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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어떤 집에 살고 싶나요

2016-04-21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집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화를 시작했다. 거대한 흐름이 주거에 몰리는 현상은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 태도를 보이는 소비성향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몰입하는 우리 사회전반 곳곳의 분위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을 디자인·설계하는데 가장 주된 역할을 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현재 국내 주택 프로젝트로 주목 받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 그들을 만나 현재의 집을 둘러싼 개념들, 변화 양상과 새로운 집의 경험들 그리고 생각을 들어봤다. 

 

 

에디터 ㅣ 김미주(mjkim@jungle.co.kr

사진 ㅣ 윤준환, architect-K

 

건축가 이기철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다. 당초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긴 두시간 반여 동안 나눈 대화만으로 그의 디자인 성향과 주택 건축의 방법론에 대해 몇 줄로 나열하는 것이 무모한 일일지 모르나, 그가 던지는 주택건축의 키워드는 한결 같았다. 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성, 도시 콘텍스트, 건축 재료, 그리고 건축주가 그것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에의해 갑자기 인구가 불어난 지역으로 산지의 빈곳에 불규칙적으로 집이 지어졌고, 그 사이로 수많은 골목들이 생겨났다. 65년이 지난 지금 그 흔적들은 부산을 도시 구조을 이루는 큰 특징이며 골목 사이로 갑자기 나타나는 바다는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부산 송도에 위치한 대지는 이런 불규칙한 주거군 사이에 자리잡고 송도 해수욕장을 바라다 보고 있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에의해 갑자기 인구가 불어난 지역으로 산지의 빈곳에 불규칙적으로 집이 지어졌고, 그 사이로 수많은 골목들이 생겨났다. 65년이 지난 지금 그 흔적들은 부산을 도시 구조을 이루는 큰 특징이며 골목 사이로 갑자기 나타나는 바다는 도시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부산 송도에 위치한 대지는 이런 불규칙한 주거군 사이에 자리잡고 송도 해수욕장을 바라다 보고 있다. (사진: 윤준환 작가)

 

 


송도주택 스케치(제공: architect K)

송도주택 스케치(제공: architect K)


 

 

 

송도주택 외관 (사진: 윤준환 작가)

송도주택 외관 (사진: 윤준환 작가)

 

 

 

Jungle: 일반주택의 시선으로 봤을 때 송도주택(Alice's Adventures in Wonder House)의 형태는 파격적으로 보이는데 건축주의 의견이었나요, 건축가의 제안이라면 이를 어느 선까지 수용하게 것인지 배경이 궁금한데요.

 

건축주의 바람은 모두가 꿈꾸는 그림 같은 집이었어요.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건축주의 로망 거의 흡사하지요. 건축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건축 스케치를 하다 보니, 일반주택에서 실현하기 실현하기 힘든 부분들이 물론 많았습니다. 건축주가 송도 일대에 오랜 세월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곳이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골목 하나 하나를 잇는 송도만의 지역색을 드러내는 주변에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이를 미학적으로 주택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필요했어요. 

 

 

Jungle: 송도주택 건축 리서치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송도 프로젝트 시작 무렵, 부산지역의 학교 교수님들께 송도의 지역적 특성에 관한 문의를 했었어요.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이론부터 자료조사를 하던 과정 중에 이곳이 일제시대 계획된 공설 해수욕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60~70년대까지 만해도 이곳이 신혼여행지, 휴양지로 각광받던 곳이었지만, 80~90년대 접어들어 난개발로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더욱 건축주가 이곳에 입지를 선택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리서치 과정 중 어떤 교수님께서는 이곳이 한국의 나폴리가 될 수도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이런 특성들을 좀 더 살려보면 어떨까 생각해 휴양 프로그램과 해양 갤러리를 건축주에게 제안하게 됐습니다.   

 

 

 

 

 


 

 

송도주택 내부 (사진: 윤준환 작가)

송도주택 내부 (사진: 윤준환 작가)


 

 

Jungle: 송도 프로젝트 하나로 해외 매체에서 이슈가 됐었죠. 스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주택필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하나의 건축물이 도시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 송도주택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요? 

 

시공 이후부터 주택 필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이곳은 주거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인데 송도주택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주거 비중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에 맞춰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가족형 호텔의 의뢰를 받기도 했는데, 리서치 중 1930년대 송도의 모습은 가족들이 한가롭게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런 역사 속 지역의 특색들이 다시 건축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죠. 

