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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따스한 그리움으로 그려낸 76곳의 온도, 박정은 <공간의 온도>

2016-12-13

 

<공간의 온도>, 박정은 지음, 다온북스, 336쪽, 14,500원 (사진제공: 다온북스)

<공간의 온도>, 박정은 지음, 다온북스, 336쪽, 14,500원 (사진제공: 다온북스)


 

우리 삶에 배경처럼 존재하는 공간들엔 많은 것이 숨어 있다. 학창 시절, 부모님 몰래 만화책을 숨겨두었던 침대 밑에는 비밀스런 추억이 담겨 있고, 반려견과 산책하던 동네 공원에는 사랑하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머물러 있다. 당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결국, 당신의 사소한 순간들을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새겨두는 일이다. 공간은 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를 품고 기다리는 그곳으로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온도가 배어 있는 공간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에서 76곳의 각기 다른 공간의 온도를 이야기한 박정은 작가는 특유의 따스한 톤으로 깊은 그리움을 그려내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박정은 작가 특유의 감성을 살린 ‘공간의 온도’는 네이버 그라폴리오를 통해 먼저 선보여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책으로 다시 만나는 <공간의 온도>는 연재작에 작가의 깊은 이야기를 더해 글과 그림 모두 완성도를 높이는 수정 작업을 거쳤으며, 미공개작까지 함께 엮어냈다.

 

중학생 때부터 두세 시간은 거뜬히 걸어서 등하교했던 작가는 나고 자란 동네뿐 아니라 서울의 변화와 공기를 특유의 감성으로 오롯이 체득했다.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오래된 아파트나 골목길 안쪽에 있는 성당까지 직접 발견하고 그곳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때문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라진 곳에 대한 아쉬움, 쉼 없이 바뀌어가는 주변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곳에 대한 애틋함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작가의 걸음에 따라 제자리 걷기, 가까이 걷기, 멀리 걷기 등으로 나뉜 파트 속 공간들을 천천히 만나다 보면, 작가 개인의 경험으로 풀어낸 공간의 이야기이지만 독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시간을 나눈 듯 공감을 넘어 따스한 위로가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개인에 따라 다른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다른 공간이지만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게 마음 놓을 수 있는 곳, 쉼을 주고 숨 쉴 시간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음이 움직일 때 발걸음이 함께 움직여지는 그곳, 이 책은 당신이 잃어버린 혹은 잊고 있었던 ‘그곳’을 찾게 도와줄 것이다. 헤매는 마음을 둘 당신만의 공간을 찾고 싶다면 <공간의 온도>를 추천한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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