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패션 | 리뷰

당신만의 멋

무신사 | 2016-04-27

 


 

기사제공 ㅣ 무신사

 

옷을 통한 멋내기는 중요한 일이다. ‘나’라는 사람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임은 물론, 인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대사에 대해 비슬로우(Beslow)의 디렉터 장병권은 분명한 주관을 가지는 것과 자연스러운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멋내기의 실천으로 남성복 브랜드 디렉팅은 물론 스스로 즐기며 옷에 대한 도락까지 하고 있는 그는 결국 주관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허황되거나 과시적이지 않은 멋, 취향과 개인성이 슬며시 드러나는 멋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와 함께 남자의 멋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슬로우가 생각하는 젠틀맨이란 이런 모습이다.

 

 


 


무신사(이하 무) 당신은 누구인가?

 

장병권(이하 장) 올해로 서른하나며 비슬로우에서 디렉터와 바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비슬로우라는 브랜드의 대소사 전반에 대해 개입하고 검토하며, 비슬로우와 함께 하면 잘 어울릴 물건들을 찾아 사고 다시 되파는 일도 한다. 

 

 

무 아직 모르는 이들을 위해 비슬로우는 어떤 브랜드인지 알려달라.

 

장 포괄적으로는 동명의 자체제작 브랜드까지 내포하는 셀렉트숍이다. 전세계에서 가져 온 물건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물건들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 만든 옷들, 우리 스스로가 입고 싶어서 만든 옷들도 권하는 브랜드다.

 

숍 비슬로우에 속하는 의류 브랜드 비슬로우는 ‘입을만한, 편안한, 즐길 수 있는(Wearable, Comfortable, Enjoyable)’을 슬로건으로 건 남성복 브랜드다. 세 가지 모두가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이 셋이 다양한 가능성으로 연장되기에 셋 모두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다른 옷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Mix and Match)은 ‘입기 편한’과 ‘즐길 수 있는’의 두 가치가 결합하며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의 원초인 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성복 브랜드가 비슬로우다.

 


무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 그리고 어떤 이념을 지녔고, 무엇을 지향하는가?

 

장 옷과 멋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 란 취지로 함께 시작했다. 특이하다면 비전공자들이 모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바꿔 말하자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옷을 좋아해온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늘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일을 이어왔다. 그리고 현시점에서는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옷을 지향하고 있다. ‘만족’이 중요하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옷을 찾던 사람들이 만드는 옷인 만큼 입는 이가 만족할 수 있는 옷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 세련된 취향을 가진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살펴보니 섬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비슬로우의 취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장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에서 ‘시장의 반응’이 의미하는 ‘트렌드’를 쫓는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옷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 비슬로우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살필 뿐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원하는 취향과 제안할 수 있는 취향을 조율한다. 

 

 

무 클래식과 컨템포러리의 균형 잡힌 조화도 눈에 들어온다. 복식사적 근간은 두되 현대적인 개수를 더한 점이 좋다. 그 균형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장 질문 그대로다. 아이템과 컬렉션을 기획할 때부터 복식사적 근간들 중 이번에 말할 것을 설정하고, 그것을 중추로 유지하며 사람들이 바랄만한 것을 살펴 살로 더한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는 구조적 측면이나 제작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전통을 존중하고 따르는 편이고, 실루엣과 색감 등의 지점에선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하는 편이다. 이러면 균형이 잘 맞는다.

 

 


 

 

무 이번 시즌 컬렉션에 대한 공식적인 소개와 장병권이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상을 각각 말해달라.

 

장 이전의 컬렉션보다는 많이 젊어졌다. ‘FUN’ 이라는 간명한 컨셉트를 바탕에 두고 복식사적 근간과 브랜드의 지향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밝고 재미있게 풀어내길 시도했다. 

내가 입고 싶지 않은 옷을 만들지는 않는다는 철칙은 이어가지만, 비슬로우의 모든 옷이 개인적인 심미관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주관과 비슬로우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의 주관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이기 때문이며 나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컬렉션은 이전보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 쪽에 무게를 기울이며 만들었다. 사적인 만족도가 커진 만큼 더욱 더 애착이 가는 컬렉션이며, 그렇기에 더욱 자신 있게 권한다. 내가 좋아하는 옷이다. 그러니 당신도 좋아할 수 있을 것이다.

 

 

무 새로 나온 옷들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옷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 M-43 재킷. 개인적으로 밀리터리웨어를 좋아하며 M-43 재킷은 예전부터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옷이었다. 오리지널에 근간을 두되 비슬로우만의 관점에서 개수(改修)와 재해석을 더했고, 만들고 나니 기대했던 것보다 완성도가 높게 나온 것 같아 더 큰 애착이 간다.

 

 

무 하나의 브랜드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길 기대하는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비슬로우의 옷을 입어주길 기대하는가?

