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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부르는 곳, ‘낙랑파라’

팝사인 | 2016-03-08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크고 작은 상점들을 지나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연남동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려하지 않고 따뜻한 느낌의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 연남동 골목 사이에 자리한 ‘낙랑파라’ 카페는 새겨진 이름과 그 어감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사제공 | 팝사인

 

 

카페 입구부분 노출 콘크리트에 페인팅한 ‘낙랑파라’ 간판은 은은한 조명을 이용해 주목성을 높였다.

카페 입구부분 노출 콘크리트에 페인팅한 ‘낙랑파라’ 간판은 은은한 조명을 이용해 주목성을 높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름 ‘낙랑파라’


‘낙랑파라’는 A4 디자인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연남동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다. 건물의 지하와 1층은 카페로, 2층과 3층은 A4 사무실로 사용한다. A4의 김희정 팀장은 카페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고, 사무실을 대치동에서 홍대쪽으로 이전하면서 그 꿈을 현실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낙랑파라’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했다. ‘낙랑파라’는 1931년 소공동에 화가 이순석이 운영했던, 한국인이 운영한 최초의 카페 이름이다. 이순석씨는 옛 도시국가의 이름 낙랑(樂浪)과 응접실을 의미하는 parlour를 합성해서 카페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1930년대에 한자와 영어의 합성어로 이름을 지은 ‘모던’함이 지금도 여전히 세련되고, 그 당시 이상을 비롯한 문학,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이용되었던 것처럼 2015년 현재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정취가 묻어나는 연남동의 지역적 특성과도 잘 맞아 ‘낙랑파라’라는 카페이름을 짓게 됐다고 김희정 팀장은 설명했다. 

 

 

간판을 통해 전달되는 매장 콘셉트


‘낙랑파라’ 카페는 조용한 골목에 아는 사람들만 모이는 아지트, 골목의 오아시스로 자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처음엔 간판도 달지 않으려 했지만, 최소한의 표시로 건물 입구부분의 노출 콘크리트에 ‘cafe 낙랑파라’라는 글씨만 페인팅 했다고. 

 

김희정 팀장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업종, 지역에 상관없이 최대한 화려하고 튀어 보이는 간판을 달기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간판이 잘 보인다고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요즘 젊은 층은 매장의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좋은 곳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에 간판 디자인도 전체적인 매장 콘셉트와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낙랑파라’도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1930년대의 느낌을 살린 빈티지한 스타일의 카페 내부

1930년대의 느낌을 살린 빈티지한 스타일의 카페 내부


 

‘낙랑파라’를 찾는 주요고객은 단연 여성이 많고, 연령대는 2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하다. 평일에는 주로 인근 홍대, 연남동 일대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주말에는 소개팅 및 데이트 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또한 ‘낙랑파라’에서는 특징적인 맛보다 모두가 무난히 즐길 수 있는 맛의 커피와 차를 준비한다고. 요즘 같이 쌀쌀한 날씨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생과일 즙으로 만든 차가 인기가 높다. 

 

 

빈티지한 디자인이 돋보이다


‘낙랑파라’의 인테리어는 A4에서 맡아 진행했는데, 최초의 ‘낙랑파라’ 카페가 있었던 1930년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국적 빈티지 스타일을 반영했다. 커피바 쪽으로 보이는 나무패널은 기존 가정집 내부 천장에 붙어있던 것을 뜯어서 재사용 했고, 소파 쪽에 배치한 의자들도 중고시장을 뒤져서 발견한 초창기 보루네오 가구의 제품이다. 

 

기존 가정집 내부 천장에 붙어 있던 나무패널을 커피바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기존 가정집 내부 천장에 붙어 있던 나무패널을 커피바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지하는 원래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인데 천장이 낮아 다소 답답한 점이 있었기 때문에 마감은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명과 소품만으로 분위기를 연출했다. 조명 또한 기본조명을 제외하고는 영국과 미국에서 구매한 빈티지 조명을 사용했다. 

 


지하 공간은 조명과 소품만으로 앤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하 공간은 조명과 소품만으로 앤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낙랑파라’ 카페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매장 내에 마련된 ‘낙랑상점’이다. ‘낙랑상점’에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빈티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김희정 팀장은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느꼈던 세월이 가지는 힘과 오래된 공간과 물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1930~70년대 유럽, 미국의 빈티지 제품들이고 단순한 중고품이 아닌 세월의 가치를 지닌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낙랑상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1930년대~1970년대의 빈티지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낙랑상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1930년대~1970년대의 빈티지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공간


‘낙랑파라’의 또 하나의 특징은 나눔 프로젝트이다. 김희정 팀장은 “현대사회에서 바쁘게 경쟁하며 살다 보면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또 더 많이 벌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더 행복해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인데, ‘과연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라는 성찰로부터 나눔 프로젝트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눔 프로젝트는 가족, 친구, 이웃, 더 나아가 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삶이 더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부정기적으로 틈나는 대로 경매(빈티지제품), 쌀 기부, 연탄기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플리마켓이나 공연 같은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낙랑파라’의 네 번째 나눔 프로젝트 포스터를 매장 입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낙랑파라’의 네 번째 나눔 프로젝트 포스터를 매장 입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현재 ‘낙랑카페’에선 네번째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남동 골목을 거닐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면 ‘낙랑파라’로 발길을 옮겨 보는 것도 좋겠다. 그 곳엔 추억에 잠길 수 있는 향수와, 지친 마음을 쉬게 해줄 따뜻함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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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Sign, Lighting Design 전문 매거진 월간 <팝사인> 은 국내 최초의 옥외 광고 전문지로, 국내 사인 산업의 발전과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영문판 잡지인 발간을 통해 국내 주요 소식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 매체사와의 업무제휴 들을 통한 국내 업체의 해외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등 해외 수출 마케팅 지원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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