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 2016-03-23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무게를 두고 한옥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탁월하게 풀어내고 있는 구가건축(대표소장 조정구)이 누하동 171번지의 낡은 한옥을 새롭게 리모델링하였다. 지난해 11월 20일 오픈하우스를 통해 잠시 공개된 누하동 한옥은 서촌의 깊은 골목길 안쪽에 자리하며, 건축면적 52.31㎡(약 16평)의 작고 아담한 규모이지만 제법 풍성한 공간으로 전해진다. 도심 한옥의 풋풋한 정서와 현대적 감각에 맞게 배려한 섬세한 디테일, 옛 흔적을 간간히 느낄 수 있는 깨알 같은 포인트들이 곳곳에 묻어나 있다.
기사제공 | 건축디자인신문 에이앤뉴스
새롭게 대수선되기 전 애초 집은 작은 마당과 3면이 골목길에 면해 있는 아담한 규모의 집이었다. 문간채의 방들이 크기도 작고 채광도 안 되는 것은 물론 막힌 벽이 많아서 바람이 잘 들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서쪽과 남쪽 외부는 타일 화방벽으로 둘러싸여 기둥의 상태가 좋지 않고 외부 서까래도 상태가 좋지 않았고, 곳곳의 기둥이 많이 뒤틀리고 미장벽만이 건물의 구조를 지지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에 구가건축에서는 191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집의 목재를 가능한 재사용함으로써 과거의 집이 간직한 이야기가 쉽게 지워지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배치와 구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리모델링된 집은 현재 어린 두 딸을 둔 젊은 부부를 위한 집을 위한 삶의 공간으로 변모된 것이다. 회사 생활을 하는 남편과 전업 주부인 아내의 생활을 고려하여 주방은 집안의 중심 공간으로 간주되었고, 이로 인해 대청-안방-옷방으로 구성된 부부의 공간과 아이방-공부방-놀이방으로 구성된 아이들의 공간을 주방 양쪽으로 나누어 합리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각각의 공간은 언제든 열고 닫아, 크게 또는 작게 쓸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여겨 볼 점이다. 집을 둘러싼 골목을 향해 창을 두어 작은 집이 작게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누하동 한옥이 가지는 커다란 공간 특색이다.
“집안 곳곳에 정성과 배려가 느껴지도록 작은 부분들까지 신경을 썼어요. 아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는 젊은 부부의 진솔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잘 전달되기를 바랐죠.”
건축주가 아이들의 꿈을 생각하는 마음처럼, 건축가가 거주자에 대한 배려와 과거의 흔적을 담아내고자 하는 지혜로움처럼, 누하동 한옥은 작지만 넉넉한 공간으로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서촌의 골목길을 온화하게 밝혀주고 있다.
자료_ 구가도시건축
조정구_ 구가도시건축 대표건축가
조정구 Junggoo Cho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2000년부터 구가도시건축을 설립하여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삶과 가까운 보편적인 건축’에 주제를 두고 개인주택부터 작업실,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병원, 호텔 등 우리 생활에 친근한 주제들을 설계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지속된 도시답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에 장수마을 역사문화 보전정비종합계획, 돈의문 역사공원조성 기본계획 등으로 관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설계총괄: 조정구/ 구가도시건축
설계 및 시공: 구가도시건축
위치: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3길 14
대지면적: 92.60㎡
건축면적: 52.31㎡
지역지구: 제2종일반주거지역, 제1종지구단위계획지구
건축주: 권기태, 강유선
협력업체: 작업반장/ 유정상, 김성수, 한식목공/고이건축, 한식기와/ 김성철, 내장목공/ 이수환, 이정호, 유창용, 한식미장/ 배상수, 박주상, 이규백, 한식석공/ 박상규, 한식창호/ 목현공예사, 전기설비/ 조평래, 배관설비/ 윤용배, 처리운반/ 우택영/ 한식도배/ 조수연, 칠/ 최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