 

장 우리나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욱 엄중한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냉철한 안목까지는 좋다. 다만 그것이 냉정하거나, 그 이상 냉혹해질 때가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보다 행복한 옷, 보다 친밀한 브랜드와 브랜드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관계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슬로우의 옷을 특정한 사람들이 입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옷이며 우리는 그 ‘누구나’가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바라기보단 우리 스스로가 잘해야 할 문제이고. 

 

 

무 앞으로 비슬로우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장 성장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더욱 합리적이라 느낄 수 있는 가격과 더욱 만족스러울 수 있는 옷을 지향할 것이며, 추상적으로는 보다 다양한 취향에 부합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취향의 옷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둔다. 결국 성장이다. 비슬로우는 성장하는 브랜드이며 성장할 것이다.

 

 

무 왜 남자옷에만 집중하는가? 남자옷이 가진 매력은 무엇인가?

 

장 비슬로우가 남성복에 집중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자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남성복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상 남성복이 여성복에 비해 복종이 다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작더라도 다양하고 유의미한 변주들, 몰입할만한 디테일이 있다. 복종이란 근간을 깨지 않으면서 그 속의 조합을 다시 짜맞추는 일은 우리에게 매력적이며 즐길 수 있는 일로 다가왔다. 결국 주관의 문제다.

 

 

무 남자옷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분야는 무엇인가? 그리고 남자옷의 묘미를 함축할 수 있는 복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장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매력적인 분야는 스트리트웨어다. 분야를 묶는 그물이 성긴만큼 자유로우며, 그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남자옷이란 기호를 함축하는 복종이라면 역시 밀리터리와 클래식이다. 오늘날 옷의 뿌리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무 비슬로우가 정의하는 ‘자연스럽게 멋진 남자’는 무엇인가?

 

장 과도하지 않은 편이 좋다. 꾸민 것은 알겠는데 멋을 부리고자 하는 느낌은 주지 않는 정도가 좋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어우러질 수 있고 그 사람을 대변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로 억제하는 편이 좋다.

 

 

무 무신사 독자들 중에는 20대가 많다. 비슬로우가 말하는 20대를 위한 스타일링 팁이 궁금하다. 

 

장 사이즈 보는 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몸과 옷 양쪽에 다 해당된다. 아직 다양한 옷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경우 사이즈, 그러니까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옷을 너무 작게, 혹은 너무 크게 입는 일이 생긴다. 스스로 몸을 이해하고 있어야 이를 통해 잘 어울리는 사이즈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어야 한다. 색과 디자인을 고르는 일보다 더 우선해야 하며 더 중요한 일이다. 

 

 

무 이번에는 보다 추상적인 질문이다. 신사가 되고 싶은 20대라면 무엇부터 시도해야 할까?

 

장 경험이다. 경험은 올바른 주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 내면과 외면 모두에 도움이 될 경험을 많이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나이에게나 마찬가지긴 하다만 20대에겐 20대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경험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대만의 특이점, 그 어느 나이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보다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 앞선 말대로라면 경험은 결국 올바른 주관, 그러니까 '좋은 취향'을 위한 토대이자 수단이다. 그렇다면 좋은 취향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가?

 

장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으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지만 ‘좋은 취향’에 대해서는 규정하거나 일반화할 수 없다.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철저히 개인의 주관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좋은 취향이 완성된다. 다만, ‘한 사람’의 취향이다.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취향은 너무나 주관적인 영역이다. 무엇이 좋은 취향이라 말할 수 없다. 그저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취향은 분명 좋은 취향이 될 것이라는 것까지만 보장한다.

 

 

무 비슬로우가 생각하는 신사는 무엇인가? 멋진 남자라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장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취향을 만들고 이를 자연스럽게 겉으로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태도가 옷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옷 잘 입는 남자가 신사라고 생각한다. 단언할 수 있다. 옷은 최종적인 단계다. 재능을 가다듬고, 능력을 기르고, 주관을 정립한 다음에 시도하는 것이 옷 입는 일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입신양명의 단계를 착실히 밟고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는 것은 그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음을, 보기 좋은 옷을 입었다는 것은 그런 옷을 알아볼 수 있음을, 그리고 옷 입는 도락을 즐긴다는 것은 삶을 재미있게 즐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옷 잘 입는 남자는 신사다. 그리고 멋진 남자다.

 

 

 

 


 

 

facebook twitter

#패션 

무신사
무신사닷컴은 패션 웹 매거진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과, 패션 전반에 걸친 문화와 스토리를 소개하는 온라인 미디어입니다. 무신사탓컴의 자체 에디터팀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영역과 40만 명의 회원들이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300여 개의 국내외 탑클래스 패션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는 [온라인스토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좌측 로고를 클릭하시면 무신사닷컴으로 연결됩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