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디자인화, 오민 개인전 ‘일 이 삼 사’

ABA Video, 2016,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단채널 HD (1080p) 비디오, 12채널 오디오, 12분 50초, 아케미 나가오, 사운드 디자이너 홍초선과의 협업

제6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작가 오민의 개인전 ‘일 이 삼 사 (1 2 3 4)’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10월 1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열린다.

피아노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작가 오민은 음악과 디자인이라는 언어를 통해 시간과 개념의 구조를 만들고 정리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 1악장을 토대로 만들어진 ABA 연작(ABA Diagram, ABA Video Score, ABA Video, ABA Performance)을 선보인다.

ABA는 소나타 형식인 제시부(A), 발전부(B), 재현부(A’)에서 온 것으로 오민은 ABA 연작에서 소나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약간의 변형을 가해 발전시킨다. 전시 제목인 ‘일 이 삼 사 1 2 3 4’는 네 연작의 단계적 발전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작품의 단계적 흐름은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면 순차적으로 만날 수 있다. 관객들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를 해석한 ‘ABA Diagram’을 갤러리 외부의 윈도우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다음에는 해석한 구조를 감각 정보로 전환한 ‘ABA Video Score’를 전시장 내부에서 마주하게 된다.

전시장의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영상작품인 ‘ABA Video’는 인물과 일상의 물체들이 등장하는 구체적인 장면으로 음악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작품이다. 마지막 순서인 ‘ABA Performance’는 라이브 퍼포먼스로, 소나타의 구조에 대한 작가의 해석과 질문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퍼포먼스에 등장한 일부 사물들은 전시장에 설치되기도 한다.

ABA Video Score, 2016, 스톱모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단채널 HD (1080p) 비디오, 스테레오 오디오, 2분 35초, 사운드 디자이너 홍초선과의 협업

작가는 자신이 만든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음악의 구조를 관찰하고 규칙을 만드는 과정과 실패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결국 삶이란 통제하려 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넘쳐나며, 그에 따른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실패가 예측되지만, 관객들은 편집증적일 정도로 집요하고 치밀한 실험의 과정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연작의 전체적인 기획과 개별 작업들에 대한 작가의 스테이트먼트, 드로잉, 이미지를 비롯한 시각자료들이 수록된 책 〈ABA 1 2 3 4〉도 출간된다. 책은 다층적인 오민의 작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매는 ‘더 북 소사이어티’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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