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21
본명 양경수. 별 경 빼어날 수, ‘스타가 되어라’라는 뜻. 최근엔 ‘자신을 다스린다’는 뜻의 예명 ‘양치기’로 활동 중인데, 주로 직장인 일러스트를 그린다. SNS를 통해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표지와 내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꼰대 같은 직장 상사 얼굴에 죽빵을 날리는 그의 그림에는 다섯 가지 감상 포인트가 있다.
1. 심쿵멘트: 한 줄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
약치기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돌직구 문구, 사이다 멘트다. 대부분 한 문장을 넘기지 않는다. 그는 학창시절 힙합에 빠졌을 때 가사를 썼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 속 멘트들은 유머와 풍자를 넘어선, 음감이 느껴진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기 위해 / 오늘도 난 남들과 같은 삶을 사네”를 읊조리다 보면 박자와 밀당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 단순동작: 최소한의 동작만 그린다
그는 대개 이미지 사이트나 모션집을 참고해서 인물을 그리는데, 동작이 단순하며 과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인물이 일부러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하면 특유의 돌직구 문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럼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옷차림도, 헤어스타일도 촌스러울 정도로 보수적이고 한국적이게 그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진지함 속에서 터지는 의외의 웃음 포인트랄까.
3. 오직한컷: 모든 것은 한 컷으로 끝낸다
SNS를 통해 알려진 약치기 그림은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다. 한 컷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요즘엔 대부분 SNS 타임라인 넘기다가 걸리면 보곤 하잖아요. 그것도 위에 써 있는 글은 안 봐요. 그런데 약치기 그림은 그림 안에 글이 있으니까 한눈에 들어오죠. 어떻게 보면 제가 노린 대로 된 거예요.”
4. 해탈표정: 그림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웃고 있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멘트가 없다면 영락없는 인자하고 따뜻한 상사와 착하고 예의 바른 부하의 모습이다.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해도 체통을 잃는 법이 없다. 고상하고 기품이 있다. 그러면서도 또 할 말은 다 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물론 실생활에 적용할 순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는 그냥 웃자, 열심히. 욕은 속으로만 하기. 잇힝-
5. 폭풍공감: 마치 내 속에 들어왔던 것만 같다
직장 생활을 이토록 빠삭하게 꿰뚫고 있는 걸 보니 분명 직장에 몸담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직장 생활을 한 경험이 없다고 했다. “드라마를 봐도, 예능을 봐도, 뉴스를 봐도 직장인 이야기잖아요. 소스는 많죠. 그런데 사실 제 그림이 직장인만을 대변하는 건 아니에요.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죠. 팍팍한 삶 속에서 0.1초만이라도 픽 웃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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