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7
패키지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포장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제품 자체가 지닌 고유성을 새롭게 완성시켜 주는 것이 바로 패키지의 역할이기 때문.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주한일본국대사관 공보문화원이 주최하고 한국패키지디자인협회가 후원하는 한일학생패키지디자인우수작품전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뜻 깊다. 양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번 콘테스트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총 560점의 작품이 출품되어 그 열기를 더했다고. 양국 젊은이들의 인간과 환경 친화적인 시선이 빛나는 48점의 수상작은 지난 해 12월 11일부터 19일까지 일본 현지에서 전시를 마쳤으며 현재는 대학로에 위치한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2월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최우수상과 특별상을 수상한 세 명의 학생을 만나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1. 이번 공모전은 다른 패키지 공모전과 달리 국제 행사입니다. 그만큼 한국뿐 아니라 일본의 패키지디자인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저의 디자인적 가치관과 창의성, 완성도를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디자인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한국과 일본의 디자인 문화사이의 벽을 허물어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였습니다.
2. 이 콘테스트는 한국과 일본의 패키지디자인 경쟁이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만큼 Big Idea 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이디어 구상 중 과일을 속옷 모양으로 깎아 놓은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과일의 색감과 날씬한 여성의 몸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요거트를 먹으면서 용기가 날씬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디어를 실행시키기 위해 수많은 모의실험을 하게 되었고 결국 다이어트 요거트 용기를 디자인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주목성입니다. 많은 유제품 브랜드가 진열되어있는 진열대에서 저가상품인 요거트는 더욱 주목성이 뛰어나야 하지요. 단순히 자극적인 비주얼뿐만 아니라 우유의 고유 특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컬러와 패턴에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갖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패키지의 속성을 창조해내고 싶었습니다. 비타민 워터는 디자인의 우수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우월성으로 런웨이에 등장할 뿐 아니라 색깔별로 수집하는 소비자도 있지요. 저도 그러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3. 저에게 큰 영향을 주는 특정한 디자이너들은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협소한 시야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주로 저는 저의 디자인 가치관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 그들로부터 지혜를 배웁니다. 디자인은 예술품이 아니기 때문에 감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상품을 팔기 위한 전략적 기획(마케팅)과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조화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가장 좋은 것이겠지요.
이런 제 생각과 비슷한 디자이너가 바로 마크 고베입니다. 그는 코카콜라의 새로운 아이덴티티와 패키징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는 유명한 디자이너 겸 CEO입니다. 그는 저서인 ‘감성디자인 감성브랜딩’에서 브랜드잼(brandjam) 이라는 단어로 마케터, 소비자, 디자이너 사이의 활발한 협력관계를 설명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생각과 경험, 책을 통해 독창적인 가치관을 디자인에 투영시켜 소비자의 마음까지 꿰뚫어보고 그들의 오감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4. 제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상품의 미적 가치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상품의 실용성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스피커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피커는 소리를 증폭시켜 멀리까지 들리게 하는 기계입니다. 디자이너는 이와 같이 클라이언트가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극대화시켜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5. 저는 디자인 역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고요. 사실 현재 제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모든 상황을 단지 즐기고 싶습니다. 제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진정한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길 빌며 언제나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세상을 재해석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만의 디자인과 수많은 인연들, 제 앞에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마치 운명처럼 마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1. 처음 이 공모전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선배들이 학교 전공실에 붙여놓은 포스터 덕분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전이 일본학생들과 함께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발달한 패키지 디자인의 현장에 있는 일본 학생들과 나의 실력을 이 기회를 통해 견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무수한 상품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시선을 끌 수 있을까?’ 라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를 헤쳐나갈 저의 솔루션은 바로 ‘컬러, 투명함, 동물친구들’ 이었습니다. 로하스, 즉 자연스러움을 투명한 재질의 포장과 동물(물고기, 나비, 새)일러스트를 이용하여 표현하였고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화려한 컬러를 추가하였습니다. 자칫 화려한 컬러가 로하스와는 거리감을 조성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질의 투명함 덕분에 사용된 컬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캔디의 내용물을 포장을 개봉하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3. 몇 해 전, 저에게 ‘이야~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녀석이네’ 라고 이야기 해주신 분, ‘너처럼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아’라고 이야기 해 주신 분, 그리고 ‘자신감 있고 당찬 모습이 참 보기 좋네, 이 녀석 참 열심히 하는 친구야’라고 이야기 해 주신 분들 등 이렇게 저는 저를 칭찬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잘하면 잘한다고 할 수록 더욱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 때문에 배로 열심히 하고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좋은 디자인이란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혹은 소비자에게 '좋다~ 이거 좋은데?'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창조적이고 멋진 디자인을 내놓아도 소비하는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좋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은 결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와 피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연결되고 소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5. 앞서 이야기했듯, 소통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분께서 ‘오징어를 디자인 하려거든 오징어가 되라’라고 이야기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제가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을 버리고 소비자가 되어 생각한다면 일방적인 디자인이 아닌, 소통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1. 제가 선보인 패키지는 사실 2학년 패키지 수업 시간 때 과제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발전시켜 공모전에 내보는 건 어떻겠냐는 교수님의 조언 덕분에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지금의 패키지보다는 그래픽도 훨씬 안 좋았고 기능면 에서도 부족한 면이 많았지요.
2.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나의 패키지 디자인을 보고 얼마나 흥미와 구매욕을 느낄까, 이 패키지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까 등의 실제적인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패키지가 실제 상품화 되었을 때의 가능성을 고려하며 제작에 임하였지요.
3. 크게 영향을 받은 인물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게 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의 격려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당시 미술 선생님과의 상담을 하며 저의 장점과 특기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지요.
4. 무언가를 그린다거나 만드는 수작업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 세상 이라 해도 빠질 수 없는 기초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를 낼 때 머리 속으로 끙끙 앓기 보다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만들다 보면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중요한 점은 지식과 경험 입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머릿속에 넣고 손이 가는 대로 작업을 한다면 좀 더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디자인 이란 좋은 지식과 경험으로 쌓인 머리에서 나오되 자유분방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손’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일단은 졸업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그리고 틈틈이 지금과 같이 공모전을 통해 경력을 쌓는 것도 2차 목표입니다. 졸업 후에는 대부분이 직장을 구하려 애를 먹는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가장 축복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요즈음 디자이너들은 만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공이 패키지 디자인이라고 해서 외곬처럼 패키지만 해서는 안 되겠지요. 패키지, 그래픽, 편집, 일러스트, 광고 등등 여러 분야로도 만능이 되도록 공부나 공모전을 준비하며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