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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우리 집에 브랜드가 산다 ⑩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 2016-06-13

 


 

‘공간의 수준은 화장실(?)로 평가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공간에는 그에 걸맞은 화장실이 있고, 화장실 옆 세면대에는 꽤나 좋은 어메니티(amenity)가 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 좋은 공간을 가게 되면 의식적으로 그곳에 놓인 어메니티를 확인하곤 했다. 즉, 공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10여 년 전 지금보다 분주하지 않았지만 훨씬 매력 넘쳤던 초창기 가로수길의 한복판에 위치해 터줏대감으로 불렸던 카페 ‘블룸앤 구떼’도 마찬가지였다. 그곳 세면대에는 항상 이솝(Aesop) 핸드크림이 있었고, 테이블에는 갈색의 이솝 병에 꽂혀진 작고 예쁜 꽃들이 놓여 있었다.

 

글 | 우승우(브랜드 컨설턴트)

 

그런 기분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언제부터 우리 집 욕실 한구석에 이솝이 꽤나 비중 있게 차지하고 있다. 뷰티 브랜드인 이솝은 1987년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해 우리나라에는 2006년에 들어왔다. 2014년 우리나라 최초의 시그니처 스토어를 가로수길에 오픈하였고, 얼마 전 한남동까지 그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이자 우리 집 브랜드의 열 번째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른 가정과 마찬가지로 꽤나 많은 종류의 화장품/뷰티 브랜드를 사용하는 우리 집에서 이솝을 대표적인 뷰티 브랜드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브랜딩 잘하기로 소문난 수많은 화장품, 뷰티 브랜드 가운데 여전히 이솝이 주목받고, 이솝만의 독특한 차별점이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출처: 이솝 코리아)

이솝은 브랜드 경험을 통해 담백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이솝만의 경험을 제공한다.(출처: 이솝 코리아)


 

첫째, 이솝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이솝은 사치와 화려함을 중시하는 뷰티업계에서 담백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솝 제품 전체에 녹아있는 특유의 향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자연주의’가 떠오르면서도 일반적인 자연주의 브랜드와는 다른, 꽃이나 풀, 식물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뷰티 브랜드들이 ‘주름이 펴질 거예요. 아기와 같은 피부를 얻게 되실 거예요’라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로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하는데 비해서 이솝은 그저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이솝을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브랜드 경험만을 담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트렌드나 디자인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의 많은 공간들이 값비싼 꽃병 대신에 이솝 특유의 갈색병에 꽃을 꽂아 멋 부리지 않은 듯 일상의 여유를 보여주고 고객들 역시 거기에 반응한다. 

 

이솝 특유의 갈색의 패키지와 병

이솝 특유의 갈색의 패키지와 병 (출처: 이솝 코리아)


 

두 번째 이유로는 이솝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들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솝은 매스 미디어를 통해 광고하는 대신 도시마다 그 지역의 특성에 어울리는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한 시그니처 매장을 통해 고객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시그니처 매장을 통해 이솝이 전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적인 아이덴티티인 비주얼 이미지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파크 하얏트, 하우스 오브 더 퍼플, 갤러리아 백화점 등 소위 핫하고 프리미엄한 공간 등에서 어메니티로 활용하게 해 고객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이솝 특유의 갈색의 패키지와 병 그리고 이솝의 환경과 문화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에코 백이나 포장지, 박스 등은 역시 단순히 제품의 패키지를 넘어 그 자체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우수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솝은 시그니처 매장을 통해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적 아이덴티티인 비주얼 이미지와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다.

이솝은 시그니처 매장을 통해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적 아이덴티티인 비주얼 이미지와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다. (출처: 이솝 코리아)


 

마지막으로 이솝이 보여주는 책과 문화에 대한 사랑은 정말 매력적이다. 많은 브랜드, 특히나 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뷰티 브랜드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솝처럼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잘 맞는 활동을 하는 브랜드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개인적으로 책과 문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어 더욱 그렇겠지만). 브랜드 창립 25주년에 맞춰 25권의 책과 25개의 서점을 추천한 ‘25 Years of Reading at Aesop’이라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든가,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와 후원은 이솝의 브랜드를 더욱 강화시켜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솝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중함을 지닌 특별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이솝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중함을 지닌 특별한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출처: 이솝 코리아)


 

이렇듯 이솝은 뭔가 특별하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 자체가 힘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길거리에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이솝을 알고 이솝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사용하는 브랜드에 가깝다. 이솝에 어울리는 브랜드의 느낌도 비슷하고, 이솝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느낌도 비슷한데, 이솝을 사용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괜한 동지애를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다. 하지만 이솝은 어떤 측면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다른 화장품 브랜드들처럼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한 사람처럼 특별하게 애쓰지 않아도 이미 갖춘 진중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이솝’보다는 몇 년 전까지 입에 착착 감기는 발음이었던 ‘에이솝’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1인이지만 이솝만의 특별함과 특별하지 않음 때문에 당분간 우리 집 대표 브랜드로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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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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