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라 독일통신원 | 2016-06-28
흔히 우리가 말하는 ‘스니커즈’는 ‘몰래 다가간다’는 뜻을 가진 ‘sneak’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시작되었다. ‘또깍또깍’ 소리를 내는 가죽 구두와 달리 밑창을 고무로 만들어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몰래 다가간다’라는 왠지 모를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인지 스니커즈라 부르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들로부터 ‘테니스 슈즈’라 불리기도 했으며 아직까지도 영국 사람들에게는 ‘트레이너(Trainer)’라고 불린다.
글 | 남달라 독일통신원(namdalra@gmail.com)
1985년 독일의 헤센(Hesse)주의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된 요슈카 피셔(Joschka Fischer)는 장관 선서대에 오르며 정장 차림에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올라가 ‘테니스 운동화 장관’이라 불리기도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거부감과 달리 스니커즈는 젊은 세대에 선풍적인 인기를 가져왔고 현재까지도 옷 좀 입을 줄 아는 사람들은 꼭 하나씩 갖고 있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힙합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운동화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더욱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수 백 가지의 운동화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이 보이지 않는 디자인 전쟁은 진보적인 디자인과 함께 운동화에 특정 이름을 붙여 시리즈화시키고, 때로는 치밀한 광고 캠페인을 곁들여 ‘한정판’이라는 소비 형태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심리적 소비욕구 경쟁을 부추기는 동시에 끊임없는 디자인 발전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미술공예박물관(Museum Fuer Kunst und Gewerbe Hamburg)에서는 아디다스, 아식스, 컨버스, 뉴발란스, 나이키, 푸마, 리복처럼 유명 기업을 포함한 스무 곳 이상의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선보인 운동화 디자인과 함께 제작 과정에서 홍보용으로 만들어낸 포스터 등을 모아 8월 28일까지 전시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착용했던 운동화는 물론이고, 개인 컬렉터가 소유한 약 120켤레의 스니커즈 또한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었다. 특히 1980년대를 전후로 각 브랜드에서 내놓았던 척스(Chucks), 슈퍼스타(Superstars), 스탠 스미스(Stan Smiths),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s), 에어 조던(Air Jordans)과 1930년대 주목받았던 축구화의 구형 모델 등 스니커즈의 붐이 일어나기 전에 유행했던 디자인들에 초점을 두었다. 또한 젊고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완성된 삽화, 사진, 컴퓨터 그래픽의 조화로 그려낸 일러스트레이션이 삽입된 스니커즈의 마케팅을 위해 광고화된 대형 포스터들도 함께 선보였다. 전시에 포함된 포스터들과 인쇄물들은 전시의 목적을 위해 디자이너와 기관에 의해 미술공예박물관에 기증되었다.
100년의 역사가 될 스니커즈
잘 만들어진 운동화가 하나의 모델로 탄생하여 브랜드화되고, 그것이 기초가 되어 많게는 30년이 넘도록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모델로 재탄생되곤 한다. 미국의 농구 스타 척 테일러(Chuck Taylor)가 신으면서 잘 알려진 컨버스의 대표 모델 ‘올스타((All Star)’는 아마 앞으로 약 100년이 넘을 때까지 새롭고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우리 다음 세대를 넘어서까지 대물림될 것이며 이미 지금까지도 약 600만 켤레 이상의 판매 기록을 세우고 있다.
마케팅의 역할
처음부터 그렇듯 유명 팝 스타들로부터 광고화되고 유명해진 디자인들은 큰 판매 기록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의 ‘이지(Yeezy)’ 모델은 힙합 아티스트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의 공동 작업으로 아디다스 컬렉션을 근 5년간 매우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그 모델 중 일부를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혁신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만으로는 상업적인 승부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많은 브랜드들은 마케팅 전략의 한 방안으로 유명 스타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단 시간에 큰 관심을 얻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운동화 뿐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난 과거의 수많은 포스터 광고를 함께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Jügen Döing)는 신발의 산업 디자인이 가져오는 광고 디자인의 상호 연결성까지 전시 안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모든 운동화는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의 영향도 직결된 채 만들어진다. 이런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자인의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전시 안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디자인의 광범위한 위대함 또한 은연중 보여주고 있다.
합성섬유- 노련미, 탄력성, 유연함, 안정적이고 조용한
다양한 종류의 합성섬유는 운동화의 색과 질감으로 디테일을 디자인해 내는 데에 가장 중요한 소재로 이용되며 스포츠 신발 제조업체들이 제조와 공정 아주 섬세한 디자인 표현들을 해내기 위해 다양한 합성 섬유를 사용하고 있다. 재료의 가격까지 고려해가며 가격 대비 특성을 매우 안정적으로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비싼 비용을 감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질감을 표현해내며 발이 편안하면서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는 재질을 사용함으로써 기능이 우수한 운동화를 완성해 내는 것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디자이너들은 최고의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아동인력의 노동
스니커즈는 젊은이들에게 때로는 욕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수많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은 다양한 디자인과 질보다는 대량 생산을 통한 대량 공급을 목표로 하며 그에 맞는 금액적 욕구 또한 충족시키고자 애쓰고 있다. 광고 및 제품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비용은 운동화를 생산해 내는 비용보다 훨씬 높기까지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임금 국가에서의 생산을 필요로 하며 이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의 아동노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문제는 약 10년 전부터 유니세프를 통해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는, 전 세계가 풀어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동화의 다양한 디자인은 물론, 직접적으로 자체 제작을 하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편집숍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들, 그 운동화를 구입하고 수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자신만의 전략을 이야기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발이 빨라지는 디자인은 운동화 하나만을 위한 열정을 가진 디자이너들과 수많은 수집가 및 사업가들의 협력에 의해 생산되며,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게 될 역사로서의 스니커즈 디자인이 탄생하길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