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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손 맛 보러 가실래요?

2011-04-29


아스팔트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바리바리 싸온 물건들을 펼쳐 놓는다. 잠시 앉아 있으면 어느새 사람들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새끼 같은 물건들을 이리 저리 둘러본다. 사회 교과서에서 사라 진지 오래라고 이야기하는 ‘가내수공업’은 이렇게 프리마켓을 통해 되살아난다. 필연적으로 불특정다수를 생각해야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작품을 팔아 돈도 벌고, 관람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마켓은 매력적인 장소임에 틀림없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이런 철학에 기반해 기획된 전시가 바로 ‘핸드메이드 디자인마켓 수작걸다手作傑多’ 이다. 홍대에 위치한 디자인 전문 갤러리인 ‘더 갤러리’가 2011년 기획전으로 준비한 이 전시에서는 그 이름 그대로 작가들이 손으로 만든 수작(手作)이며, 빼어난 작품인 수작(秀作)을 전시 및 판매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모인 40여 명의 작가들은 서울은 물론, 부산, 대전, 통영 등 전국 각지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소규모 작업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개성 있는 여러 작가들이 모인 관계로 분야들도 다양하다. 조명, 액세서리, 문구, 모자, 가방, 그릇 등 각종 소품들이 관람객들을 유혹한다.


5월 4일부터 6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2주 간격으로 주제가 바뀌며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째주는 ‘Colorful Designs- 색다름에 끌리다’라는 주제로 컬러를 작품의 주요 포인트로 내세우는 작가들이 참여한다. 컬러라는 주제에 관련해 준비된 특별전에는 이보경, 신장현 2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이와신’이 참여하여 그래픽, 가구, 공간에 걸친 디자인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두 번째 주는 ‘Delicate Designs-섬세함에 반하다’라는 주제로, 섬세함이 돋보이는 디자인들이 선보여진다. 특별전에는 앨리스 다이어리와 어린왕자 다이어리 등으로 스테이셔너리 시장을 선점해온 7321design이 섬세한 그림이 들어간 작품들과, 소속 작가들의 작품까지 전시해 보여준다. 세 번째 주에는 ‘Natural Designs-자연스러움에 눈뜨다’라는 주제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별전에는 옻의 매력에 푹 빠진 작가들이 모여 옻칠의 아름다움을 전파한다. 마지막 주의 전시 ‘Designs That Tell a Story-이야기에 빠지다’에는 이야기가 있어 더욱 재미있는 디자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에는 사회적 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운영하는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그루[g:ru]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수작걸다手作傑多’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창조적인 소비’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에만 창의성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소비를 하기 위해 수작걸다가 제안한 첫 번째 방법은 컬러를 보는 것이다. 이미 출시한 지 오래된 아이폰4의 화이트 색상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이 떠들썩 했던 것처럼, 이미 컬러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다음 디테일을 살피고, 재료가 무엇인지 보고, 작품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들이 오물조물 각자의 개성을 더해 버무린 요리를 눈으로, 손으로, 가슴으로 느끼면서 관람객들은 작품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 사는 것은 충동구매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작품을 위해 작가가 살펴온 여러 과정들을 느끼며 소비하는 것은 재능 있는 작가를 살리고, 디자인에 한없는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거기에 더해 대량 생산의 시대에 작가의 열정이 담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물건’을 가진다는 것 또한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전시와 함께 독립 브랜드를 꿈꾸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워크숍 ‘디자이너, 브랜드로 홀로서기’가 진행되며, 5월 4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오프닝 파티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축하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수작걸다手作傑多 전시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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