선 혹은 동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의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에서 접촉해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팔고 교환하는 엄연한 디지털 기반 시장이다. 공유경제라는 트렌드로 확산되기 이전부터 이미 사회인류학에서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프로슈머(Prosumer)’ - 유통과 소비활동에 참여하는 참여적 소비자(consumer) - 로 이 트렌드를 예고했다. 위의 작품은 영국의 화가 L.S 로리(Lowry)가 1939년에 그린 유화 〈도시 북부 시장 풍경(Market Scene, Northern Town)〉. 화가가 살던 1920~1930년대 맨체스터 시 외곽 펜들버리라는 소도시의 장터의 모습을 묘사했다. 45.7 Ⅹ 61.1cm, © The Lowry Collection, Salford.

공유경제란 아무런 금전적 대가 없이 나눠주는 선심이나 자선 혹은 동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의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에서 접촉해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팔고 교환하는 엄연한 디지털 기반 시장이다. 공유경제라는 트렌드로 확산되기 이전부터 이미 사회인류학에서 ‘협력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프로슈머(Prosumer)’ - 유통과 소비활동에 참여하는 참여적 소비자(consumer) - 로 이 트렌드를 예고했다. 위의 작품은 영국의 화가 L.S 로리(Lowry)가 1939년에 그린 유화 〈도시 북부 시장 풍경(Market Scene, Northern Town)〉. 화가가 살던 1920~1930년대 맨체스터 시 외곽 펜들버리라는 소도시의 장터의 모습을 묘사했다. 45.7 Ⅹ 61.1cm, © The Lowry Collection, Salford.

 

20세기 모더니즘 시대 산업디자이너들의 이상은 신기술을 활용해 더욱 많은 대중이 취하고 활용해 윤택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휴머니즘 철학이었다. 디지털 시대가 된 21세기 지금, 산업 디자이너들의 그러한 사명감은 변함이 없다. 다만, 한 세기 전보다 지금 인류는 과거와는 다른 문제점과 과제거리를 안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개론서 〈서비스 디자인: 통찰에서 응용까지(Service Design: From Insight to Implementation)〉에서 역설하듯, 앞으로 지속될 인구 증가, 질병과 보건 문제, 에너지와 자원 과소비로 인한 천연자원의 고갈, 저에너지 고효율의 교통과 통신 인프라 구축 필요성 등 인류 미래에 산적한 숙제 거리 해결에 첨단 디지털 기술이 기반을 둔 서비스 디자인이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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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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