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 설치된 ‘세종대왕’ 설치미술 (사진제공: 배달의민족)
아나모픽 아트(anamorphic art)의 대가 베르나르 프라(Bernard Pras)의 설치 작품이 오는 11월 6일까지 광화문 앞 세종문화회관 중앙 계단에서 전시된다.
베르나르 프라는 마치 재활용 창고에서 가져온 듯한 물건들을 어지럽게 나열하여 큰 그림을 제작하는 착시 미술의 대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빨래판부터 양은 냄비, 놋그릇, 장난감 등 수천 가지 물건들을 이용하여 세종대왕의 모습을 재현했다.
세종대왕 옆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배달의민족이 기획했다. 배달의민족은 일상의 사소한 물건을 환상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베르나르의 작업 에 한국 문화를 녹여 낸다면 국민들에게 색다른 예술체험을 선사할 수 있다고 확신, 작가를 초청하여 지난 4일부터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베르나르 프라와 배달의민족은 주제를 한글과 세종대왕으로 정한 뒤, 작품을 이루는 용품들도 오래된 가재도구들과 음식 배달용 오토바이의 부품 등 한국적인 소재들로 선택했다. 세종대왕을 이루는 물건들을 하나씩 유심히 살펴보면 ‘과연 외국 작가가 어떻게 이런 제품을 구했을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우리를 자극한다.
여러 소재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룬다는 베르나르 작품의 특성상 작품 감상도 입체적으로 할 수 있다. 먼저 작품을 이루고 있는 소재들을 유심히 보며 그것의 다양성을 감상한다. 그 후에는 세종대왕의 눈썹에는 어떤 물건이 놓여 있는지, 곤룡포 앞섬은 어떤 물건으로 장식했는지 소재들의 위치를 유심히 살펴보며 작가의 위트를 느껴본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설정한 각도에서 작품을 보는데, 이것이 바로 작품 감상의 하이라이트다. 관객들은 보는 각도의 변화를 통해 세종대왕의 당당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세종대왕 작품 작업중인 베르나르 프라 (사진제공: 배달의민족)
4일부터 2주간 인사동, 을지로, 동대문 시장 등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모은 베르나르 프라는 “작품 제작을 위해 한글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백성을 위해 직접 문자를 만들었다는 세종대왕에게 경외감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번 전시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던 만큼 한국 관객들에게도 뜻깊은 관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배달의민족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한명수 이사는 “어지러운 물건들의 나열로만 보이던 작품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2주 전 낯선 나라에 와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가 한국 문화와 세종대왕, 한글에 감흥을 받은 뒤 완성한 결과물이라 더욱 감동적이다”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