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1
북유럽 디자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핀란드는 춥고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국가다. 그래서인지 핀란드 사람들은 항상 생존이라는 요소를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 이러한 특성은 디자인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자연의 매력을 연결하는 힘은 깔끔하고 간단명료하면서도 널찍한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핀란드 헬싱키(Helsinki)와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Christchurch)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캘런(Kallan & Co) 역시 핀란드만의 특유의 디자인 DNA를 계승해 디지털 제품 및 브랜드 디자인에 적용하는 전문 스튜디오다. 캘런의 마이크 노르만(Micke Nordman)과 하누 코호(Hannu Koho)는 숲과 바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김영학(yhkim@jungle.co.kr)
캘런(Kallan & Co)의 창립 멤버들은 모두 광고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디자인의 질(質, Quality)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고, 그 가치를 이루기 위해 캘런을 설립했다. 이렇게 시작한 캘런은 현재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현대 기술의 결합을 통한 양질의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Micke Norman은 창립 멤버 중 한 명으로 기업의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캘런에서 디자인을 다루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Micke는 새로운 브랜드와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 대해 “열정 있는 창업가로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것을 매우 즐긴다”고 말하는 그는 비록 전문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디자인업계에서 15년가량 종사하고 있으며, 여러 브랜드와 에이전시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캘런의 CEO이자 선임 디자이너인 Hannu Koho는 CEO와 디자인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그의 관심사는 새롭고 스마트한 신기술로, 특히 아웃도어와 서핑을 즐기고 있어 비슷한 취미를 지닌 사람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북유럽 디자인, 특히 핀란드 디자인 속에서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는 캘런의 디자인(특히 키즈 디자인)과 가치를 살펴보는 일은 자연 속에서 발견한 디지털 관련 디자인의 미래에 의미 있는 방향성을 던져줄 것이다.
Design Doing
jungle: Kallan & Co(이하 캘런)가 추구하는 디자인철학은 무엇입니까?
Hannu Koho(이하 Hannu):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타깃 그룹을 위한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죠. 이 타깃 그룹을 위해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도전적이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죠. 왜냐하면, 어린이들은 매뉴얼을 읽지 않고 또 굉장히 직접적인 피드백을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린이들이 사용하기 좋아하는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다른 타깃 그룹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되죠.
Micke Norman(이하 Micke):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질(質, Quality)과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포스트-잇을 이용한 끝없는 프로세스를 지향하기보다는 즉각적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과 디자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빠르게 일을 끝내고 결과물을 놓고 고객과 이야기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죠.
jungle: 캘런의 디자이너들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지 궁금합니다.
Micke: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론을 “Design Doing”이라 부릅니다. 상황에 따라 진척도가 매우 느릴 수 있는 Design Thinking 프로세스와는 상반되는 방법이죠.
우리는 항상 상황에 대한 이해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그 후 아이디어를 내놓고 바로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에 들어가죠. 아마 우리만큼 빠르게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는 곳은 없을 겁니다. 결국, 고객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론이 아니라 디자인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고, 테스팅과 튜닝이 끝나면 바로 제작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제작 단계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의 강점이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이죠. 많은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를 프로토타이핑과 콘셉트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데, 캘런 역시 이러한 도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핀란드 디자인을 디지털 속에 담다
jungle: 캘런이 진행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요?
Micke: 우리는 삼성 키즈(Kids) 모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콘셉트 개발과 디자인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요. 또 Reima라는 핀란드 의류 브랜드와도 어린이들을 위한 smart-clothing 솔루션을 개발했었고, Suunto의 신상품 개발 및 Pentik과 같은 디자인 브랜드와도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Hannu: 그 외에도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으로 유명한 핀란드 게임업체인 슈퍼셀(Supercell)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습니다. 게임 내 UI를 개발을 도왔죠.
jungle: 이러한 프로젝트 중 핀란드 디자인을 디지털 환경에 적용한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Hannu: 아이들에 관련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Pentik 프로젝트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는 Pentik이 자신들의 핀란드 디자인들을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는 것을 도왔습니다. 이 새로운 온라인 숍을 통해 Pentik은 지금까지의 모든 매출 기록을 갱신하는 성과를 거뒀죠. 결과물은 Behance(www.behance.net/gallery/33505893/Pentik)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우리가 고객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겁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한 명의 선임 디자이너가 투입됐고, 기술적 파트너 및 고객사와 함께 일을 진행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및 기타 디자인은 캘런팀이 함께 했습니다.
jungle: 북유럽 디자인과 그 속에서의 핀란드 디자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Micke: 핀란드 사람들은 말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도 많지 않죠. 그리고 핀란드는 춥고, 조용하고 아름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핀란드 사람들은 항상 생존이라는 요소를 염두에 두고 살아왔어요. 그리고 이는 핀란드 디자인에서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깔끔하고 간단명료하면서도 널찍한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죠.
자연은 우리 주변뿐만 아니라 DNA에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존재하고 있는 자연은 캘런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심볼과 색감을 통해 드러납니다. 캘런의 구성원들은 모두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어 숲과 바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캘런에는 뉴질랜드 직원들도 있는데요, 이는 태평양의 매력과 핀란드의 디자인을 조합할 수 있도록 해주죠. 이처럼 매우 흥미로운 조합의 디자인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jungle: 이러한 핀란드 디자인에서 캘런은 어떤 영향을 받는 지 궁금합니다.
Hannu: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핀란드 디자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아직 핀란드 디자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죠. 그래서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여러 건축물, 직물, 제품 등에서 나타나는 핀란드 디자인을 디지털 환경에 끌고 들어오는 일은 매우 고무적인 도전입니다.
jungle: 캘런은 모바일 OS, 앱, 스마트 기기 UI, 웹 등 디지털 서비스 및 브랜드에 특화되어 있으며,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디자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키즈 디자인을 특화한 배경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Micke: 대부분 아이가 있거나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을 텐데요. 대부분 최신 모바일 기기들이 아직 안전 및 유용성 측면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동의할 겁니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의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업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디자인이 가능하다면, 그 누구를 위한 디자인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특화 분야는 애완동물 디자인입니다.
* Kallan & Co 직원들 모두 2마리 이상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의 키즈 디자인은 책임이 따른다
jungle: 북유럽 디자인 관점에서 키즈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무엇입니까?
Micke: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결국 안전과 책임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캐릭터를 보거나 유저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브랜드들은 이에 대한 책임질 필요가 있죠.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들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러한 가치를 교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거나, 양치를 하도록 지도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죠.
jungle: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요?
Hannu: 디자인은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또 그 가치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죠. 우리는 기업의 최고경영층이 점점 디자인에 더 많은 중요도를 부여하는 것에 기쁩니다.
jungle: 끝으로 인간, 환경, 사물에게 있어 디자인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Micke: 저는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을 향상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더 활발히 이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디자인이 바로 그런 일들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모든 기업들이 그들의 책임과 영향력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모든 애플리케이션, 유저 인터페이스, 게임, 스마트 디바이스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사용자 개개인의 삶을 개선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