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사진 | 2016-04-14
‘답도 없고, 옳고 그른 것도 없다’는 평을 듣는 고정 남의 딥티크 사진. 그렇기에 관람객은 그의 작업을 보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사진 세계를 만들어낸 카메라는 어떤 사연을 품고 있을지 궁금하다.
기사제공 | 월간사진
가장 단순하게 대상을 재현하다_ Wista Field 45
일본 도쿄종합사진전문학교 시절, 마미야7을 사용하던 작가에게 어느 날 지도교수는 “내일부터 4X5 카메라로 촬영하라”고 했다. 고정남은 곧바로 타치하라 뷰 카메라를 구입했고, 이때부터 4X5 작업이 시작됐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타치하라 카메라를, 이후로는 도요 필드 카메라를, 그리고 현재는 위스타 필드 카메라를 작업에 이용하고 있다.
이 카메라의 장점은 표준렌즈(150mm)만을 사용하기에 복잡한 촬영 기술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대상을 재현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일관된 작업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딥티크 작업이다.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사진은 작가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장소에 가서 그 기억과 관계있는 인물을 배치시켜 촬영한다. 고향인 장흥을 비롯해 그가 살았던 광주와 일본, 서울, 인천 등이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배치되어 있는 사진 속에서 작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유추해보는 것도 보다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뛰어난 색 재현능력_ 니콘 D810
작년부터 강의를 해온 학교 스튜디오 실습실에 지급된 카메라다. 이전까지는 캐논 5D MarkⅡ를 사용했지만 노안이 오면서 초점 맞추는 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사라지게 만든 카메라가 있었으니 바로 니콘 D810이다. 다른 카메라에 비해 초점 맞추는 게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주로 24mm 광각렌즈와 50mm 표준렌즈를 사용한다. 색 재현능력 만큼은 4×5 필름카메라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지난 1월 갤러리 브레송에서 가졌던 전시 ‘Unlimited-바람의 봄’을 통해 선보인 작품의 70%가 이 카메라로 촬영됐다. 당분간은 위스타 카메라와 병행하여 작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좋은 사진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다_ 핫셀블라드 503cx
2003년 일본인 친구의 카메라를 빌려 쓴 것이 계기가 되어 망설임 없이 구입한 카메라다. 기동성이 좋고 선예도가 뛰어나 지금도 애용하고 있다. 80mm 렌즈 하나만으로도 35mm 카메라와는 차별화되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겨울방학〉 시리즈는 고정남 작가가 일본 전국을 돌면서 촬영한 작업이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도쿄를 출발, 니가타를 거쳐 아키타까지 혼자 여행을 했다. 이 시리즈의 첫인상은 여행에서 만나는 평범하고 솔직한 일상 풍경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작가는 ‘내 사진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여행을 마치고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좋은 것을 좋다고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으며, 단지 시각을 홀리는 사진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에는 많은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