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7
학고재갤러리는 10월 30일까지 건축가 겸 디자이너 김백선(1966, 목포)의 개인전을 연다. 김백선은 대안공간 루프, 한남동 UN빌리지 빌라, 페럼타워 공용공간 등을 설계해 널리 알려졌으며, 최근에는 롯데 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김백선이 2007년 무형문화재와 협력해 가구를 선보인 이후 10년 만에 생활 디자인으로 대중을 다시 만나는 자리다. 테이블, 소파, 의자, 조명 등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 25점을 소개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한 이탈리아 대표 가구 기업 프로메모리아와 뽀로, 판티니에서 협업, 제작을 도왔다는 것이다.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업한 김백선의 아카이빙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프로메모리아가 제작한 조명 ‘오로라’는 자연의 감성을 그대로 녹여낸 제품으로, 빛과 겨울 산이 디자인의 모태가 되었다. 조명은 켜면 한쪽 벽에 초의 형상이 드러나는데, 초가 점점 녹아 내리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 내부에 프로젝션 장치를 달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연꽃이 피어나는 듯한 형상으로 보인다.
‘아닐’이라는 의자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선과 면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얇은 두께로 현실화했는데, 소재가 구부러지고 서로 얹혀 있는 모양새는 브론즈에서 오는 육중함을 덜어준다.
김백선은 동양화에서 빌려온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적 작업을 펼친다. 그에게 공간과 그 안에 놓이는 것은 전통과 현대 사이, 또한 자연과 예술적 영감 사이를 소통하고 통섭하는 현장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백선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그가 제안하는 생활 속의 디자인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