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8
지난 7월 22일 경기도미술관에서 패션쇼가 열렸다. 미술작품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전시장에서 패션쇼라는 이색 행사가 벌어진 것은 장장 74일간 이어지는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전의 개막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대체 어떤 전시기에 이토록 성대하고 이색적인 개막식을 치른 것일까.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자료제공 | 경기도미술관(www.gmoma.org)
현대미술작가, 문화평론가, 사회활동가, 연예인 등이 참여했던 패션쇼, ‘착한 옷들의 행진’은 경기도미술관에서 마련한 2009 크로스장르展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였다. 패션 산업 전반의 가치 잇는 주요 이슈인 윤리적 패션을 조명하려는 전시의 개막행사로 제격이었던 셈. 이날 진행된 패션쇼 ‘착한 옷들의 행진’은 전문 패션모델 대신 사회•문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명의 유명인사 런웨이에 섰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의 옷, 30년 전 어머니가 입던 옷 등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윤리적 패션’을 담은 의상을 직접 준비하여 쇼에 섰고, 무대 위에서는 옷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7월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월 4일까지 총 74일간 개최될 이번 전시는 경기도미술관의 연례 기획전들 중 하나로, 미술과 인접한 타 장르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크로스장르展 이다. 2008년 ‘건축’에 이어 올해 소개하는 장르는 ‘패션’인 것.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라는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패션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윤리적 패션을 주제로 다룬다. 최근 5년을 전후로 패션의 중심지로 불리는 런던, 파리, 밀라노를 비롯한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윤리적 패션이 생산과 소비의 기본 가치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다양한 방식의 윤리적 패션을 소개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패션계의 윤리적 실천의 현주소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또한 조형적인 측면뿐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서의 패션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에는 윤리적인 제작 방식을 따르거나 윤리적 주제를 담은 의상, 소품, 사진, 영상, 설치 작품들이 전시된다.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에서 온 19팀의 참가자 명단에는 패션 디자이너는 물론, 건축가, 설치미술가, 디자이너와 사진가가 포함되어 있다. 재고나 자투리로 남은 스탁 원단을 이어 만들거나(오르솔라 드 캐스트로/필리포 리치), 기증받은 헌 옷을 분해하고 재구성하여 만든 의상(윤진선/홍선영/채수경), 문서쇄단기의 파지를 엮어 만든 설치작품(모바나 첸), 환경오염의 염려가 없는 옥수수나 쐐기풀 등의 소재를 사용한 대안 섬유로 만들어진 드레스(이경재)는 물론, 공정무역을 적극 활용한 작품도 있다. 그밖에 재활용 알루미늄 캔 뚜껑을 재료로 제3세계의 공정무역 노동력을 활용해 만든 가방과 드레스(아나 파울라 프라이타스), 공정무역 생산 원단으로 만들어진 자연 친화적 소재로 제작된 의상(그루, 홍승완) 등이 선보인다. 또한 펠트 소재로 만든 뫼비우스 띠를 둘러 입는 건축적 의상(윤미진), 마론인형에 재활용 소재의 옷을 만들어 입힌 설치작업(윤정원) 등은 윤리적 패션의 맥락에서 ‘옷을 입는다’는 기본적인 행위에 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또한 본 전시와 연계하여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행사, 특별 전시가 진행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대상으로 친환경 섬유에 자연 재료를 이용하여 천연 염색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어린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재활용 재료를 이용해 인형 옷을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체험 이벤트, 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 전시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입을 수 있는 패션 특별전 등이 마련되어 있다. 모든 프로그램 참가비는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정보는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고 접수할 수 있다.
7월 23일부터 10월 4일까지 개최될 이번 전시를 통해 윤리적 패션을 개념적, 미학적,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동시대의 윤리적 패션 활동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