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사인 | 2016-07-27
아이슬란드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탓에 우리에게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된 유럽과 북미대륙의 사이, 북대서양에 위치한 섬나라이다. 북극권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나라 이름에서 느껴지듯 빙하를 쉽게 만날 수 있으며 화산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얼음과 불의 나라’이다. 화성에 온 듯, 마치 지구가 아닌 듯한 풍경에서부터 온천은 물론 오로라까지 만끽할 수 있기에 대자연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에게는 인기 여행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척박한 환경 탓인지, 고립된 섬나라이기 때문인지 아이슬란드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회화, 건축, 조각, 음악 등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 도시를 조금만 걸어본다면, 아니 작은 시골마을에서마저도 우리가 흔히 ‘북유럽 감성’이라고 말하는 주변 스칸디나비아 나라들과 같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용성 있는 디자인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들의 독특한 자연 환경을 문화 예술에 세련되게 녹인 디자인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높은 예술적 감각을 짐작케 했다.
국토의 면적은 남한과 비슷하지만 총 인구가 30만명이 약간 넘고 그 중 80%가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집중되어 있어 수도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말 그대로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이름도 생소한 레이캬비크와 아쿠레이리에서는 생동감과 자유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연에 영향을 많이 받은 예술, 디자인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내가 알던 가장 유명한 아이슬란드인은 독특한 음악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아티스트 뷔욕(Bjork)이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뷔욕이 왜 그런 감성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지평선 가득 펼쳐진 이끼밭이라던지, 차를 타고 4~5시간을 달려도 나무 하나, 건물 하나 볼 수 없는 환경은 정말 쓸쓸함과 고독함이 뼛속까지 사무치는 듯했다. 그런 그들의 독특한 환경을 세련된 디자인으로 상품화하는 것은 건물 외관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채색의 건물들은 1년 중 맑은 날이 두어달 밖에 안된다는 아이슬란드의 날씨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 무채색의 건물들을 각자의 개성에 맞추어 세련되게 바꾸어주는 것이 아이슬란드 도시의 매력인 것 같다. 튀는듯 하지만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건물들은 채도가 높지 않은 건물들의 색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게이퍼레이드 기간이었다. 그래서 레이캬비크의 메인스트리에 화려한 무지개가 피어났다. 거리에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그림이 전시되고 성소수자들과 가족들이 함께 퍼레이드를 펼쳐 축제를 벌인다.
아이슬란드의 첫 여성 총리는 세계 지도자 가운데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인 최초의 인물일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문화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예술에 녹아들어 북유럽 디자인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사진_ 이화진
SBS골프에서 스포츠 콘텐츠 기획을 담당했었다. 6년여 간의 직장 생활을 잠시 쉬고 있는 중.
현재 https://brunch.co.kr/@hwaj0214에 여행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