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30
도구와 기술은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쉼 없이 발달하고 있는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절대적인 규칙은 없지만 현대사회의 패턴에 순응하기 위해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노력해야만 한다. 수공이 과거를 의미하거나 기계화 혹은 현대사회에 대조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손에 의한 것을 자꾸만 예찬하게 되는 데에는 이러한 사회의 변화가 분명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회의 산업화, 경제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은 ‘핸드메이드’의 가치는 더욱 넓게 확산되면서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듯하다. 과거에 일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수작업은 산업화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됐지만, 그래서 우리는 ‘손으로 하는 작업’에 단순히 물건으로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 이상의 깊은, 여러 의미들을 담게 됐다.
이러한 손맛의 의미와 가치를 전하기 위한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6이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DDP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주제는 ‘HandMade_New Groun’. 여기에는 코엑스에서 DDP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새롭게 맞이한 물리적인 공간 변화와 함께 핸드메이드의 또 다른 상생과 도약을 기획하는 새로운 발판이라는 개념적인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이번 행사에는 1인 창작자, 개인사업자, 일반 기업,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협/단체, 학생 등 총 365팀이 참가, 400여 개의 부스가 설치됐으며 도자, 금속, 섬유, 유리 등의 ‘공예’, 홈 인테리어, 가구, 식기류, 가드닝, 조명, 사무용품, IT 소품 등의 ‘리빙’, 그림, 조형물, 판화, 사진, 일러스트 영상 등의 ‘아트’, 의류, 가방, 신발, 장신구 등의 ‘패션’은 물론 리사이클, 공정무역, 오가닉, 힐링&테라피 등의 ‘그린’, 부자재 및 관련 서적의 ‘재료/도구’, 초상화 및 캐리커처 등의 ‘퍼포먼스’, 발효, 베이커리, 음료, 농산물 등의 ‘먹거리’와 독립출판, 디자인, 놀이기구, 음반에 이르기까지 넓고 다양한 핸드메이드의 분야를 선보였다.
전시는 크게 주제관, 국제관, 서울시 사회적경제관으로 구성됐으며 서울핸드메이드포럼과 2016 주제관 토크, 비즈니스 프로그램 및 이벤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주제관_ 핸드메이드, 협업의 가능성
‘핸드메이드, 협업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주제관 전시에서는 ‘Rosa Tolnov Clausen × 시각장애인 직조장인들’, ‘000간 × 봉제마을 창신동’, ‘Touch the wind × 캄보디아 직조장인들’의 작업물이 설치됐다.
덴마크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직조공예가인 호사 클라우젠(Rosa Tolnov Clausen)은 시각장애인 직조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H.O.W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시각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별한 기술과 기능을 활용해 현대적이며 미학적으로 퀄리티 있는 제품을 제작하고자 ‘워크 바이 블라인드(Work by Blind)’에 의해 2013년 시작된 프로젝트로 시각장애인 작업자들이 디자인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작공정을 형성하고, 전문가로서의 활동, 경쟁력 있는 상품제작을 목표로 진행됐다. 호사 클라우젠은 툴박스(toolbox)를 통해 손의 감각만을 사용해 직조의 시작 지점을 쉽게 찾도록 유도하는 단계별 디자인 시퀀스를 분할하는 작업을 가능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직조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 독립적으로 제품 생산을 할 수 있게 됐다.
공공공간(000간)은 봉제마을 창신동과 함께 지역과 공생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2011년부터 한 지역과 관계를 맺고 디자이너와 지역 산업이 함께 공생하는 방식을 실험해온 이들은 도심 봉제 제조업의 문제에 주목하면서 봉제마을 창신동에서 공생의 관계를 디자인해왔다. 예술가의 창의적 가치, 제품 제작자들의 지속적인 생산 기술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교환하면서 창신동, 동대문, 서울로 그 지역을 확장하면서 지역의 이익을 위한 구조 생산에도 힘쓰고 있다.
터치더윈드(Touch the wind)는 캄보디아 직조장인들의 ‘다정한 터치’를 선보였다. 이캇(ikat)은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직조 기법 중 하나로 직물에 문양을 넣고 디자인에 따라 실을 방염, 그 실로 문양이 나타나도록 한다. 캄보디아의 전통 수조 직조(handweaving) 과정을 배우면서 터치더윈드가 느꼈던 캄보디아 여인네들의 다정함과 직물에 담긴 그 다정한 터치를 설치작품으로 표현했다.
주제관의 전시는 단순한 핸드메이드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핸드메이드 창작자 및 사회혁신 그룹들의 특정 지역, 특정 집단과의 작업을 통해 그들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보여준 것으로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핸드메이드의 사례뿐 아니라 그 가치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국제관, 서울시 사회적경제관과 서울핸드메이드포럼
국제관은 홍콩의 도시재생 창작공간이자 사회적 기업인 PMQ와 ‘함께 일하는 재단’의 ‘스마일 투게더 파트너십(Smile Together Partnership, STP)과 함께했으며 다채로운 사회적 활동을 펼치는 핸드메이드 주체 소개를 통해 아시아 생활창작 네트워크로서의 역할을 다졌다.
서울시 사회적경제관은 서울시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린창조협동조합, 그립플레이, 문화로 놀이짱, 우리아이친환경, 터치포굿, 협동조합 마을공방사이 등 서울에서 활동하는 25개의 사회적경제기업은 서울의 사회적경제기업이 만든 아름다운 제품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가능케하는 사회적경제활동을 선보였다.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의 학술행사는 올해 ‘서울핸드메이드포럼’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마련됐다. 핸드메이드의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학술행사로 개막일에는 ‘8개의 핸드메이드 상상테이블’을 주제로 한 오픈 콘퍼런스가 진행됐으며, ‘공예의 사회화, 사회의 공예화’를 주제로 한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산업의 영세성과 제도의 폐쇄성이라는 공예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예의 본질적이고 잠재적인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사회적 의제와의 연결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행사가 열리는 기간 동안 핸드메이드가 B2C를 넘어 B2B로 영역을 확장, 특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비즈니스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창작자의 비즈니스 마인드 제고와 기업의 경영 및 영업 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기 위해 STP 해외 판로개척 사례 나눔, 핸드메이드 크라우드 펀딩 ‘프로보노브릿지’ 등 매일 2~3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직조 워크샵’이 덴마크 디자이너 호사에 의해 어울림마당에서 진행됐으며 관람객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 ‘창작공방’, 직접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8곳의 업체를 소개하는 ‘그린라운지’도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졌다 한들 손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은 그냥 스칠 말이 아니다. 손맛의 가치는 기계화의 반대적 의미가 아닌 정직한 노력, 시간이 주는 놀라움, 그것이 이루어낸 아름다움과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6 ‘New Ground’는 이 모든 감성을 바탕으로 공생의 가능성을 보여준 새로운 토양이자, 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