 

 

architect K를 이끄는 건축가들. 이기철 대표(가운데)

architect K를 이끄는 건축가들. 이기철 대표(가운데)


 

 

Jungle: 건축 이외에 작가와 협업을 통해 가구 디자인, 제작을 진행하셨는데요?

 

송도주택 작업을 하면서 건축주에 가구에 관한 제안을 같이 한 바 있어요. 가구 작업이었지만, 실은 함께 작업한 조각가는 디지털 퍼블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신두수’라는 친구입니다. 부산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아티스트인데, 같은 부산 출신인지라 작업하기가 수월했죠. 주택 내에는 총 8점이 들어가 있어요. 

 

가구작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현장에 직접 가서 재료를 선정하고 미세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에 대한 접근 방식을 알게 되면서 여러 가지 실험들을 많이 해보게 된 계기가 됐죠. 디자인하는 과정 속에서 재료를 치밀하게 다룰 수 있는 지점이 무엇보다 좋았고, 긍정적 자극을 줬다고 할까요. 다양한 영역과 협업하는 것도 건축가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두수, architect K의 Chair W

신두수, architect K의 Chair W

 

 

 

30년 넘게 살게 될 집, 함께 사는 것만으로 재미있는 집    

 

 

Jungle: 실용과 심미적인 부분에 대한 경계, 이에 대한 고민의 답이 있을까요. 

 

매 프로젝트 마다 다르지만, 건축주가 원하는 건축이 기능적인 부분이라면 그 부분에 집중해 고민하는 것이 맞죠. 프로젝트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건축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견해와 건축주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것은 주택 설계에 있어 항상 큰 숙제인데, 어떻게 보면 이는 거시적으로 건축이라는 것이 중용에서 비롯 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집에 대한 가치를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움에 치중하게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주거를 위한 공간은 실용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죠. 

 

현재 진행중인 두 가지 주택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건축주의 세대가 다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부분과 접근 방식이 좀 다른데요. 하나는 김해에 짓고 있는 ‘멋진 할아버지 집’, 또 하나는 양산 신도시에 자리한 ‘펀펀하우스’입니다. 

 

두 프로젝트의 차이는 건축주의 세대와 관련된 이야기들 입니다. 이제 막 노후의 시작점을 앞둔 건축주의 집 그리고, 아이들과 새로운 주택을 갖고 터전을 준비하는 세대로 두 주택은 크게 나뉘어요. 후자인 펀펀하우스는 아이들이 나고 자라는 20년 가까운 스케줄을 건물이 수용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반영시켜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디자인 방향은 건축주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유연한 프로그램을 녹여내는 것이었고요. 이곳의 5~10년 이후는 자녀들이 독립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거나, 이후 성장해 집을 떠난다면 빈 공간이 생겨날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주택 또한 담아내야 하는 것이죠. 이것도 인생의 모습과 닮아있어요. 

 

이 주택이 자리한 양산 신도시가 안타까운 부분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거주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하지 않은 신도시 주택들, 그리고 가로계획부터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습니다. 신도시 임에도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기에 안타까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죠. 

 

펀펀하우스 건축주의 소망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싶어하는, 가족이 뛰놀 수 있는 집’이었습니다. 때문에 일층을 최대한 비워 마당을 넓게 들이고,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힘을 실었죠. 또 마당은 세 개의 필지에 닿아 연결될 수 있도록 작업 중입니다. 이 같은 담장은 없지만, 공공연히 가려져 있는 집들, 펀펀하우스뿐 아니라 주변 주택 단지들 또한 마당구성을 맞춰 조금만 마당을 서로 내어준다면 담장 없는 마당으로 연결되면 더 없이 좋겠죠. 

 

 

 

멋진 할아버지 집(Grandpa

멋진 할아버지 집(Grandpa's Cool House) 입면 스케치

 



 

 

멋진 할아버지 집(Grandpa

멋진 할아버지 집(Grandpa's Cool House) 섹션 단면

 



Jungle: 주택명이 재미있는 ‘멋진 할아버지 집’은 어떤가요?

 

이 주택은 앞서 말씀 드렸듯, 노후를 맞이한 부부가 건축주입니다. 은퇴할 시기를 맞은 손주가 있는 부부의 집이죠. 할아버지는 베이비 부머들이 겪은 격정 속 인생의 항해를 마치고 이제 손주들에게 멋진 할아버지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건축주의 소망은 디자인 방향을 세울 때 키워드가 됩니다.  

