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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스케치와 이미지, 영화적 오마주의 너머

2016-03-07



디자이너 켄 아담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의 세트를 디자인했지만 아마도 그것이 현실과도 같이 스크린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스케치 속 그리고 아티스트, 유수 감독들의 오마주 너머에 존재하는 스탠리 큐브릭. 그의 손길과 흔적들의 역사가 35mm 필름 밖 전시장으로 나와 14번째 국가, 한국을 찾았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디자이너 켄 아담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전쟁 상황실 최종 디자인

디자이너 켄 아담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전쟁 상황실 최종 디자인 (출처: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이 현대카드(대표 정태영)와 손잡고 독일영화박물관(Deutsches Filminstitut - DIF e.V. Deutsches Filmmuseum, http://deutsches-filminstitut.de)과  공동주최로 컬처프로젝트 시리즈 19회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 온 주인공은 오마주를 넘어 자신 스스로 장르의 경지에 이른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말로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으로 무의식을 파고드는 시각적인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_ 스탠리 큐브릭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전쟁상활실 컨퍼런스 테이블(1963~64)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전쟁상활실 컨퍼런스 테이블(1963~64) (출처: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큐브릭은 미국과 영국에서 영화를 제작했던 20세기 영화감독이지만, 과거 그리고 현존하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그가 만들어낸 완벽한 영상언어에 몰입하고 이를 존경하다 못해 작품 내에 수차례 인용되며 그를 회자한다. 그가 남긴 낱낱의 장면(Scene)은 사진이자 곧 영화가 되어 우리가 찾는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데 익숙할 지경이다. <인터스텔라>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로봇 ‘타스’의 디자인 또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로봇 디자인과 유사하게 디자인되어 이를 ‘큐브릭 오마주’라 설명했다. 특히 그는 큐브릭 영화에 대한 무의식적 오마주가 영화 내에 보여질 것이며, 가장 간단한 디자인으로 고도의 지능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이 ‘타스’였고, 그 역할에 충실한 디자인의 결과는 큐브릭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낸 바 있다.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한 세월이 30년이다. 
영화를 그냥 만드는 것은 쉽다.  하지만 누구나 위대하다고 느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  _ 얀 할란 (스탠리 큐브릭 작업을 30여 년간 함께한 영화 제작자)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SF영화의 교과서로 불리며 자신만의 독자적 입지를 다진 영화괴물, 큐브릭이 아닌 청춘이었을 적 모습은 어땠을까? 그가 쏟아내는 창작물의 영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모두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작품을 통해서 그의 행보를 돌아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업 안 파편들을 보면서 ‘완벽주의’라는 수식을 붙인다. 너무 성급하지 않냐고? 그럼 그의 첫 시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영화제작자, 가족 등)을 통해 예술가 큐브릭을 전시로서 고찰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13세가 되던 해, 그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만의 카메라를 갖게 된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열정은 그를 17세에 유명 매거진(LOOK)의 정식 사진기자로서 자리에 오르도록 한다.
 
그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옮긴 마치 한 편의 자전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스탠리 큐브릭〉전은 집안에서 발견했던 몇몇, 그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과 역사를 한 자리에 엮어낸 서사를 지닌 에세이의 모양을 띤다. 전시장 내에는 스탠리 큐브릭의 자필 메모가 담긴 각본, 계획안 등 그의 완벽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자료들과 스탠리 큐브릭의 아내 크리스티안 큐브릭이 직접 그린 스탠리 큐브릭의 일상의 모습을 담은 회화 작품 등은 관람에서 놓쳐서는 안될 작품들로 손꼽힌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촬영 당시, 스탠리 큐브릭과 촬영감독 죠프리 언스워스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회색을 기반으로 노출 시간을 계산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촬영 당시, 스탠리 큐브릭과 촬영감독 죠프리 언스워스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회색을 기반으로 노출 시간을 계산했다. (출처: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그는 어린 나이부터 카메라를 손에 잡기 시작했다. 전시장 내에서 매거진 사진기자 였던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초기 사진작품들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카메라를 손에 잡기 시작했다. 전시장 내에서 매거진 사진기자 였던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초기 사진작품들을 살펴 볼 수 있다.



오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영화 거장이었던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작품세계를 전시로 재탄생 시킨 프로젝트다.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지배했던 한 아티스트의 삶과 그리고 샘솟았던 창작의 열정은 관객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아이즈 와이즈 셧> 속 주인공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그리고 생전의 스탠리 큐브릭

영화<아이즈 와이즈 셧> 속 주인공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 그리고 생전의 스탠리 큐브릭 (출처: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독일에서 시작된〈스탠리 큐브릭>전, 또 다른 영화 속 

#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생전에 미국과 영국에서 영화제작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탠리 큐브릭〉 전은 두 국가가 아닌 독일의 영화박물관에서 개최됐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디자이너 켄 애덤의 전시를 열었었는데, 전시 마지막 날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를 상영하고자 했다. 이 자리에 초청된 큐브릭의 측근들, 얀 할란과 크리스티안 큐브릭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런던 근교에 있는 큐브릭의 자택에는 여전히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음을 듣게 되었고 수많은 자료를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자택에 방문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방대한 소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속에서 튀어 나온 듯한 〈샤이닝〉 속 탁자, 〈배리 린든>의 전등 등, 구석구석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속 장면들과 오버랩 되는 소품들은 박물관에서 약 8개월간 아카이브 작업을 거쳤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만으로도 몇 개의 컨테이너에 나눠야 할 만큼 방대했고, 유작인 <나폴레옹>의 소품 또한 대단했다. 그 이후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전시를 열었는데, 당시 건축박물관과의 협업했던 전시가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으면서 전 세계 투어로 이뤄졌다. 베를린, 호주, 미국, 남미 등 전 세계 순회전시를 했으며 현재 한국이 첫 아시아 전이며 14번째 국가다. 현재까지 110만 명의 관객이 전시회를 찾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트장에 있는 스탠리 큐브릭 (출처: Warner Bros. Entertainment Inc. )




# 전 세계 13개 국가 주요 도시에서 열린 전시가 많은 관람객을 매료시켰고 아시아에서는 첫 전시를 진행했다. 오랜 기간 이끌어온 전시 콘셉트와 프로그램은 어떻게 완성됐나?  

200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첫 전시를 가졌던 〈스탠리 큐브릭> 전은 독일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 베를린에서 초청을 받아 큰 규모로 전시됐으며, 베를린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오스트리아에서 전시가 진행됐다. 이는 글로벌 전시로서 시작을 연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난 10년간 예술가뿐 아니라 박물관 및 미술관 학제간 연구를 거듭하면서 전시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건축, 디자인을 포함한 연기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비평의 잣대를 스스로에게 던질 정도로 완벽주의자였기에 이를 관람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큰 과제였다.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훌륭한 큐레이터와 디자이너를 만나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갖춘 전시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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