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매거진 월간 〈CA〉 | 2016-03-07
일러스트레이션은 현재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달스턴의 창고에 모여 자기들끼리만의 유대감을 형성했던 폐쇄적인 집단을 넘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실제로 매우 커진 것처럼 보인다.
기사제공 | 디자인 매거진 월간 〈CA〉
이번 페어에서는 기존에 주목 받았던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 모두 뛰어난 작품들을 선보였다. 옥소 타워 워프에 입장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작품은 프로젝션 맵핑 아티스트인 루퍼트 뉴만의 새로운 설치작품이었다.
이는 오가던 사람들이 궁금증을 갖고 전시장으로 걸음할 수 있게 한 대표 작품으로, 브릿 어워드(Brit Awards)와 버닝 맨 페스티벌(Burning Man Festival) 등 많은 곳에서 전시했던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완성도 또한 높았다.
반면 이번 페어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로버트 헌터의 작품 역시 그에 못지않게 근사했다. 그는 페어 조직위원들이 직접 엄선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는데, 작품만 보아도 그 이유는 명백했다.
그는 행사 전체의 외관과 느낌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순간의 모든 것을 일러스트레이션 속에 담은 듯했다. 온전히 손으로만 작업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환상적인 색감과 음영 덕분에 더욱 돋보였다.
메리루 포레(Marylou Faure) 역시 신진 작가로, 그녀의 작품은 첫눈에 감동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었다. 해티 스튜어트(Hattie Stewart)와 케이트 모로스(Kate Moross)의 느낌이 있어 익숙한 느낌이 들면서도, 포레만의 단순한 형태와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해 주의를 환기했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화려한 네온 색상을 사용하여 톡톡 튀는 느낌 또한 자아냈다. 그녀의 생기 넘치는 작품에서 엿본 수많은 가능성은 장래를 기대하게 한다.
크리에이티브 듀오 에쉬윈(Ashwin)과 로렌(Lauren)의 작품은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이들은 건축학적인 경험과 배경 지식에 예술을 민감하게 접목시켜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섬세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두 사람은 매번 작품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 이상으로 깊게 사고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들의 작품에는 언제나 생각의 깊이와 세심함이 묻어난다. 도시 설계와 용수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중동의 지속 가능한 수도 처리 과정에서부터 템스 강 어귀의 포도주 생산까지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는 에쉬윈과 로렌은 이번 시즌에도 눈에 띌 만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페어에서 신진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 팀은 스위스의 영웅이라고도 불리는 더 콜랙티브(The collective)다. 댄 버튼(Dan Button), 에스메 티얼(Esme Tearle)과 아담 그래프(Adam Graff)가 공동으로 창업한 더 콜랙티브는 예년의 페어에서도 그랬듯 뛰어난 작업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재능 넘치는 샘 피트(Sam Peet)와 라지 던나(Raj Dhunna)는 자신들의 전시와 더불어 가판대를 지키고 있었고, 피트 파울러(Pete Fowler)의 직소 퍼즐부터 ‘백 투 더 퓨처’ 핀 배지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일러스트 페어는 해를 거듭할수록 덩치가 커져, 이번 시즌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혹스턴 아치에서 벗어나 옥소 타워 워프의 네 개 층 전체를 사용하여 진행되었다. 공간이 확장된 덕분에 주최 측은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는 일러스트레이션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짧은 시간 동안 이토록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은 일러스트레이션 계열 행사들이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
런던 일러스트레이션 페어(LONDON ILLUSTRATION FAIR), THELONDONILLUSTRATIONFAIR.CO.UK
-
일시: 2015년 12월 4일~6일
장소: 런던 옥소 타워 워프
참여작가: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카밀 와랄라(Camille Walala), 티에리 누아르(Thierry Noir), 루퍼트 뉴만(Rupert New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