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4
교향곡 감상은 40분, 영화 관람은 두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미술관에서는 미술작품과 얼마나 시간을 보낼지 당신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 있어도 제대로 떠먹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미술관은 음식을 떠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레시피를 몰라도 음식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는 미술관을 가뿐하게 소화시킬 수 있을까?
<미술관 100% 활용법>은 관람객의 미술관 방문을 좀 더 뜻깊게 만들어 줄 32가지 제안이자 실용적인 안내서다. 작품으로 넘쳐나는 미술관에서 ‘미술관을 체크리스트가 아닌 일종의 메뉴’라고 여기라며 조언하고, ‘미술은 벽에 걸려 있는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과 만날 때에만 일어나는 사건’이라며 당신의 사고를 전환시킬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관람객을 미술관의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구경이 아닌 ‘발견’과 ‘경험’으로 이끈다. ‘미술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약간의 맥락과 올바른 마음가짐이 전부’라는 것.
‘미술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심지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그저 미술관 안에 있다고 해서, 위대한 미술작품 앞에 서 있다고 해서, 또 그것을 감상한다고 해서 당신의 미술 경험이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관해 오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위트 있게 딴죽을 걸며 도전장을 내민다. 미술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미술관 활용법을 제대로 알려준다.
<미술관 100% 활용법>이 말하는 ‘관람객 행동 매뉴얼’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명작이든 아니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작품이 당신의 주목을 끌 수 있느냐에 있다.
2. 미술관에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때때로 좋은 신호다.
3. 미술작품 앞에 서 있는 것과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늘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4. 미술관 다리(어슬렁어슬렁 걸은 후 생기는 다리 통증)에 걸리는 걸 피하고 싶다면 ‘휴식을 취하고 틈틈이 수분을 섭취하라’와 같은 엄마의 잔소리를 기억하라.
5. 캔버스에 포착된 풍경은 예술가가 생존하던 시대의 보편적인 관점과 연결되어 있다.
6. 어떤 그림을 보고 첫눈에 혐오하게 되었다 해도 괜찮다. 하지만 계속 바라보라.
7. 예술가가 작품의 제목을 정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관객이 작품을 경험하는 데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8. 미술은 당신이 시간을 들이는 만큼 점차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9. 음악을 미술과 짝지어보자. 새로운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10. 미술작품 앞에 서서 그것을 관찰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이해하게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