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네온사인 불빛이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던 거리의 풍경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성황을 누리던 네온사인은 옥외 네온사인 사용 제한 정책 등으로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며 우리 기억에서도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새 작은 크기로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아트네온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개그우먼 박나래의 집에 마련된 공간 ‘나래Bar’에 설치한 네온사인처럼 사람들은 아트네온이 셀프 인테리어 요소로도 훌륭한 소재임을 알게 됐고, 시중에는 직접 만드는 네온 DIY 키트까지 판매되고 있다. 매장이나 방송에서도 네온 불빛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빛을 잃어가던 네온사인은 더욱 감각적인 ‘아트네온’으로써 더 환하게 빛나고 있다.
아트네온 전문 업체 은성네온이 소재한 연남동에서 이영길 팀장은 부친 이강구 대표에게 가업을 전수받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그에게 다시 돌아온 네온사인의 현재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라지는 추세였던 네온이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네온사인 활용법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과거에는 빌보드, 콜드캐소드 네온같이 옥외간판으로 네온사인이 많이 사용됐습니다. 지금은 아트사인으로 크기도 작고 모양도 아기자기해지면서 공간 내부의 쇼윈도나 인테리어 요소로 많이 사용되고 있죠. 옛날에는 네온사인이 무조건 컸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단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지금은 크기가 작아지다보니 집에 설치해놔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어요.
아트네온이 주목 받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요?
‘복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2014년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가 결정적이었는데, 그때부터 복고 아이템으로 네온사인을 활용하면서 다시금 수요가 늘었습니다. 또 요새는 개인이나 자영업자가 업체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는 셀프 인테리어를 많이 하는 추세라 인테리어 요소로 네온사인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또한, 매장에서 쇼윈도에 네온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아예 전면간판으로 네온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었고요. 공간의 포인트가 되기도 하고, 독특한 아트사인들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고객들로 인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도 낼 수 있거든요.
이렇듯 아트네온의 수요가 많아지니 과거 네온사인이 옥외간판으로 번영했을 때보다도 매출이 뛰었어요.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몇 배가 된다고도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예요.
네온사인은 네온관에 색을 입혀 10여 개의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핫플레이스의 아트네온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매장이나 공간의 마케팅 요소로도 네온사인이 유용한 것 같은데요.
일단 네온사인이 밝기도 강하고, LED와 달리 네온은 네온관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더 독특한 느낌을 주죠. 색도 더 다양하고요. 다른 소재보다는 사람들의 이목을 더 잘 끌 수 있는 것이 네온의 강점입니다. 네온의 모양, 색의 표현이 자유로워서 공간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도 있고요. 공간을 방문한 소비자에게 아트네온이 기억에 남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 다양한 아트사인 중 최근 트렌드는 어떤 것인가요? 아트사인을 많이 활용하는 업종이 어디인지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한글 네온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시 구절이나 감성적인 글귀가 쓰인 아트사인은 여성 고객들에게 포토존이 되고 있어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자연스레 매장 홍보 효과도 나타나게 되지요. 저희한테 의뢰하는 업종은 카페나 주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옷가게나 사진 스튜디오가 많아요. 최근 네온사인을 테마로 했던 TVN 시상식의 네온사인들도 저희가 작업했는데 방송이나 뮤직비디오 세트에서도 네온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은성네온이 작업한 다양한 아트사인. 전면 간판, 인테리어 요소, 포토존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네온사인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또한, 네온사인이 다시 후퇴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세대에게 네온사인 자체가 잊히지 않을까 네온 업계는 늘 우려했지만 다시 이렇게 아트사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앞으로도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트사인의 효과를 대체할 만한 사인물도 당장 나오기는 힘들 것 같고요. 그리고 이 업계가 기술을 배우는데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추는 것도 어려워서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기 힘든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간의 어려움을 뚫고 현재 생존한 업체들의 전망은 밝지 않을까 싶습니다.
25여년 동안 업계를 지킨 이강구 대표와 작업자들이 한창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뒷면 블랙코팅을 마친 이 한글 네온이 완성되면 곧 어느 공간에 감성을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업계의 세대교체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젊은 세대를 위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업계에는 고연령대가 대부분이거든요. 고객이 먼저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저희도 고객이 원하는 트렌드에 따라갈 수 있도록 꾸준히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어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기술력만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SNS같은 온라인 매체도 적극 활용해서 고객과의 장벽을 허물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사진_ 임새솔 기자
자료제공_ 은성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