 

이처럼 주택을 설계하는 데 앞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건축주의 삶의 환경에 관한 것인데요, 이 주택 같은 경우, 건축주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 그리고 삶의 환경으로 인해 자기화에 대한 고민을 다른 세대와 비교했을 때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해서 라이프스타일을 넘어서 개인정서 등을 고려하는 것이 디자인의 키워드가 되지요. 경험의 시간들을 배려해 집에 배치 한국적, 자리한 위치 전원문화, 한국적 정서를 집에 표현할 들여 이질감을 없애고 생활공간은 극히 서구적으로 대비를 이룹니다. 두 분의 삶 자체가 서구문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과거 기억과 정서들은 토속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주택 안에 담아 냈어요. 올 가을쯤에 마무리 될 듯 합니다. 

 

 

Jungle: 주택 설계 전 리서치 방식은요? 

 

디자인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이야기를 풀어낼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인 만큼, 주택 프로젝트는 보통 전체 과정이 8개월 정도인데 리서치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 중 꽤 오랜 기간을 리서치에 중점을 두는 방식이죠. 

 

주택뿐 아니라 모든 건축이 형태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조형적인 부분보다는 건축 프로세스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각 프로젝트 마다 각각의 단계별 프로세싱 맵을 만들고 있습니다.

 

건축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결정 요소들을 정리하고 매번 이를 추적해보면서 아카이브를 구현하는 중입니다. 이는 제가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지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제 스타일에 대해 고정된 무언가를 해낼 만큼 아직 대가가 아니거니와 이를 고집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건축의 형태적인 면 보다는 진행, 협업과 같은 관계들 속에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특징지어질 것이라고 여깁니다.  

 

Jungle: 프로세싱 맵을 따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할 때(U.C.Berkeley), 인포메이션 컬리지가 있었는데, 여러 과정들을 청강하다 보니 정보를 표현하고 다루는 방법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정보를 시각화 시키는 작업들을 하다 보면 2차, 3차 방법에 대한 행동이나 가치에 대한 맵핑이 가능하고 어떤 하나의 가치기준에 따라 판단기준을 정할 수 있어 다음 프로젝트에 대한 과정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한 가정의 새로운 인생을 담을 보금자리. 양산의 펀펀하우스(Fun Fun House). 열린 마당이 인상적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한 가정의 새로운 인생을 담을 보금자리. 양산의 펀펀하우스(Fun Fun House). 열린 마당이 인상적이다.


 

 

 

Jungle: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특정 지역색으로 인한 한계나 부담은 없는지요?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건축을 한다기 보다, 부산이라는 지역과 상황에 맞는 건축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지만, 저희 사무소는 부산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만, 해외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지역을 기반을 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부산에 위치한다고 해서 해외에 접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가지고 글로벌한 시도들을 보여주려 합니다. 

 

 

Jungle: 집에 대한 고민이 개개인의 삶 깊숙이 들어왔어요. 새로운 형태의 주거 쉐어하우스, 마이크로 하우스 등 대안적 방식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사회적 변화에 따라 대응하는 건축방식들 이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실제로 특별히 원하는 주택 프로그램을 요청하지 않는 건축주 같은 경우, 다양한 시도들에 대한 제안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일단은 건축주가 적극 수용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추세이고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적인 요구와 이슈들이 일반화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실제 건축으로 공공연하게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건축적 방식에 있어 마이크로 하우징 같은 경우도 새로운 포문을 열었다 할지라도, 일상으로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의 양상들을 항상 예의주시하며 늘 관찰하고 있습니다. 주거의 영역이 사회적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기에 사회의 단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요. 관찰을 하면서 새로운 대안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하고 있어요. 

 

전형적이고 독특한 형태들을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거장의 몫이겠지만, 작은 변화의 시도들은 어느 건축가든 긍정적 변화를 사회에 전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택의 형태가 점차 다양해져 가는 이유는 좋은 건축가들이 대부분 건축주에 대한 리서치를 깊이 있게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건축주 스스로 자신의 취향이 분명해진 추세에, 라이프스타일을 주거공간 프로그램으로 반영하길 원하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앞으로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수월해질 수 있지요. 이러한 현상들은 꽤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이 같은 사이클 확대되면 주택은 더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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